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준의 超야구수다] KIA 선발 팻 딘이 곰을 잠재우는 방법: '뚝심'으로 버티기

조회수 2017. 9. 1. 17:34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2017년 8월의 마지막 날, 광주 KIA챔피온스 필드에서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속절없이 침몰할 것 같았던 선두 KIA 타이거즈는 4번타자 최형우의 믿음대로 살아나고 있었고 반대로 걷잡을 것이 없었고 어디까지 올라갈지 가늠이 안 되었던 두산 베어스의 기세는 조금씩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경기는 필사즉생, 몸쪽 코스를 포기하고 몸과 마음을 타석에 바짝 붙으면서 살아난 호랑이들의 주장 이범호가 곰의 에이스 니퍼트에게 추격의 홈런을 바로 만들어 내면서 재미있어졌다. 잠잠해질 뻔 했던 니퍼트의 호랑이 공포심을 다시 불러일으킨 것이다.

역시 2017 시즌 가장 안타를 잘 치는 타자, 작은 거인 김선빈의 활약도 소문난 잔치에서 빠지지 않았다. 4회말 2사 23루, 역전 2타점 좌전 적시타. 2017 KIA 타이거즈의 부활이 그의 팀 복귀로 시작됐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면서, 호랑이 타선에 대한 공포심을 떨쳐내려던 의지의 니퍼트를 마운드에서 끌어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팀 에이스가 7실점 무너져 내려온 두산은 일찌감치 경기를 KIA에게 넘겨줬다. 긴장감으로 뜨거웠던 경기 초반 흐름과는 다르게 그렇게 순순히 KIA의 흐름으로 마무리 됐다.

이것저것 볼 것이 많을 것이라 예상했던 광주 KIA챔피언스 필드에서는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은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 그들에게 향했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곳을 볼 때 특이하게 경기 전부터 마음과 눈길은 조금 딴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KIA 선발투수인 팻 딘의 투구 내용이었다.

그 이유는 7월과 8월 한 달 사이, 시즌 1위를 두고 있는 양 팀에게 가장 중요할 수 있는 3번의 맞대결, 더욱이 3번의 등판 모두 연전의 첫 경기 KIA 선발투수가 팻딘 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앞선 경기에 이어서 이번에는 어떤 투구를 하고, 어떤 결과를 얻을지 궁금했고 그에 대해 생각하며 보는 것이 경기의 승패를 떠나 또 다른 큰 재미가 되겠다 싶어서다.


# KIA타이거즈 선발투수 팻 딘,곰 잡는 법은‘뚝심’으로 버티기



후반기, 한 달 사이 3번째 두산전 선발. KIA 선발투수 팻 딘은 자신의 가장 좋은 공을 끝까지 믿고 던졌고 결국 곰을 잡아냈다. 그의 집념이 담긴 ‘뚝심’이, 곰에게 턱밑까지 위협받던 선두자리를 굳건히 지켜냈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두산의 1번 타자 민병헌은 초구 몸쪽 패스트볼에 과감하게 배트를 돌린다. 잘 맞은 타구였지만 중견수 버나디나의 정면으로 가는 직선타.

민병헌이 경기 시작 초구부터 몸쪽 깊숙이 들어오는 공에 배트가 나온 데는 이유가 있었다. 앞선 대 KIA전에서 팻 딘이 보여준 다소 무모할 정도로 집중된 ‘몸쪽 패스트볼 중심’의 투구패턴을 읽고 의식적으로 대비했기 때문이다.

팻 딘은 2회초 선두타자 4번 김재환을 4구로 내보냈고 다음 타자 양의지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했다. 양의지의 안타는 초구를 노린 것이었다. 역시 몸쪽 패스트볼. 조금 먹혔으나 양의지는 자기 스윙을 했다.

평소에도 초구부터 적극적인 타격을 보이는 양의지였지만,더욱 과감하게 코스를 읽고 스윙을 했다.이는 경기 첫 타자였던 민병헌의 초구 공략과 같은 맥락. 지난 경기의 실패에 대해 두산 타자들이 철저히 준비를 하고 들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KIA 팻 딘은 1회초를 9개의 공으로 간단하게 마무리했지만 준비된 두산타자들의 2회초 공격으로 양상은 달라졌다. 무사 1,2루의 위기가 됐다.

6번 타자 에반스에게 4구 연속 몸쪽 패스트볼로 2스트라이크까지 유리하게 잘 몰고 갔다. 하지만 볼카운트 2B-2S에서 바깥쪽 패스트볼이 높게 들어가면서 우전안타, 선제 실점을 하게 된다. (팻 딘이 위기상황에서 바깥쪽 패스트볼로 승부구에 변화를 준 것은 에반스의 이 타석이 마지막이었다.)

