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세청 '엘리베이터 앞 안내 직원'이 사라진 이유

김원진 기자 2017. 8. 3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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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에서 주기적으로 정부세종청사 내 국세청을 방문하는 정부 당국자 ㄱ씨는 지난 봄 국세청에 들렀다 예전과 달라진 광경을 목격했다. ㄱ씨는 “예전에는 국세청장이나 차장이 들어오거나 나갈 때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여성 안내원들이 인사하는 모습을 종종 봤다”며 “하지만 최근 방문했을 때는 안내원들이 사려졌길래 시대에 뒤쳐지는 의전을 이제야 없앴나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차례 국세청을 방문했던 또 다른 정부 당국자 ㄴ씨도 “국세청 고위 간부로 보이는 인사가 퇴근할 때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여성 안내원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며 “요즘엔 거의 볼 수 없는 엘리베이터 의전을 하길래 의아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3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국세청이 최근까지 정부세종청사 관리본부에서 용역업체를 통해 일괄 채용하는 안내원들과 별도로 여성 안내원 2명을 채용해 민원인 안내 업무와 함께 고위 간부의 엘리베이터 의전도 맡도록 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래픽: 김상민 기자

국세청은 2014년 12월 정부세종청사로 이전한 뒤 이듬해 2월10일부터 여성 안내원 2명을 1년 계약직으로 채용했다. 국세청과 용역업체 사이에 체결된 업무 계약서에는 “1층에서 민원인을 안내하는 업무를 한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안내원 2명은 지난 5월31일까지 안내 업무는 물론 엘리베이터 의전도 해야 했다. 이어 6월1일자로 소속을 옮겨 현재 다른 업무를 맡고 있다. 이들의 계약기간은 내년 2월초까지다.

정부세종청사에서는 행정안전부 소속 청사관리본부에서 용역업체를 통해 안내원들을 일괄 배치하는 것이 원칙이다. 국세청은 다른 정부 부처와 달리 보안상 층마다 스크린도어가 있어 민원인들이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성 안내원을 추가로 고용했다고 설명했다. 청사관리본부 관계자는 “별도의 안내원을 고용하는 것은 각 부처 자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세청 소속 공무원들이 직접 1층에서 민원인을 안내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 예산을 들여 고용한 계약직 안내원에게 고위 간부들의 엘리베이터 의전을 시킨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다른 부처에서는 신분 확인이 필요한 민원인이 찾아오면 직원들이 직접 1층으로 가 동행하고, 장·차관이 드나들어도 엘리베이터 의전을 따로 하지 않는다.

정부세종청사의 국세청 입구. 연합뉴스

마침 여성 안내원들이 엘리베이터 의전을 끝낸 시점이 지난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다음달 국세청장이 교체된 때인 점도 다른 해석을 낳았다. 2년 넘게 아무 문제 없이 민원인 안내와 엘리베이터 의전 업무를 해오던 안내원 2명의 보직이 새 정부가 출범한 다음달인 6월부터 갑자기 바뀐 것이다.

이에 국세청은 청사 보안 때문에 건물 내부 출입이 어려운 민원인 안내를 위해 자체 예산으로 여성 안내원 2명을 고용했고, 엘리베이터 의전은 부차적인 업무였다고 해명했다.

국세청 당국자는 “그동안 내부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와 따로 고용한 안내원 2명의 보직을 바꾼 것”이라며 “정권 교체에 따른 적폐 청산 같은 의미도 아니고 청장이 바뀌어서 지시가 내려온 사항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안내원 2명은 주로 민원인 안내 업무를 했고, 청장 (엘리베이터) 의전은 민원인 안내하다가 남는 시간에 잠시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앞서도 정부 공공기관의 엘리베이터 안내원 배치는 과잉 의전의 상징으로 비판받은 바 있다.

2015년 7월에는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가 서울 구로의 한 복지관을 방문했을 때 엘리베이터를 1층에 정지시킨 뒤 여성 직원을 엘리베이터 문 앞에 배치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복지관을 이용하던 어르신들이 계단을 이용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뒷말이 더 커졌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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