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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 발언 등 졸전 더 추하게 만든 ‘탓탓탓’


입력 2017.09.01 08:22 수정 2017.09.01 11:54        데일리안 스포츠 = 이근승 객원기자

"관중 함성 때문에.." 실언에 가까운 인터뷰로 논란

손흥민 잔디 상태 지적 인정하지만 패배 후 부적절

김영권 인터뷰는 본의 아니게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중국이 예상을 깨고 우즈베키스탄을 잡았다. 한국이 이란을 이긴다면,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의 창이 이란의 방패를 뚫기에는 한참 부족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 이란과의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승점1 추가에 그친 한국은 6일 오전 0시 우즈베키스탄 원정에서 반드시 이겨야 자력으로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

졸전이었다. 부상으로 알려진 손흥민과 황희찬을 선발 출전시키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보였지만 소용없었다. 스피드가 남다른 황희찬이 선발 출전했음에도 긴 패스를 활용한 공격만을 시도했다. 손흥민은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작아지는 징크스를 떨쳐내지 못했다.

권창훈의 저돌적인 돌파가 페널티박스 바로 앞쪽에서 프리킥 기회를 만들어냈고, 김민재와 장현수의 헤더가 이란의 골문을 위협했지만 골은 나오지 않았다. 후반 6분에는 사에이드 에자톨라히가 김민재에게 거친 반칙을 범하며 퇴장을 당했다. 한국은 수적 우위를 앞세워 39분 이상을 싸웠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재성을 제외하면 수비가 밀집한 지역을 뚫어낼 수 있는 선수가 보이지 않았다. 침투 패스는 끊기기 일쑤였고, 크로스도 부정확했다. ‘진격의 거인’ 김신욱이 투입됐지만, 높이의 이점을 살리지 못했다. 기대를 모았던 이동국은 6분여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기적 같은 골은 터지지 않았다.

한국은 이란전 4연패의 부진을 끊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란은 일찌감치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하며 부담이 없었음에도 한 수 위의 기량을 자랑했다. 탈압박, 역습, 수비 조직력 등 모든 면에서 앞섰다. 아자디 원정에 이은 ‘유효 슈팅 0개’라는 굴욕의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졸전보다 충격적인 것은 ‘캡틴’ 김영권의 경기 후 인터뷰였다. 김영권은 “이란전 결과가 너무 아쉽다.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고 생각했고, 상대 선수 1명이 퇴장당하면서 수적 우위도 잡았다. 하지만 승리하지 못했다. 우즈벡전은 꼭 이기겠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지만, 다음 발언이 팬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김영권은 “훈련을 하면서 세부적인 전술들을 맞춘 게 있었는데 경기장 함성이 워낙 커서 소통이 잘 되지 않아 연습한 것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무려 63,124명이 자리했다. 평일 오후 9시에 시작하는 경기임에도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를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였다.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수많은 인원이 들어차 ‘대한민국’을 외쳤고,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실수가 나오면 격려를 보냈고, 이란의 시간 끌기와 거친 플레이에는 야유도 퍼부었다. ‘승리’란 한국 축구의 목표를 위해 90분 이상을 함께 뛰었다. 그래서 ‘캡틴’ 김영권의 발언은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이란전 관람 위해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운집한 6만여 관중.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에이스’ 손흥민도 마찬가지다. 경기 후 잔디 상태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럴만했다. 상암의 잔디 상태는 논두렁이라 해도 믿을 만큼 최악이었다. 손흥민은 전반 2분 만에 움푹 패인 잔디에 걸려 넘어졌다. 부상이 우려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른 선수들도 잔디라 볼 수 없는 그라운드 상태에 불편함을 겪었다.

한국만 좋지 못한 잔디에서 플레이한 것이 아니다. 이란도 불만족스러운 잔디에서 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잔디 상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 한국 축구의 성지라 불리는 곳인 만큼, 잔디 관리에 확실한 개선이 필요하다. 이란전을 지켜본 이들이라면 모두가 공감한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 지을 수 있었던 이란전의 경기력과 결과를 생각했어야 했다.

마치 잔디 때문에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는 뉘앙스는 팬들의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잔디 상태가 좋았다면, A조 1위 이란의 저력이 배가됐을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승점은 따냈지만 패한 것 같은 이런 기분은 탓 시리즈가 이어진 탓도 크다.

이근승 기자 (lkssky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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