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일본 여성이 외국인 남성과 결혼하고 싶은 이유

이동준 입력 2017. 8. 31. 14:28 수정 2017. 8. 3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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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이 흠이 아닌 선택이 된 지금. 일부 여성들은 ‘일본 남성과의 결혼은 또 다른 구속’이라며 ‘동경해온 꿈’을 찾아 외국인 남성과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전했다.

얼핏 자신을 위한 선택으로 보이지만, 뒷면에는 여성에 대한 편견과 사회의 그릇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인 남성과 연애 중인 일본인 여성이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연애담을 공개하며, 한국 남성과의 연애를 조언하고 있다. (사진= 블로그 캡처)
■ ‘생각은 쉽게 변하지 않아’
일본의 여성 인권은 지금도 낮은 편에 속한다. 표면상으로는 남녀가 평등하고 여성들 지위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여성들이 느끼는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일본에서는 1970~80년대만 해도 여성을 '크리스마스 케이크'에 비유하며 ‘24살을 넘기면 여자가 아니다‘라는 우스꽝스러운 편견이 지배적이었다. 여성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25세를 넘기면 결혼 시장에서 뒤처진다고 조바심내는 등 잘못된 편견은 시대가 바뀐 지금까지 이어져 여성들을 힘들게 한다.

이에 그들은 ‘나답게 살겠다’는 캠페인을 벌이며, 여기에 여성 연예인들도 동참해서 한목소리를 내지만, ‘생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며 현실을 직시한 여성들은 해외로 눈을 돌린다.

나이는 일본 사회가 여성을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일 뿐이다. 현지 언론을 통해 전해진 기사를 보면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와 여성스러움 강조하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세히 규정하는 것도 여성을 힘들게 한다.
일본 드라마에 단정한 제복 차림 여성이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이며 '나답게 살겠다'고 외치는 여성들. 여기에는 연예인도 힘을 더하고 있다. (사진= 허핑턴포스트 캡처)
■ ‘날 위해서라도, 동경했던 외국 생활을 위해서라도 외국인 남성과 결혼하고 싶다’
이러한 분위기 조장은 사회뿐만이 아니라 여성들이 보는 잡지를 통해 전해지고 확산한다.
그러면서 대안을 내놓곤 하는데, 장편으로 연재·기획되는 ‘한국 등 외국인 남자친구 만들기 코너’와 한국인 남성과 연애 중인 여성들이 게재하는 연애담이 그렇다.

한국인 남성과의 연애를 연재코너로 다루는 여성지 메시에는 지난 25일 한국을 찾는 몇몇 여성들 사연이 전해졌다. 이들은 한류열풍으로 관심을 가진 후 여행과 남자친구를 만들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다.

지난해부터 2달에 1번꼴로 서울을 여행한 35세 M씨도 바로 이러한 목적으로 여행길에 올라 5살 연하의 한국인 남성과 만나 연애를 시작했다.
그는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한국문화를 접하고, 여성지를 정독해 그들이 원하는 것을 간파한 결과 한국인 남자친구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고 기뻐했다.

이어 M씨는 “30살이 넘으면 일본 남성들로부터 아줌마 취급 받지만, 한국 남성들은 개의치 않고 여자로 대해준다”며 “데이트할 때 더치페이하고 결혼 후 아침밥·점심 도시락 챙기면 그들에겐 ‘개념녀’가 될 수 있어서 너무 쉽다” 등 한국 남성과 연애하면 좋은 점들을 늘어놨다.
그러면서 그 남성과의 결혼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여자회' 원화 약세에 힘입어 한국을 여행하며 남성과 만남을 원하는 여성들을 가리킨다. 방송에서 일본 여성들이 "잘생긴 남자를 찾자"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확산하자 현지 언론에서도 관심을 기울였다. (사진= 일본 후지TV 방송화면 캡처)
방송에서 한국 남성이 일본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를 묻고 있다. 여성은 "일본 남성은 '초식남'이라서 먼저 다가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진= 일본 방송화면 캡처)
또 25일 일본 동양경제에는 인터넷 만남 사이트를 통해 국제결혼에 골인한 여성들 사연이 전해졌다.
호주 남성과 결혼을 앞둔 닛타 미나미(46)씨는 호주로 건너가기 전 영어공부에 한창이다.
그는 한 번의 결혼 실패 후 지금껏 혼자 지내오다 인터넷을 통해 남편 마이클(56)을 만났다.

닛타씨는 “시골 마을인 시즈오카현에서 나고 자라 이혼 후 주변과 가족으로부터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아왔다”며 “일본에서 40대 여성이 결혼할 확률은 극히 낮고, 여기에 위기감을 느껴 만남의 기회를 넓혀 국제결혼활동으로 그를 만났다”고 전했다.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수입이 안정되지 않은 탓에 의지하고 외로움을 달래줄 파트너를 원했던 그는 3개 사이트를 이용해 100명 정도의 남성과 이메일, 화상통신으로 교제하고, 그중 3명과 실제로 만나 2명과 연애한 후 지금 남편과 결혼을 결심했다.

닛타씨는 “화상통화로 멀리 있어도 매일 연락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곁으로 날아가 함께 지낼 수 있다”며 “외국인 남성들은 나이에 집착하지 않고 특히 파란 눈의 외국인 남성들은 아시아 여성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진지하게 대하고 미래를 바라본다”고 말했다.

이어 “호주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며 안정된 삶을 사는 그도 좋지만 오래전부터 꿈꿔온 외국 생활의 꿈이 실현을 앞두고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지금은 덜 하지만 일본 여성지에 '한국인 남자친구 사귀는 법'은 오래전부터 단골 소재다. 일본 여성지 anan은 지난해 여름 특집으로 이러한 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여성지에는 더치페이나 도시락 챙기기 등 일본에서는 당연한 것들이 한국 남성에게는 마치 대단한 것처럼 인식돼 그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조언부터, 상상 속 지어낸 얘기가 아닌 경험에서 나오는 연애담이 전해진다. 

그 결과 일본을 떠나고 싶은 여성들에게 믿음과 희망을 전해 M씨와 같은 여성이 나타나는 반면, 편견 있는 사회에 지친 여성들이 국제결혼을 결심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한·일 커플이 전하는 연애담이 확산해 이러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한국인 남자친구가 좋은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여성지나 커뮤니티, 블로그 등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사진= 블로그 화면 캡처)
일본인 여성이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한국인 남자친구가 좋은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한국인 남성과 사귀기 위해 한국어 강좌가 열리기도 한다.  (사진= 유튜브 캡처)
일본 내각부가 지난 7월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63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 국민 생활에 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재 자신의 생활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73.9%로, 버블경제시기 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삶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여성들은 일본을 떠나기 위한 방법으로 외국인 남성과의 결혼을 택한다. 이들을 두고 이해한다는 의견과 현실도피라는 지적이 엇갈리는 가운데, 인식 변화 등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의견에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결국 하는 사람에게 돌아간다. 남이라고 말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자신의 주변 여성도 남이기 때문이다. 
소중한 가족, 연인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편견에 시달리지 않길 바란다면 먼저 생각을 바꿔보면 어떨까.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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