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직원 26억 횡령..공소시효 끝나 처벌 못해
[경향신문] 농협 직원이 26억원을 횡령했지만 이를 은폐하는 바람에 공소시효가 지나 아무도 처벌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창원지법 거창지원 형사1단독 김덕교 판사는 3일 신용협동조합법 위반·범인도피 혐의로 기소된 조합장 등 함양농협 전·현직 임직원 8명 전원을 무죄 또는 면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이 농협 가공사업소 직원 이모씨(47)는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농작물을 사들인 것처럼 전산을 조작해 농협 자금 26억2000만여 원을 빼돌려 대부분을 주식투자 등으로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함양농협은 2007년 재고조사 때 이씨의 횡령 사실을 파악했으나 횡령액에 대한 손실처리 없이 2009~2015년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하는 방법으로 이를 은폐했다. 이는 2015년 말 농협중앙회가 특별감사를 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사고 이후 2년 동안 검·경 수사와 법원 재판이 진행됐다.
그런데 창원지검 거창지청은 횡령 당사자인 이씨를 기소하지 못했다. 이씨의 횡령혐의에 대한 공소시효 7년이 2014년에 끝나 처벌 자체가 불가능해서다. 대신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전·현직 임직원 8명에게 신용협동조합법 위반, 범인도피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기소했으나 이들마저 무죄 또는 면소 판결이 났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한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법원은 신용협동조합법 위반죄 공소시효(5년)가 완성되었거나 법 적용이 잘못됐고 범인도피 혐의는 증거가 부족해 무죄, 면소 판결했다고 설명했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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