[양대 공영방송 동시 파업]'방송 장악에 항의' 내세워 국회 비우려는 한국당

유정인 기자 2017. 9. 3. 22:2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ㆍ정기국회 ‘보이콧’ 재확인

MBC 촬영기자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 원내대책회의에서 MBC 김장겸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를 비판하는 정우택 원내대표(왼쪽 세번째)를 취재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여기를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3일 김장겸 MBC 사장 체포영장 발부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정기국회를 보이콧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전날 비상의원총회에서 결정된 국회 보이콧 방침을 거둬들이지 않은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정부의 방송 장악 항의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공영방송 문제를 ‘좌우’ 이념 대결로 몰아 보수야당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보이콧 해제 조건으로 ‘MBC 정상화’를 내세운 한국당과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공영방송 정상화’를 추진 중인 정부·여당 사이에 강 대 강 대치가 예상된다.

한국당 원내 지도부는 휴일인 이날 오후 국회에서 비상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전날 비상의총에서 결정한 정기국회 보이콧과 장외투쟁 방침을 확인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언론을 길들여 대통령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를 무력화한다면 새로운 포퓰리즘 독재시대의 개막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고 정부를 성토했다.

그는 회의를 마친 뒤 “지난 2일 의총에서 정한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 방침을 견지해나간다는 데 변함이 없다”며 “다만 내일(4일) 최고위와 의원총회를 거쳐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국회 일정에 불참하는 대신 장외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김장겸 사장 체포영장 건과 관련 있는 고용노동부·대검찰청·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해 청와대 등을 항의 방문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강경 노선은 복잡한 원내 환경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원내교섭단체 4당 체제에서 한국당 단독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강력한 대여 투쟁으로 지지층을 결집하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는 것이다.

전면 보이콧이라는 파국으로 가기까지 변수는 남아 있다. 한국당으로서는 북한 6차 핵실험 등 안보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국회를 비우는 것이 부담이다. 안보를 중시해온 보수정당으로서 직무유기 비판도 일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당이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원회 등 안보 유관 상임위와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은 참여하는 등 선별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정 원내대표는 “국방·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원래부터 초당적으로 임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으므로,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입장을 정리해나갈지 최고위와 의총에서 논의해 정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정기국회 파행 가능성은 높아졌다. 당장 4일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표결과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한국당이 불참한 채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상임위와 특위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도 강경 대응 방침을 확인해 대치 국면은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2일 페이스북에 “자유한국당이 MBC가 정상화될 때까지 정기국회를 보이콧한다니까 MBC를 빨리 정상화시켜야겠다”고 썼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방송개혁에 속도를 내 마무리짓겠다는 것으로, 한국당의 장외투쟁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당 소속 의원들도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노동부의 김 사장 체포영장 발부를 ‘전례가 없다’고 주장한 데 대해 “팩트가 틀렸다. 수사검사 했던 것 맞나”(신경민 의원) 등 비판을 쏟아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