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란

수적 우위 못 살리고 무승부…지긋지긋한 ‘이란 징크스’

양승남 기자

“붉은 물결로 놀라게 해주고 싶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의 바람대로 상암벌은 붉은 바다를 이뤘다. 6만3124명의 축구팬들이 관중석을 꽉 채웠다. 15년 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2002 한일월드컵의 열정과 환희과 관중석에 흘러넘쳤다. 붉은 옷을 입고 붉은 응원 도구를 들고 내뿜는 함성은 축구팬들은 시종 “오~필승 코리아” 노래를 불렀다.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지켜달라는 축구팬들의 열망의 표현은 뜨겁고 간절했다.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의 오른팔에는 빨간색 붕대가 감겨 있었다. 선수들도 투혼을 다하겠다는 의지였다.

신태용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이란과의 경기에서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신태용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이란과의 경기에서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마음은 가득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한국 축구는 수적 우위 속에서도 제대로 된 유효슈팅조차 날리지 못했다. 지긋지긋한 이란전 4연패의 사슬을 끊은 것에 만족할 수 없는 한판이었다. 같은 시간 중국이 우즈베키스탄을 꺾어 한국이 한 골만 넣어 승리했다면 월드컵 본선행을 이룰 수 있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한국의 러시아행은 결국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결정난다.

한국 축구가 숙적 이란과 비겼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A조 9차전에서 이란과 0-0으로 비겼다. 이로써 한국은 4승2무3패(승점 14)로 이란(6승3무·승점 21)에 이어 조 2위를 지켰다. 한국은 이날 중국에 패한 4위 우즈베키스탄(4승5패·승점 12)과 9월 5일 자정에 열리는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본선행 티켓을 다툰다. 같은 시간 카타르를 3-1로 이긴 시리아(3승3무3패·승점 12)가 우즈베키스탄에 골득실에서 앞서 조 3위로 올라섰다. 시리아는 이란과 최종전을 치른다.

신태용 감독은 예상을 깬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진 황희찬·손흥민을 선발로 내세우고 신인 수비수 김민재를 선발로 투입했다. 새로운 변화로 숙적을 깨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경기는 의도대로 풀리지 않았다. 최종예선에서 무실점 중인 이란의 강력한 수비에 막혀 이렇다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전반 18분 세트피스에서 선제골 기회를 놓친 게 아쉬웠다. 후방에서 올려준 프리킥을 김민재가 헤딩으로 문전으로 연결했고 장현수가 헤딩슛을 날렸으나 아쉽게 골문을 살짝 빗나갔다.

이후 한국은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고 전반을 마쳤다. 후반 초반에 기회가 왔다. 후반 7분 이란의 사에드 에자톨라히가 헤딩 경합 후 김민재의 머리를 밟아 곧바로 퇴장을 당했다. 한국은 이후 수적 우위를 앞세워 점유율을 높이며 몰아붙였다. 손흥민이 부지런히 움직였고 김진수가 사이드를 돌파하며 기회를 엿봤다.

축구팬들의 응원 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이란의 강력한 수비진은 수적 열세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한국은 이후 후반 27분에 김신욱 후반 44분에는 이동국 등 전북의 두 공격수를 넣어 마지막 기회를 노렸다. 그러나 여전히 날카로운 공격이 나오지 않았다. 후방에서의 패스는 정확도가 떨어졌고 이란의 강력한 수비진은 빈틈을 주지 않았다.

이동국과 손흥민이 막판에 슈팅을 터뜨렸으나 역시 정확도가 떨어졌다. 결국 11-10의 우위에서도 한국은 0-0의 성적표로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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