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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통상임금' 법원, 신의성실 원칙 왜 배제했나(종합)

"결과 가정해 정당한 권리 막으면 안돼"
재정 '여유'·근로자 신뢰 등 근거로 배제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2017-08-31 12:43 송고 | 2017-08-31 15:58 최종수정
법원이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사건을 판결한 31일 서울 서초구 기아차 사옥 인근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있다. 2017.8.3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법원이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사건을 판결한 31일 서울 서초구 기아차 사옥 인근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있다. 2017.8.3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법원이 최대 쟁점이었던 '신의 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적용하지 않으면서 근로자들이 일부 승소했다. 신의칙이란 한 공동체에 속한 사람 또는 집단이 상대방이 갖는 신뢰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것으로, 민법 제2조 1항에 명시돼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권혁중)는 31일 근로자들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청구 소송에서 "회사는 근로자들에게 원금과 이자를 포함한 4223억원(청구금액 합계 1조926억원)의 미지급분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상여금 및 중식대는 통상임금에 포함됐지만, 일비는 통상임금의 요건인 '고정성'이 없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통상임금이란 근로자가 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받는 기초임금으로,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 등 각종 초과근로수당 산정과 퇴직금 액수에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돼 그 기초임금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초과 근로수당도 많아지는 구조다.

판결 선고를 앞두고 '기아차 패소 시 최대 3조원 비용 부담 발생' '자동차 업계 타격 불가피' 등의 언론보도가 이어지면서 관심이 집중된 이 사건의 핵심은 신의칙을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할지였다.
하급심의 판단 기준이 되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따라서 양측도 이를 크게 다투지 않았다.

다만 '회사가 미지급분의 임금 지급으로 중대한 경영상의 위험이 초래될 경우라면 신의칙에 위배돼 그 지급을 멈출 수 있다'는 대법원의 단서를 어떻게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도록 할지에 공을 들였다.

그 판례인 2013년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판결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회사는 당연히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그 지급으로 인해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존립이 위태로워질 경우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기아차 통상임금을 담당했던 재판부는 그러나 회사가 미지급분 지급 시 입게 될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 초래' 등의 주장은 '섣부른 단정'이라고 잘랐다.

재판부는 기아차가 미지급 법정수당을 지급하게 됨으로써 수천 개에 달하는 협력업체, 나아가 자동차 업계 전반에 큰 타격을 가할 수도 있다는 데에는 어느 정도 공감했다.

하지만 이같은 가정적인 결과를 예측해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는 정당한 권리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근로자들이 마땅히 받아야 했을 임금을 이제야 지급하는 것을 두고 비용이 추가로 지출된다는 점에만 주목해 이를 경제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관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 온 노사관계를 고려하면, 근로자가 회사의 중대한 어려움이 초래될 정도로 방관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기아차의 재정 및 경영상태와 매출실적 등도 나쁘지 않다고 봤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약 1조원에서 16조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한 게 근거가 됐다.

최근 사드(THAAD) 문제로 중국 내에서의 영업과 미국의 통상 압력 등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있다는 주장도 "명확한 증거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기각했다.

근로자들이 청구한 원금 중 재판부가 인정한 3126억원은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근로자 모두에게 지급한 경영성과급보다도 적고, 이자를 포함해도 4223억원에 불과하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재판부는 4223억원을 일시불로 지급하기 어렵다면 연차적으로 이를 확보하거나 노사간 합의로 분할 상환의 가능성도 있다고 방법도 제시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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