이어지는 무사1, 2루. 오재원의 희생 번트이후 오재일에게 3B-2S 커브가 높아서 다시 우전안타. 아웃카운트 하나만 처리한 채 안타 3개로 2실점한다. 경기 첫 번째 커브였던 점을 생각하면, 포수가 공을 던지는 투수의 입장을 조금 더 배려해서 조금 쉬운 상황에서 미리 던지고 서로 체크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사 1, 3루의 위기 상황. 위기가 계속되면서 경기는 일방적으로 두산 쪽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2.5 경기차로 벌어지기 시작한 양 팀 간의 경기차가, 경기 초반에 이미 승패가 갈려 다시 1.5 경기차로 줄어들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이때부터 KIA 팻 딘의 몸쪽 패스트볼이 그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타석에는 허경민. 최근 타격감이 좋지는 않지만 노림수가 좋은 허경민도 초구에 배트를 휘둘렀다. 역시 몸쪽 패스트볼. 결과는 투수 앞 땅볼, 병살타. 투수의 공이 타자를 이겨냈다.

아시다시피 시즌 중반까지 팻 딘의 투구패턴은 ‘몸쪽 패스트볼 중심’이 아니었다. 패스트볼,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가지고 있는 구종을 모두 활용했다. 낮게 변화가 많은 투수라는 인상이 강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지켜본 그의 투구 패턴에는 변화가 있었다. ‘몸쪽 패스트볼 중심’으로 바뀌어 있었다. 시즌 중반까지는 기교파였다면 그 이후는 전형적인 정통파의 패턴을 가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7월 말부터 근 한 달 동안, 팻 딘을 세 번 만난 두산 타자들이 아무리 철저히 준비를 하고 나와도, 마치 ‘칠 테면 쳐봐라’ 하는 식이었다. 포수들은 일찌감치 우타자 몸쪽 코스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고 투수는 포수가 앉아 있는 상태에서 포수의 왼쪽 라인을 보고 강하게 던진다. 그것뿐이다. 타자도 다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경기는 타자를 배제하고 철저하게 투수 중심으로 움직인다. 공의 힘으로 어떤 타자든 이겨내겠다는 의도다.

2회초까지 5명의 우타자에게 던진 14개 투구 중에 12개(몸쪽 슬라이더 1개), 절체절명의 무사 만루 위기 상황이 있었던 3회초에도 4명의 우타자에게 17개 투구 중에 11개(몸쪽 슬라이더 5개), 이후 동점과 리드를 잡기 시작한 4회초 이후부터 마운드를 내려오기까지 3.1이닝 동안 26개 투구 중에 13개(몸쪽 슬라이더가 6개)가 몸쪽 패스트볼이었다.

전체 57개 투구 중 36구 (몸쪽 슬라이더11개), 63%(+몸쪽 슬라이더84%). 10개 중 6개가 몸쪽 패스트볼이고 또 8개가 우타자 몸쪽 코스에서 이루어진다는 얘기다.


이와 같이 극도로 편향된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두산 타자들의 반응을 보면, 팻 딘의 우타자 몸쪽 패스트볼은, 배터리의 의도를 알고도 제대로 치지 못할 위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팻 딘과 KIA 포수들이 그 위력을 최대한 살려내, 투수 중심의 일방적인 패턴으로 가져가는 근거가 충분히 타당하다고 봤다.

사실 여기에는 가려져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공의 위력’도 필요하지만, ‘공에 대한 믿음’을 갖고 계속 밀어 붙이는, 실패해도 버텨내는 ‘뚝심’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상대가 노려 쳐서 맞아 나가더라도 계속해서 자신의 패턴을 믿고 밀어 붙여야 한다. 하지만 마운드 위에서, 그것도 위기 상황에서 자신을 믿는다는 것, 그래서 상대가 알고 노리고 있어도 그대로 밀고 들어가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

상대 타자도 프로다. 이처럼 편향된 패턴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실패할 확률이 점점 높아질 수 있고 두려움도 커진다. 그렇지만 뚝심으로 버텨야 한다. 의심을 가지면 안 된다. 어차피 투수의 능력을 판단하고 최선의 방법으로 결정하고 택한 것이지 않나. 여기에 의심을 품어 흔들고, 흔들리게 되면 과정 전체가 무의미해진다.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그런 각오가 없으면 굳이 보지 않아도 되는 것들까지 눈에 들어온다. 결과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결과를 먼저 생각하게 되면 무리하게 된다. 투수나 포수는 코스에 보다 더 깊게, 더 강하게 들어가려는 의식이 생겨나게 되고 점점 바라지 않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결국 오늘 경기 3회 초. 박건우와 에반스 타석에 나왔던 장면처럼, 중요한 상황에서 볼 카운트를 불리하게 만들거나 승부구에서 흔들리며 4사구를 남발하게 된다. 경기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1회 초 4실점을 하며 패전투수가 된 지난 8/18 두산전에서처럼 말이다.

