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허깨비 같은 세상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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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30일 수요일 흐림.
지금 모든 것.
'지금 모든 것.'
한국어로 '지금 모든 것'이라 쓰인 소량의 레코드는 금세 품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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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Arcade Fire 'Everything Now' (2017년)
[동아일보] 2017년 8월 30일 수요일 흐림. 지금 모든 것.
#261 Arcade Fire ‘Everything Now’ (2017년)
최근 신작 ‘Everything Now’를 낸 캐나다 록 밴드 아케이드 파이어.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
그랬다면 지금 행복할 수 있을까. 하지만 우리는 고양이처럼 기억을 잃고 현재의 순간을 사는 자들. 지나간 순간들은 꿈에서 본 섬의 실루엣 같다. 존재하지도 존재하지 않지도 않는 전설의 바다 위에 떠 있다.
‘지금 모든 것.’
캐나다 록 밴드 아케이드 파이어가 최근 4년 만에 낸 신작 제목은 ‘Everything Now’. 그들은 이 구절을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해서 LP레코드에 인쇄했다. 한국어로 ‘지금 모든 것’이라 쓰인 소량의 레코드는 금세 품절됐다.
‘Everything Now’에서 이들은 또 한 번 허깨비 같은 멋진 신세계를 노래한다. 소셜미디어의 홍수. 현재의 순간을 꽉 채우는 무한한 모든 것. 그 이면에 도사리는 균열과 결핍 같은 것들. ‘길 위의 1인치마다 도시가 있는데/아빠, 어째서 당신은 없는 거죠/당신이 보고파요, 지금 모든 것처럼.’ 보컬 윈 버틀러의 목소리는 데이비드 보위(1947∼2016)처럼 흔들린다.
우는 건지 비웃는 건지, 간절한 것인지 공허한 것인지, 아니면 모두 다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Reflektor’에서 파국으로 돌진하는 트럭을 추동했던 디스코 리듬은 ‘Everything Now’에서 아바의 옷을 덧입었다. 꼭 ‘Dancing Queen’ 같은 드럼 비트와 찰랑대는 피아노. 아이티 전통 타악기가 전작에 이상한 원시적 분위기를 더했다면 이번엔 피그미 플루트가 그 역할을 맡는다.
전 세계의 도시 위로, 수억 개의 손 위로 돋아난 안테나는 매분 매초 젊음과 흥분과 상품 정보를 수신한다. 그 모든 킬로바이트가 링거를 타고 뇌로 흘러든다. 전전두엽은 마비되고 우리의 기억과 후회와 망상과 걱정은 0과 1처럼 명멸한다. 우리는 어디에 존재하는 걸까. 순간을 가득 채우고 넘치는 이 모든 것들 사이에서.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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