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재정 악화 시나리오, 과연 기우일까

김원배 2017. 9. 1.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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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배경제부 차장
북한 미사일 위협에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셋째로 높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엔 견실한 재정이 큰 몫을 했다. 지난해 말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8.3%로 미국(107.4%)이나 일본(239.2%)보다 크게 낮다. 하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

2015년 12월 기획재정부는 ‘2060년 장기재정전망’을 처음 발표했다. 앞으로 정부의 재량지출(조정 가능한 것)을 경제성장만큼 늘리는 경우 2060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62.4%가 될 것이란 내용이다. 만일 매년 늘어나는 재량지출을 10% 삭감하면 국가채무 비율은 38.1%로 준다.

기재부는 여기에 세 가지 부정적 시나리오를 추가했다. 첫째 2020년 10조원 규모의 의무지출(근거 법 등에 의해 꼭 써야 하는 것)이 재원 마련 대책 없이 추가된다. 둘째 기초연금 지급액을 국민연금에 연계해 인상한다. 셋째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0.3%포인트 하락한다. 이게 겹치면 2060년 국가채무 비율은 GDP 대비 157.9%로 치솟을 것으로 추산했다. 과연 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우며 임기 중 공무원 17만 명을 증원하겠다고 한다. 또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5년 평균 인상률을 넘는 금액을 지원키로 했다. 내년 예산에 반영된 것만 3조원이다. 내년 4월부터 기초연금이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인상된다.

복지 확대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속할 수 있게 하려면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법인세와 근로소득세의 상당 부분을 대기업과 그곳에 다니는 직원들이 낸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의 사정이 어렵다. 국내 조선업체는 최근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경쟁에서 중국 업체에 밀렸다. 현대자동차 중국 공장 4곳은 부품 대금을 내지 못해 일시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최근 예산안과 함께 발표된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이 기간 중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5.8%)이 재정수입 증가율(5.5%)을 넘는다. 더구나 반드시 써야 하는 의무지출의 증가율이 7.2%로 더 높다. 그럼에도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2021년 국가채무 비율을 40.4%로 관리하겠다는 게 현 기재부의 설명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얘기지만, 국회와 재정 전문가의 엄밀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설사 현 정부 임기 안에는 괜찮다고 해도 그 이후엔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출산절벽으로 인구감소 시점이 2020년대 초로 당겨질 것으로 예상되고, 고령화는 더 빨라질 것이다. 정부는 매년 예산안과 함께 5년 단위 재정운용계획을 낸다. 이젠 최소한 10~20년을 내다보는 안목으로 재정을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 지속 가능한 복지 정책을 할 수 있다.

김원배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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