양팀이 '위기와 찬스'라는 외나무다리에서 다시 만난 이 날의 경기. 승리 투수는 두산 에이스 니퍼트가 아닌 KIA 팻 딘이 가져갔다. 곰의 에이스 니퍼트는 리그를 대표하는 정통파 투수지만 자신에게 최다 실점(6/21일 3이닝 9실점)의 굴욕을 안겨준 호랑이 타선의 공포를 벗어나지 못했다. 처음부터 자신의 공에 의심을 가졌다. 경기 내 자신의 투구 리듬이 무너졌고 에이스에 대한 동료들의 신뢰는 떨어졌다. 에이스의 공포심 그리고 의심은, 파죽지세였던 두산의 가을야구에 대해 불안감을 갖게 했다.

반면 팻 딘은 그의 몸쪽 패스트볼에 대한 뚝심으로 경기 초반 어려운 상황을 버텨냈다. 사실 위태위태했다. 펫 딘도 몸쪽 패스트볼에 대한 믿음이 의심으로 잠시 흔들리면서 위기를 맞고, 경기의 흐름이 두산으로 흘러갈 뻔 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공에 대한 믿음이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내 제자리를 찾고 스스로를 구해냈고 그 결과 이제는 모두에게 불안보다는 신뢰와 함께 긍정적인 흐름까지 만들었다. 6연패 이후 다시 살아나고 있는 팀의 상승세도 지켜냈고, 가을야구에 대한 나름의 기대감을 갖게 했다.

게다가 덤으로 초반 많은 투구 수에도 불구하고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게 했다. 두산 타자들이 ‘몸쪽 패스트볼’에 대한 경계가 강해지면서 몸쪽 패스트볼과 페어로 쓰이는 몸쪽 슬라이더의 위력이 배가되었다.

 4회 이후 두산 타자들이 몸쪽 슬라이더와 바깥쪽 체인지업에 당황하던 모습을 떠올려보자. 패턴의 운용 폭이 두, 세 배 넓어진 것이다. 선순환이 일어났다. 덕분에 좀 더 쉽게 경기를 풀어 나갈 수 있었고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내일 경기에도 KIA투수진에 여러모로 좋은 영향을 미치게 했다.


# 가을 야구에 대한 기대감, KIA의 고민3번째 선발투수,,,



투수의 투구 패턴 기본 중 하나는 ‘타자들에게 뭔가 강력한 의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타자가 무엇인가 의식하게 되면 배터리가 타자를 요리하기 쉬워진다는 얘기다. 특히 KIA 팻 딘의 경우처럼 몸쪽 코스에 대한 의식적 경계는 타석에 서는 타자에게 엄청난 부담감이 될 수 있다.

가을 야구의 문턱에서 세 번의 만남을 통해 KIA 팻 딘의 뚝심은 이제 두산 타자들에게 그의 몸쪽 패스트볼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게 만들었다. ‘뚝심’ 하면 두산 베어스, 자타공인 곰들의 팀 컬러였지만 그 뚝심의 힘으로 곰을 잡아냈고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는 가을야구에서 혹시 모를 불안감을 안게 했다.

30 경기가 채 남지 않은 경기수 그리고 3.5 경기차. 만약 KIA 타이거즈가 지금 이대로 시즌을 끝내고 한국 시리즈에 직행한다면, 그리고 그 한국 시리즈 상대가 두산 베어스가 된다면. KIA 타이거즈는 고민했던 세 번째 경기를 믿고 맡길 선발투수를 확실하게 얻은 셈이다.

시계의 바늘이 돌고 돌아 한국시리즈 3차전. KIA 타이거즈 선발투수 팻 딘, 그가 뚝심으로 만들어낸 ‘몸쪽 패스트볼의 위력’은 과연 어떤 결과를 얻게 될까. 야구는 모든 것이 공 하나에 숨겨져 있어서 재미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