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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계획 없이, 그냥 열매가 떨어지길 바랐던 신태용호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7-09-01 06:30 송고 | 2017-09-01 10:52 최종수정
권창훈이 3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9차전 이란과의 경기 중 손흥민을 위로하고 있다© News1 임세영 기자
권창훈이 3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9차전 이란과의 경기 중 손흥민을 위로하고 있다© News1 임세영 기자

이기고 싶었으나 승부수를 던지지 못했다. 아니, 승부수가 없었다. 대등한 전력이거나 우리보다 강한 상대를 꺾으려면 갖가지 준비와 그 준비를 경기 중 구현시키기 위한 숱한 반복 연습이 필수인데 너무 요행만 바란 내용이 나왔다. 아직 우리 공격수들의 수준은, 알아서 척척 풀어갈 정도는 아니다.

축구대표팀이 3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골을 내주지 않은 것은 반가우나 우리도 넣지 못했다. 실패했던 경기다.
신태용 감독은 이란전을 앞두고 2가지를 강조했다. 하나는 무실점이고 다른 하나는 승리였다. 실상 하나로 귀결되는 목표다. 이겨야 한다는 것이 대전제고 골을 내주지 않겠다는 것은 그래야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에서의 지향점이었다. 결과적으로 작은 목표(무실점)는 이뤘으나 그것에 신경 쓰느라 정작 큰 목표(승리)는 놓친 꼴이 됐다.

경기 후 신태용 감독은 "사실 오늘 경기를 이기고 마무리할 생각이었다"는 표현을 썼다. 최종 10차전까지 가면 너무 부담스럽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사실이고 그래서 이란전에서 본선행을 확정짓고 싶었다. 그랬다면 승부수를 띄웠어야 했는데, 준비한 게 너무 없었다.

이날 한국의 공격전개는 전방 공격수들에게 맡겨놓는 수준에 그쳤다. 추측이 아니다. 신 감독은 "아무래도 공격은 조직력보다도 개인능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손흥민과 황희찬, 권창훈 등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개개인을 믿었다. 이어 "앞에서 많이 뛰어줄 선수가 필요했다. 그래야 뒤에 있는 수비의 부담이 덜할 수 있다고 생각해 공격라인을 꾸렸다"고 덧붙였다. 실점하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에 '수비 잘하는 공격수'들을 배치했다는 뜻이다.
EPL에서도 톱클래스 공격수인 손흥민을 비롯해 권창훈이나 이재성, 황희찬 모두 뛰어난 공격 재능을 갖춘 선수들이다. 게다가 젊고, 빠르고, 활동량도 많아 신태용 감독이 원하는 '1차 거름종이' 역할로도 그만인 선수들이다. 신 감독이 원하는 조건에 부합하는 이들을 선별해 놓는 것까진 계획대로였다. 문제는, 욕심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란의 수비는 견고했다. 상암벌을 가득 채운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공격해도 전혀 흔들림 없었다. 최종예선 내내 단 1골도 내주지 않았던 것은 운이 아니었다. 그 단단함을 존중했다면, 공격수들이 알아서 뚫어주길 바라는 수준의 준비에 그쳤으면 안 됐다.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여건이 마련된 것도 아니다. 앞에서 많이 뛰면서 상대의 역습을 막아주거나 속도를 늦춰주는 임무까지 수행하는 와중 창의적인 움직임으로 상대 골문을 흔들어주길 바랐다면 정말 욕심이다

첫 번째 카드가 통하지 않았을 때 그다음 준비가 부족했다는 것도 아쉽다. 한국대표팀의 차선책은 이번에도 장신 김신욱이었다. 그렇게 나올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한 상대는 겹쳐 에워쌌고 김신욱은 다리에도 머리에도 공을 맞히지 못했다. 알면 쉬운 법이다.

투지와 열정으로 상대를 막는 것까지는 성공했으나 그 '열심히'가 공격에서도 먹히는 건 아니었다. 이날 한국의 유효슈팅은 제로였다. 다가오는 우즈벡전에서도 승리하지 못하면 자력 2위는 없다. 이젠 진짜 낭떠러지를 뒤에 놓고 치르는 경기다. 짧은 시간 동안 해법을 찾아야 한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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