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잣대에 IT혁신기업 발목" vs "투명경영 외부감시 필요"

김수연 2017. 9. 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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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없이 창업주 지분 5%미만
지배력 행사 그룹 총수와 달라
전문경영기업 적용은 규제남용"
4차산업혁명 시대정신 안맞아
IT벤처 혁신경쟁서 '마이너스'
일각선 최소한 외부감시 주장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 '총수' 논란

[디지털타임스 김수연 기자]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이 결국 준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의 총수가 됐다. 산업화 시대 낡은 규제 잣대를 인터넷 기업에 적용함으로써 글로벌 IT기업 탄생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인터넷 기업이라고 해도 투명 경영 구조 유지를 위해 외부 감시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3일 인터넷업계에서는 인터넷기업을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창업주를 총수로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준대기업집단 및 해당 기업집단 총수 지정은 올해 처음 시행하는 것으로 총수 일가의 전횡을 막고 족벌경영, 순환출자, 일감몰아주기 등 편법적인 지배력 강화를 막기 위한 제도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는 △총수 사익편취 규제 △공시 의무 등이 적용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해진 전 의장이 네이버에 대한 지분 지배력(4.31% 보유)은 없지만, 경영에 관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고 '총수'로 지정한다고 결론지었다. 네이버에 대한 '무총수기업 지정'을 요청해 온 이해진 전 의장의 주장은 반영되지 않았다. 총수 규제 목적이 재벌경제의 폐해를 없애는 것인 만큼 벤처 창업자로 시작해 기업을 키워 온 본인에게 적용하는 건 안 맞는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논란이 되는 것은 네이버 등에 대한 총수 지정이다. 인터넷기업 창업주에 '재벌 총수' 타이틀이 붙는 첫 사례가 된 만큼, 앞으로 다른 인터넷기업에도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번 건을 계기로 규제 당국이 기존 대기업과 인터넷기업의 차이를 인정하고, 새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건은 다른 인터넷기업에는 '선례'"라며 "규제 때문에 IT·인터넷업계에 또다른 '피터팬 증후군'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일가친척으로 구성된 자본가 집단'이란 의미의 재벌을 규제하기 위한 잣대를, 소유지배하는 특정 개인이나 일가가 없는 지배구조와 전문경영인체제 기업에 적용하는 것은 '규제 남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네이버의 경우 기존 재벌의 '오너'가 없다. 개인으로는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 투자책임자) 조차도 5% 미만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가족·친족의 지분 참여는 없다. 지분소유를 통해 지배력을 행사하는 그룹총수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이 점은 이번에 네이버와 함께 총수가 있는 준대기업집단으로 분류된 넥슨과 다른 점이기도 하다. 넥슨의 경우 오너의 지배력이 막강한 가족 경영체제다. 오너인 김정주 회장이 작년 주식 파문 이후 넥슨재팬 등기이사를 사임했지만, 넥슨에 대한 김 회장 부부의 지배력은 여전히 굳건하다. 김 회장과 부인 유정현씨의 지분율이 96.9%에 달하는 NXC가 넥슨재팬의 지분 57%를 보유하고 있으며, 넥슨재팬이 넥슨코리아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또 공정위가 '창업주의 경영에 관한 영향력'을 인터넷기업에 대한 총수 지정 판단 기준으로 삼은 것은 인터넷산업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것이란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천재 한 명이 새 시장을 개척할 만한 아이디어를 갖고 창업해 회사의 신사업 진출, 기술 투자, 서비스 개발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게 IT·인터넷업종"이라며 "규제 당국이 산업화 시대 패러다임에 갇혀 이 부분을 간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결정은 세계 IT 벤처 창업자들 간 혁신 경쟁이 치열한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혁신을 중시하는 해외 IT 시장에서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한국의 재벌 총수'라는 굴레를 이제 막 글로벌기업으로 도약을 꾀하는 우리 기업에 씌운 셈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의 경우 이 전 의장이 직접 현지에서 유럽 신기술(AI 등) 투자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M&A 등 각종 계약 시장에서 현지 피 투자기업이나 벤처캐피털 등의 성향상 협상 초기, 기업 조사 과정에서 이 전 의장이 '한국 대기업 총수'라는 사실을 파악하게 되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이 전 의장에 대한 총수 지정이 투명한 경영구조를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외부 감시라는 주장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전 의장 친인척의 네이버 경영 개입이 없고, 본인 지분도 최소한도로 했다는 점은 기존 재벌 총수와 확실히 다른 점"이라면서도 "미래 모습까지는 알 수 없기에 외부 감시 기제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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