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순
5회말 한화 <신경현>의 파울팁 타구에 머리를 맞은 최규순 야구 심판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IA가 외우내환에 빠졌다. 두산과 치열한 선두싸움을 전개 중인데 한국야구위원회(KBO) 최규순 전 심판위원에게 금전을 빌려준 사실이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구단과 현장 모두 “자숙할 때”라며 말을 아꼈지만 분위기가 좋을리 없다.

최 전 심판위원의 금전 갈취 사건을 조사중인 검찰은 최근 KIA 관계자 두 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최 전 심판위원의 계좌거래 내역을 조사하던 중 KIA 관계자들의 이름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 2012년과 2013년 최 전 심판위원의 명의로 된 계좌에 현금 100만원을 각각 입금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항이고, 참고인 자격으로 의견청취를 했기 때문에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함구해달라고 요청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최 전 심판위원이 다른 구단 관계자들에게도 금전을 갈취한 혐의가 드러날 경우 대가성 ‘금전거래’로 사건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비공개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IA 측은 이 사실이 외부에 공개된 29일 오후 “심판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일에 구단이 연루된 데 대해 팬 앞에 머리숙여 사과한다”고 발표했다. 구단측은 “이번 사안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해당 직원을 상대로 징계위원회를 진행 중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SS포토]
29일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SK과 KIA의 경기가 열린다. KIA 선수단이 7회초 2사 1루 김주찬 타구에 대한 판정이 번복되자 덕아웃으로 철수하며 경기가 중단되었다. 선동열(오른쪽 두번째) 감독이 최규순 심판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스포츠서울DB)

구단 관계자와 심판위원간 금전 거래가 있었다는 점에서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금전 거래를 통해 이득을 보려했던 정황이 있었는지 혹은 실제로 이득을 봤는지는 명명백백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의 수사 결과를 더 관심있게 지켜봐야 한다. 최 전 심판은 이번에도 앞서 드러난 두산 김승영 전 사장, 넥센에 금전요구를 했던 것과 같은 수법을 사용했다. 10년 이상 알고 지낸 KIA 관계자들에게 “교통사고가 나서 급히 합의금이 필요하다”, “채무관계가 있어 빚을 갚아야 하니 100만원만 빌려달라”는 식으로 접근했다. 구단 직원들은 업계 종사자가 곤경에 처했다고 판단해 최 심판원 명의의 계좌로 별 생각 없이 100만원을 송금했던 것이 문제가 됐다.

최 전 심판위원은 심각한 도박중독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재산을 도박으로 탕진하고도 손을 끊지 못해 심판의 지위를 이용해 구단 관계자들에게 “갚겠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몇몇 구단 관계자들은 “도박에 빠져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이들은 물불 가리지 않고 매달린다. 일면식도 없던 이들에게도 손을 벌릴 정도였으면 심각한 상태라고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 전 심판위원이 조속한 시일 내에 검찰조사에 응해 공범처럼 매도된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벗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최 전 심판위원의 금전요구를 거절했던 모 구단 관계자는 “거래는 오고 가는 게 있어야 성립된다. 하지만 최 전 심판위원은 돈을 빌려준 사람 입장에서는 주기만 했지 받은 게 없다. 금전거래가 아닌 일방적으로 갈취당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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