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서·힘들어서·그냥..국회 청문회 대신 법정에 온 11가지 사연
지난 겨울 국회의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에 증인으로 소환됐지만 출석하지 않은 안봉근(51)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51) 전 총무비서관 등 11명이 이날 법원에 모였다. 형사12단독 박평수 판사의 심리로 이들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법 위반 혐의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재판은 검찰이 먼저 이들을 재판에 넘긴 이유를 간단히 설명한 뒤, 한 사람씩 차례로 변호인을 통해 왜 청문회에 나오지 않았는지 밝히는 순서로 진행됐다.
증인으로 소환된 날 아팠다고 얘기한 사람이 많았다. "출석요구받은 날 앓아오던 뇌경색으로 병원 입원해 있던 상태였고 담당의사도 '일체 외부활동 자제하라'고 소견을 냈다(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폐암수술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고 귀가 거의 들리지 않는데 청문회에 앉아있는 건 가혹하다(우병우 전 수석 장모 김장자씨)", "이석증을 앓고 있었고 당일 진단서를 첨부한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는 이유였다.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은 "현직 국정원의 국장 신분으로 관계된 위원회 출석해 증언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고 했고, 박재홍 전 마사회 승마팀 감독은 "정유라에게만 훈련예산을 배당한 것을 항의하자 하루아침에 감독직에서 해고돼 고향에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던 상황이었다"고 각각 변호인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이미 한 차례 청문회에 출석했던 김경숙 전 이화여대 학장은 두 번째 소환에 응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항암치료로 입퇴원 반복하던 상황에서 청문회에 출석 후 스트레스가 심해져 응급실을 통해 병원에 입원했다"고 변호인이 말했다.
'정당한 이유가 있어 불출석했다' '출석요구나 고발이 위법이다'는 다른 피고인들과 달리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은 별다른 변명이 없없다. 안 전 비서관의 변호인은 "특별한 의견이 없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고, 이 전 비서관의 변호인도 "모두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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