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황희찬 \'세명도 문제 없어\'
황희찬이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서 상대 수비수 3명 사이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 안타까운 시간이 흘러갔다. 같은 조에서 순위경쟁을 벌이고 있던 우즈베키스탄은 중국원정에서 선제실점하며 끌려가던 상황. 한국이 상대한 이란은 후반 초반 한 명이 퇴장당하며 한국에게 유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승리를 위한 단 한 골만 있다면 한국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통과해 러시아로 갈 수 있었다. 행운의 여신이 한국에게 미소를 지어줬지만 그 손을 마주잡기에는 태극전사들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 9차전에서 득점을 내지 못한채 0-0으로 비겼다. 4연패를 안겼던 이란에 패하지 않으며 연패를 끊었지만 다행이라고 여길 수 없는 아쉬운 결과였다. 짧은 준비기간을 투지와 간절함으로 메워보려했지만 역시나 조직적인 경기력이 빠르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한국은 오는 5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리는 최종예선 마지막 일전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약점을 노출한 조직력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숙제로 남겨졌다.

[SS포토] 이재성 \'절묘한 패스\'
이재성이 황희찬에게 패스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그동안 가동된 적 없었던 새로운 구성, 조직력 부족했다.

신태용 감독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소집일보다 일주일 먼저 K리그와 중국 슈퍼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조기소집해 조직력을 다졌다. 수비진이 대부분이었던 덕에 이란전 무실점을 위한 수비조직력 강화에 초점을 뒀다. 하지만 뒤늦게 합류한 유럽파들이 많아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던 공격진에서는 약점이 노출됐다. 부상여파를 이유로 출전여부를 숨기며 교란작전의 방편으로 삼았던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잘츠부르크)을 선발 투입하며 권창훈(디종)과 이재성(전북)으로 공격진을 구성했다. 그러나 공식경기에 처음으로 함께 나서는 낯선 조합은 신 감독이 바라던 빠르고 정확한 패스플레이를 이어나가지 못했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장현수(FC도쿄)로 구성된 더블 볼란치의 불안한 호흡은 공수에 걸쳐 한국에 부담을 안겼다. 공격적인 성향의 구자철은 수비시의 커버플레이에서 불안을 노출했고, 수비적인 성향의 장현수는 공격진으로 향하는 패스 공급을 원활하게 해주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 체제의 대표팀이 전력을 다질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음이 경기력으로 드러났다.

[SS포토] 이란의 EZATOLAHI, 퇴장 당할 줄이야...
이란의 에자톨라히가 31일 후반 김민재와의 공중볼 경합 중 보복성 플레이를 펼쳤다가 퇴장하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상대 퇴장, 수적 우위. 아쉬웠던 플랜B

후반 6분 이란 미드필더 사에드 에자톨라히가 공중볼을 다투고 착지하면서 의도적으로 김민재의 머리를 밟으며 퇴장당했다. 한 명이 부족해지자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은 공격수들을 불러들이고 미드필더를 투입하면서 무실점에 대한 의지를 표출했다. 수적 우위를 점한 한국은 잠시 공격의 불씨가 살아나나 싶었지만 부정확한 패스와 거친 드리블로 경기의 흐름을 틀어잡지 못했다. 후반 27분 이재성을 불러들이고 김신욱(전북)을 투입해 공격방식에 변화를 줬다. 김신욱이 상대 수비에 부담을 주며 라인을 뒤로 밀어내고 황희찬, 손흥민, 권창훈 등이 세컨드볼을 노리며 2선 침투를 시도했다. 의도는 좋았지만 수비라인을 깊숙하게 내려놓고 공중볼에 대비하는 이란 수비진을 무력화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김신욱의 머리를 향해 볼이 투입되지 못하면서 세컨드볼을 노릴 기회도 없었다. 후반 38분 김주영(허베이 화샤)을 투입해 뒤에 수비 3명만을 남기고 모두 공격에 가담했지만 슛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후반 43분 이동국(전북)을 투입하며 높이를 보강해봤지만 그마저도 허사였다. 이란의 강한 수비를 깰 비책은 효과를 거두지 못한채 상대의 무실점 행진을 9경기로 늘려줬다.

[SS포토]늦은 투입에 몸이 덜 풀린 발리슛의 장인 이동국
이동국이 발리슛을 시도했으나 높이 솟구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부담감 커진 신태용호, 조직력 강화 숙제

이란과 경기에서는 승점 1을 얻는데 그쳤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던 경기였고, 설욕의 의지도 강해 마음이 앞서나간 경기였던 만큼 패배로 기세가 꺾이지 않은 것에 애써 의미를 둬야하는 결과였다. 중국이 우즈벡을 물리쳐주는 호재속에서도 결국 한국은 마지막까지 순위다툼을 벌여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일주일의 조기소집 기회도 선수들이 제각각 도착하면서 온전히 누리지 못한 가운데 이란과 경기를 통해서 대표팀은 공수에 걸쳐 조직력의 약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날 이란전 23명 엔트리에서 제외된 기성용(스완지시티)과 김기희(상하이 상강), 남태희(알두하일SC)을 포함해 우즈벡을 상대할 오는 5일까지 커다란 숙제가 안겨졌다. 정확한 패스를 해낼 수 있을 만큼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허둥대지 않고 동료를 믿을 수 있을 만큼 결속력을 다져야하는 신태용호다.

polaris@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