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한국-이란전, 관중 가득 들어찬 서울월드컵경기장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이란의 경기에 앞서 관중들이 가득 들어찬 가운데 국민의례가 진행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 이게 바로 ‘붉은 악마’다.

이란과의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이 열린 지난 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 킥오프 45분 전 미국 뮤지션 핏불의 박진감 넘치는 음악, ‘프리덤’이 울려퍼지는 것과 동시에 신태용호 멤버들이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왔다. 이미 자리잡고 있던 3만 관중이 일제히 함성을 쏟아내며 태극전사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날 보안 검색 등에 시간이 걸릴 것을 우려해 관중에게 한 시간 전 입장을 권유했다. 벼랑 끝 한국 축구를 살려내겠다는 국민들의 간절함이 모아졌을까. 관중은 어느 때보다 일찍 경기장을 찾아 각종 응원도구를 들고 엄청난 열기를 뿜어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모든 사람들이 붉은색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이었다. 협회는 6만개의 붉은색 티셔츠를 준비해 입장객 모두에게 지급하고 붉은색 응원 도구도 나눠줬다. 한국 선수들이 입장한 지 몇 분 뒤 이란 선수들이 뛰어들 땐 ‘붉은색 야유’가 경기장을 울렸다. 2002 한·일 월드컵 때 모든 국민들이 ‘붉은 악마’가 되어 한국 축구를 응원한 장면은 전 세계에 감동을 안겨줬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그 때의 열기는 사그라들었다. 최근 A매치의 관중석은 일부만 제외하면 알록달록하기 일쑤였다. 빈 자리도 많았다. 이날 만큼은 달랐다. 이란에 패하면 32년 만의 월드컵 본선행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절박함이 선수들은 물론 팬들의 가슴도 울렸다. 기존에 태극기 문양이었던 클래퍼(관중에게 나눠주는 종이 응원지)도 이번엔 그냥 단순한 ‘빨강’이었다. 2013년 10월12일 브라질과의 친선 경기 이후 거의 4년 만에 6만 관중이 상암벌을 꽉 채웠다.

이에 질세라 이란 응원단 수백여명이 남쪽 2층 관중석에서 “이란~ 이란”을 외쳤으나 임팩트는 없었다. 이란은 지난해 10월 한국과의 홈 경기 때 음산한 분위기를 한껏 연출했다. 경기일이 종교적인 추모일과 맞물리면서 대부분의 관중이 검은색 옷을 입고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대표팀 코치였던 신 감독은 “그런 분위기에 눌려 우리 선수들이 더 힘을 못 쓴 것 아니었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신 감독은 이번 이란과의 홈 경기를 앞두고 “6만 관중의 붉은 물결에 이란 선수들이 놀라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팬들이 신 감독의 바람을 현실화했다. 장내 아나운서는 경기 시작 전까지 응원 구호를 끝 없이 틀면서 ‘하나된 붉은악마’를 주문했다.

선수들이 호명될 때의 반응도 평소보다 더 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손흥민에게 쏟아졌던 함성은 교체 명단에 들어간 ‘대박이 아빠’ 이동국 때 다시 쾅쾅 울렸다. 힙합이 선수들의 워밍업을 도왔다면, 양팀 선수 입장 땐 엔리오 모리코네의 장엄하고 비장한 음악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분위기를 바꿨다. 클라이맥스는 6만 관중이 힘차게 부르는 애국가였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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