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문 대통령 방러.. 푸틴의 '위험한 한반도 게임'

국기연 2017. 9. 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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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6일부터 이틀 동안 러시아를 방문한다. 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중국과 일본에 앞서 러시아를 찾는다. 문 대통령은 중국과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일본과는 군대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로 중·일에 앞서 러시아를 먼저 방문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문 대통령을 맞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인다. 푸틴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사태를 푸는 해결사를 자임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 7월 7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계기에 열린 한·러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대북 협상 중재

푸틴 대통령은 1일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만이 현 사태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3∼5일 중국에서 열리는 제9차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경제 5개국 모임) 정상회의에 앞서 5개 회원국 유력 언론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들어 대규모 (군사) 충돌의 경계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한반도 상황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면서 “러시아가 보기에 평양에 대한 압박만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할 수 있다는 판단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역내 문제를 전제조건 제기 없이 모든 이해 당사국의 직접적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면서 “도발, 압박, 호전적이고 모욕적인 수사(修辭) 등은 막다른 길”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이 긴장의 단계적 해소와 영구 평화 및 안보 구축을 촉진할 한반도 사태 해결 로드맵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중·러 로드맵은 중국의 ‘쌍 중단’(북한의 핵실험·탄도미사일 발사와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 제안에 기초한 한반도 문제 해결 방안이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 남동부 푸젠(福建) 성 샤먼(廈門)에서 열리는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과 정상회담을 열어 북한 문제 등을 협의한다.

◆미국 겨냥한 중·러 공동 전선

중국은 푸틴 대통령의 조건 없는 대북 협상론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의 화춘잉 대변인은 1일 “러시아가 중국과 마찬가지로 세계 평화와 안정 유지 및 지역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밝혔다. 화 대변인은 “이 지역(한반도)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해 공동으로 협력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한때 공산권의 맹주였던 러시아가 한반도 이슈에 본격적으로 끼어드는 데 따른 거부감을 숨기고 있다고 CNN이 이날 보도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카네기재단 글로벌정책센터의 통 자오 연구원은 CNN에 “중국이 경제 발전과 군사력 증강에 자신감이 있고, 러시아에 비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러시아가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는 중대한 도전 국가가 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가 경쟁하는 측면이 있지만, 이보다는 미국을 함께 견제해야 한다는 공동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에서 진정한 트러블 메이커는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고, 좀 더 구체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대해 “대화가 더는 답이 아니다”고 밝힌 것은 미국이 북한에 군사 옵션을 동원하겠다는 뜻으로 중국 등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그가 강조했다.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는 이유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위협 발언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중국과 러시아의 주장이다.

◆북-중-러의 3각 게임

‘강한 남자’ 푸틴 대통령은 냉전 시대 옛 소련의 영광을 재현하려고 한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북한에 옛 소련 당시에 북한이 진 빚 100억 달러(약 11조 2050억 원)를 탕감해 주었다. 러시아는 현재 북한에 대한 최대 식량 제공국가라고 CNN이 강조했다. 러시아는 또 북한에 원유를 수출하다가 최근 미국 재무부로부터 제재를 당했다.

러시아는 북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뿐 아니라 시리아 내전 사태에 군사력 투입, 리비아와 아프가니 탄에서 외교적 영향력 확대 등을 통해 ‘글로벌 파워’로 복귀를 꾀하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면 필연적으로 중국과 경쟁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과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북한에서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해왔다. 러시아는 옛소련의 붉은 군대 장교 출신인 김일성을 내세워 북한에 공산 정권을 수립했었다. 그러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 러시아의 영향력이 급격하게 퇴조해 지난 25년 동안 러시아는 북한에서 이렇다 할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CNN이 강조했다.

미국 윌슨센터의 제임스 퍼슨 연구원은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어느 나라도 믿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퍼슨 연구원은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적 영향력을 북한에 행사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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