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역사를 긍정적으로 본 罪

성호철 기자 2017. 9. 1. 03: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성진 중소벤처부 장관 후보자, 좌파의 이념 공세에 회견 자청]
- "식민지 겪고도 산업화·민주화"
"이승만·박정희 정권의 공헌 있다
더 좋은 나라를 미래 세대에 전수하는 게 우리 세대의 역할"
- 中企·벤처 "능력 검증은 뒷전"
"지금 이념 편가르기 할 때냐".. 靑 "여론 보겠지만 문제는 없다"

31일 오전 11시 38분 박성진(49) 중소벤처기업부 초대 장관 후보자가 예정에 없던 기자 회견을 자청(自請)했다. 이날 2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급하게 마련된 기자 회견은 1시간 반 동안 이어졌고 박 후보자는 5차례나 말을 끊고 물을 마셨다. 이날 기자 회견은 전날 한 언론이 "박 후보자가 1948년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서술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를 미화하는 연구보고서를 썼다"는 보도에서 촉발했다. 이후 진보진영에서 건국을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이 아닌, 1948년 정부 수립일로 보는 박 후보자를 '뉴라이트 사관'을 가진 인사라고 비판했다. 때아닌 '역사관 검증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이에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문재인 대통령은 박 후보자 지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31일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굳은 표정으로 들어오고 있다. 박 후보자는 역사관 등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1시간 30여 분 동안 해명하며 자진 사퇴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남강호 기자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솔직히 건국과 정부 수립이 개념이 다르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며 "뉴라이트라는 말은 들어본 적은 있지만, 한 번도 이 운동이 어떤 성격인지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부끄럽지만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기 전에는 정치적·이념적 성향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부산 출신인 박 후보자는 1987년 첫 입학생을 뽑은 포항공대(현 포스텍)에 들어가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고, 이후 포스텍 교수로 재직했다.

"이승만·박정희 정권, 근대화에 공헌"

이날 정치적 성향을 묻는 말이 쏟아지자 박 후보자는 "대학교 때 학생 운동을 안 했다"고 말했다. 그는 "포항공대 다닐 때 고향인 부산에 오면 최루탄 냄새가 났고 친구들에게 민주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그때 친구들처럼 학생운동을 안 하는 대신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서 나라에 도움 주겠다고 생각했고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촛불집회에 나간 적 있느냐"는 질문에도 "한 번도 안 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관과 관련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헌법의 정신과 가치를 존중하고 인정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1953년 우리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못 살던 나라였지만 이제 수출 6위국이 됐다"며 "식민지를 겪은 나라 중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룬 건 한국뿐"이라고 했다. 이어 "아버지·할아버지 세대가 잘한 것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며 "더 노력해서 더 좋은 나라를 미래 세대에 전수하는 게 우리 세대의 역할"이라고 했다.

박 후보자는 "이승만 정권과 박정희 정권이 근대화에 공헌이 있었다"며 "다만 인권 훼손과 같은 어두운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고민할) 접점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일청구권으로 받은 돈으로 포스코 만들 때 '제대로 못 만들면 우린 다 죽는다'고 한 고(故) 박태준 회장의 정신에 감동받았다"며 "그런 정신으로 연구비를 받아 연구했고, 연구 창업도 했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자신이 과거 진화론을 부정하는 창조과학회 이사를 맡았던 데 대해 "창조론을 믿는 게 아니라, 창조신앙을 믿는 것"이라며 "공학도로서 진화론도 존중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 "장관의 역량 검증은 뒷전"

박 후보자에 대해 청와대는 "본인 해명 이후 여론 추이를 지켜보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통적 지지층인 진보·좌파의 반발에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정의당과 국민의당은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정의당은 이날 "사퇴 거부는 비상식적"이라며 "과거 노골적으로 뉴라이트적 이념과 종교적 색채를 드러내며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치려 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창조과학, 뉴라이트 논란 등에 대한 박 후보자 해명은 '그런 뜻인 줄 몰랐으니 잘못이 없다'는 것"이라며 "조용히 학교로 돌아가라"고 했다. 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공식 반응을 내지 않고 있다.

반면 중소·벤처기업계는 초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이념 논란에 대해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이념 논쟁 때문에 박 후보자가 제대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살리고, 창업 활성화를 해야 할 역량이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말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정치인들도 맨땅에서 창업 경쟁을 해봐야 내 편, 네 편으로 이념 가르기가 얼마나 한가한 소리인지 알 것"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s ⓒ 조선비즈 & Chosun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