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 판사 일탈' 그냥 넘기면 재판이 진짜 정치 된다

2017. 9. 1.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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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법 오현석(40) 판사가 법원 내부 게시판에 "재판이 곧 정치"라는 식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오 판사는 지난달 30일 게시한 '재판과 정치, 법관 독립'이란 제목의 글에서 "개개의 판사들 저마다 정치적 성향들이 있다는 진실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재판이 곧 정치라고 말해도 좋은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판례 등이 아니라 판사 개인의 정치 성향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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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이 정치" 라는 발상은 위험
'사법부 정치화' 우려 날로 커져
자정 못하면 재판 공정성 잃을 것

인천지법 오현석(40) 판사가 법원 내부 게시판에 “재판이 곧 정치”라는 식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오 판사는 지난달 30일 게시한 ‘재판과 정치, 법관 독립’이란 제목의 글에서 “개개의 판사들 저마다 정치적 성향들이 있다는 진실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재판이 곧 정치라고 말해도 좋은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해석, 통념, 여론 등을 양심에 따른 판단 없이 추종하거나 복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도 했다. 대법원 판례 등이 아니라 판사 개인의 정치 성향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다.

오 판사의 발상은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다. 판결은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이뤄져야만 한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판결이 제각각이라면 어느 누가 사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법조계 원로가 우려한 대로 현대판 ‘사또 재판’이 될 위험이 있다. 정치활동을 할 생각이라면 법복을 벗고 당당히 정치권으로 가는 게 옳다.

물론 판사에게도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가질 자유가 있다. 하지만 그것을 외부로 드러내는 건 별개 문제다. 안타깝게도 요즘 일부 판사는 오 판사처럼 정치적 신념을 거리낌 없이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류영재(34) 춘천지법 판사는 지난 5월 대선 직후 페이스북에 “오늘까지의 지난 6∼7개월은 역사에 기록될 자랑스러운 시간”이라고 적었다.

오 판사의 글이 ‘사법부의 정치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나온 점에 주목해야 한다. 문재인정부 들어 사법개혁을 명분으로 사법부의 요직이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진보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 헌법재판소장에 통합진보당 해산을 반대한 김이수 헌재재판관이, 대법원장에 진보 성향 판사들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김명수 춘천지법원장이 지명된 상태다. 대선후보 지지 선언에 참여한 이유정 판사는 헌법재판관에 지명됐다가 ‘주식대박’ 논란 끝에 어제 낙마했다. 공교롭게 오 판사나 류 판사가 모두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이다. 최근 사법부 내 흐름이 오 판사의 부화뇌동을 부른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사법부는 사회 갈등을 해결하는 최종 보루나 다름없다. 재판이 정치에 물들면 공정성과 중립성을 잃고 갈등 해결은 어려워진다. 정치적 성향에 따른 판결을 외치는 오 판사는 스스로 거취를 밝혀야 한다. 사법부가 이런 판사의 일탈을 자정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재판이 진짜 정치가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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