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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 "감독이 배우보다 훨씬 용기있는 사람들"

등록 2017.08.31 16:4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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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 "감독이 배우보다 훨씬 용기있는 사람들"


■첫 연출작 '여배우는 오늘도' 공개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어쩌다 이렇게 된 건죠.(웃음) 감독이 돼야 겠다는 목표나 의지가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영화 일을 10여년 하다보니까 영화가 더 좋아지고, 더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하게 됐고, 그렇게 조몰락거리다가 이렇게 됐습니다."

 배우 문소리(43)의 첫 연출작 '여배우는 오늘도'가 31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문소리 감독은 이날 시사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이자리에 와보니 감독이라는 사람들이 배우보다 훨씬 용기 있는 사람들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문소리의 감독 데뷔작 '여배우는 오늘도'는 여배우 '문소리'에 관한 이야기다. 자신이 직접 연기한 '문소리'는 한 때는 최고 배우로 평가받았지만, 갈수록 할 수 있는 작품이 줄어들고 외모 자신감도 점점 하락하기만 하는 위기에 빠진 인물이다. 그렇다고 아내로서 엄마로서 며느리로서 딸로서 역할을 잘해내는 것도 아니다. 영화는 사면초가에 빠진 '문소리'의 이야기를 시종일관 유쾌하게 풀어낸다.

문소리 "감독이 배우보다 훨씬 용기있는 사람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저게 정말 문소리의 실제 이야기일까'라는 궁금증이 들 수밖에 없다. 3막으로 구성된 이 작품에는 여배우라면 정말 저런 상황에 처하지 않을까 하는 리얼리티가 느껴진다. 여배우에 대한 무례하고 무리한 요구들, 그렇지만 여배우여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문 감독은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고 픽션"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같은 사건을 겪은 건 아니지만 '문소리'와 유사한 감정을 느끼는 일들은 분명 있었을 것"이라며 "이게 사실은 아니어도 진실과 진심에 가까운 건 맞다"고 덧붙였다.

문소리 "감독이 배우보다 훨씬 용기있는 사람들"


 '여배우는 오늘도'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영화이지만, 가장 우선적으로 한국에서 여배우라는 존재가 어떤 것인가에 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요즘 죄다 형사 아니면 조폭이어서 할 역할이 없다"라든지, "여배우는 연기가 아니라 매력이 중요하다" 등의 대사는 여배우가 입지가 더욱 좁아진 최근 영화계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문 감독은 "(여배우로 산다는 게) 녹록치 않은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화만 내고, 기분이 안 좋은 채로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난 무엇을 해야 하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반 발자국이라도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그게 내가 여배우로서 해야 하는 고민들이고, 이 작품은 그런 고민과 움직임 속에서 용기를 낸 결과"라고 말했다.

 이 작품 이후에도 감독 문소리의 영화를 볼 수 있을까. 문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가능성만 열어뒀다. 그는 "제 안에 의미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연출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 이야기를 저보다 더 잘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안 할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할 사람이 없다면 그때 내가 맡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소리 "감독이 배우보다 훨씬 용기있는 사람들"


 "감독은 무슨 감독이야. 연기나 똑바로 해"가 이 작품의 마지막 대사다. '문소리'가 연기를 때려치우고 감독을 하겠다는 동료 배우에게 하는 말이다.

 문 감독은 이 대사에 대해 "난 정말 이렇게 생각한다. 하던 것도 똑바로 잘하기도 힘든데, 이것저것 넘보지 말라고 내가 나 자신한테 이야기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다만, 그런 결정을 내가 하는 것 같지 않다. 주어지는 게 아닐까. 주어지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내가 어떤 걸 할 수 있는 사람인지 또 엄격하게 생각해야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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