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대홍수..마른 땅이 없어 아이를 물에 묻었다

이경희 2017. 8. 30.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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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팔·방글라시아 휩쓸고 간 폭우
수십년만에 최악..1200명 이상 숨져
네팔 홍수로 폐렴을 앓다 숨진 8살 조카를 코시 강에 데려간 삼촌. 마른 땅이 남아 있지 않아 묻을 곳이 없어 강물 장례를 치렀다. [EPA=연합뉴스]
사상 초유의 대홍수 피해를 본 건 비단 미국만은 아니다.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을 강타하는 가운데, 지난 몇 주간 계속된 인도·네팔·방글라데시아 등의 몬순 폭우로 최소 1200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집계 결과가 나왔다. 미국 공영 라디오 NPR은 인도 북부, 네팔 남부와 방글라데시 북부 지역에서 총 2400만명이 홍수 피해를 보았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홍수는 몬순 지방에선 6월에서 9월 사이에 흔한 일이다. 하지만 국제 구호기구들은 수십 년 만에 최악의 홍수라고 증언한다. 유엔인도지원조정국에 따르면 급류는 집과 학교, 병원을 포함해 수십만채의 건물을 휩쓸어버렸다. 수백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보고된 사망자는 방글라데시 140명 이상, 네팔이 최소 143명, 인도가 850명가량이다.

침수 지역은 홍수가 내리기 전에도 이미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었다. 이번 폭우로 수천 헥타르의 농지가 쓸려갔다. 비가 계속 내린 탓에 구호 활동도 재개되지 못해, 식량 부족은 물론 수인성 질병이 퍼질 우려도 커졌다.

네팔 홍수로 잠긴 거리에서 소를 등에 지고 나르는 남성. [EPA=연합뉴스]
버즈피드 뉴스는 홍수 피해를 본 네팔 한 가정의 비극적인 사연을 소개했다. 8살 난 카말 사다는 폐렴을 앓고 있었지만, 폭우와 홍수로 병원에 가지 못했다. 며칠째 차가운 비를 피하지 못한 아이는 결국 숨졌다. 네팔의 전통에 따르면 죽은 아이를 땅에 묻어야 한다. 하지만 온 마을이 물에 잠겨 마른 땅이라곤 남아있지 않았다.

카말의 삼촌은 아이의 시신을 코시 강으로 데려갔다. 죽은 아이를 강물에 뉘었다.

"강물이 우리를 삼켰으니, 아이를 이승에서 안전하게 데려갈 길도 찾아주시겠죠." 강물 장례식은 유럽 프레스포토 에이전시(EPA) 소속의 사진 기자가 참관하고 기록해 버즈피드에 증언했다.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NPR 인터뷰에서 네팔 정부 등은 미국과 같은 재난 대응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비슷한 조건에서도 막대한 사상자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 이처럼 큰 재난이 미국 등에서 동시에 발생했을 때,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홍수로 집이 잠긴 인도 아쌈 지역. [AP=연합뉴스]
의료구호단체가 인도에서 구급약품을 나눠주고 있다. [AFP=연합뉴스]
구호 식량을 배급받는 인도인들. [AFP=연합뉴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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