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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어두운 역사속으로…`다크 투어리즘` 떠나는 사람들

김규리 기자
입력 : 
2017-09-01 16:30:10
수정 : 
2017-09-01 16:3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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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형무소, 비무장지대 (DMZ), 광주 5·18 민주 묘지,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 체르노빌 원전··· 일반적으로 여행 관광지를 생각했을 때 쉽게 떠오르지 않을 것 같은 장소다. 하지만 과거를 돌아보고 역사를 바로 보자는 인식이 점차 확산하면서 이런 곳을 찾는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다크 투어리즘'이란 '어두운'이란 의미의 영어단어 '다크(Dark)'와 '여행'이란 의미의 '투어리즘(Tourism)'을 합친 말이다. 시대적으로 끔찍한 일이 벌어졌던 장소나 재난·재해 현장을 돌아보는 여행을 말한다. 관광객들은 다크 투어리즘을 통해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전해 듣는 것을 넘어 당시 상황을 간접 체험하면서 슬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셈이다.

올해 처음으로 관객 수 10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택시 운전사'의 주 배경으로 알려진 전라남도 광주지역이 최근 인기다. 영화와 같이 택시를 타고 잔혹했던 5·18 역사의 현장을 직접 둘러보는 무료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희생자가 묻힌 5·18 민주 묘지도 다크 투어리즘 명소로 알려졌다.

1일 국립 묘지 관리소에 따르면 지난해 800여(하루기준) 명이 방문했던 것과 비교해 올해에는 40% 가까이 참배객이 늘었다. 영화가 인기였던 지난달에는 하루 1000여명 이상이 방문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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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방송 화면 캡처
전일 방송된 한 여행프로그램에서는 독일인들이 한국을 여행하며 서대문형무소와, DMZ를 연이어 방문해 화제다. 이들은 한국 역사의 아픔이 가득 담긴 장소들을 찾아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의 의미를 되짚었다. 이들이 바라보는 역사는 의미있고, 아픈 한국인에게 위로로 다가왔다.

한 방송 참가자가 "일제강점기에 대해 일본은 외면하고 있다"며 "일본이 사과해야지"라고 단호히 말하는 모습에서 국내 시청자들은 묘한 쾌감을 얻었다는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이어 DMZ 지역에서는 "분단된 국가의 국경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독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만한 것"이라면서 "북한과 한국으로 분단이 됐고 그사이에 우리가 가고 싶은 DMZ 있다"고 평가하는 등 자신들의 상황과 결부시켜 장소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등 색다른 여행의 즐거움을 보여줬다.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나 체코의 체르노빌 원전 역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크 투어리즘의 관광코스다.

아우슈비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 정권에 의해 유대인 등 400만 명이 학살당한 곳이다. 현재까지 당시 사용했던 가스실, 철벽, 고문실 등이 남아 있다. 또한 수용소 내부의 전시실에는 희생자들의 유품과 머리카락 등을 그대로 보존했다. '나치의 잔혹성을 잊지 말고, 이 같은 비극을 후세에 전하자'는 의미에서 지난 197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다. 2014년도 153만4000명으로 사상 최대 방문객을 기록한 이후 매년 백만 명 이상이 이 곳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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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Flickr]
우크라이나 정부는 2011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 현장을 관광명소로 개발, 일반인들에게 공개했다. 2004년만 해도 870명에 불과하던 접근제한구역 방문객은 현재 연간 1만 명 이상을 기록하며 지역 경제 발전에 이바지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전남 목포신항이나 팽목항이 새로운 다크 투어리즘 장소로 부상하고 있다. 보통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시작해 세월호 선체가 있는 목포신항까지를 주요 코스로 따라가는 20대부터 40·50대 중장년 층이 생겼다.

다만 무분별한 다크 투어리즘 맹목현상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행 전문가들은 "다크투어리즘 상품 개발할 때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최근 인기몰이를 하자 각 지역에서 철저한 고증없이 성급하게 코스를 개발하는 경우가 있는데, 자칫하면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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