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망중립성 공방,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백봉삼 기자 2017. 8. 2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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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기업협회 토론회.."시기상조" vs "논의필요"

(지디넷코리아=백봉삼 기자)어떤 인터넷 콘텐츠라도 동등하게 다뤄야 한다는 ‘망중립성’ 원칙이 또 다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부터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짓 파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지난 5월 망중립성 원칙 폐기를 골자로 하는 '팩트시트'를 공개하면서 의견 수렴에 본격 나섰다.

지난 2014년 망중립성 원칙 도입 촉구 집회 장면. (사진=씨넷)



FCC의 이런 움직임에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주요 IT 기업들이 반대 의사를 내비치면서 망중립성 원칙을 놓고 뜨거운 공방을 벌이고 있다.

망중립성 이슈는 국내로 넘어와 통신업계와 국회 등을 중심으로 서서히 논의가 재점화 되는 분위기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9일 ‘흔들리는 망중립성, 인터넷 생태계가 위험하다’라는 주제로 제7차 굿인터넷클럽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인터넷 전문가들은 망중립성이 훼손될 경우 국내 통신사들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일부 참가자는 양쪽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펼치기보다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맞섰다.

■ “미국과 한국은 통신, 인터넷 환경 달라”

토론회에 참석한 인터넷 전문가들은 “망중립성은 돈의 문제가 아닌 원칙의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서로 환경이 다른 만큼 미국에서 이뤄지는 논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했다.

인터넷 전문가들은 또 ▲미국과 한국의 통신/인터넷 환경 ▲제로레이팅 문제 ▲데이터 원가 및 수익 등 객관적인 통계 수치가 없다는 점 ▲망중립성은 독과점 성격의 통신사들에 대한 사전규제라는 점 ▲글로벌 사업자들과의 형평성 문제 ▲통신사들의 재정 상황 등을 근거로 망중립성 수호 논리를 펼쳤다.

왼쪽부터 권헌영 교수(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김용배 팀장(콘텐츠연합플랫폼). 박지환 변호사(오픈넷) 윤철한 국장(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국현 대표(에디토이)



콘텐츠연합플랫폼(푹) 김용배 팀장은 미국과 국내 방송통신기술(ICT) 환경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미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망중립성 이슈를 그대로 국내로 가져오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미국과 우리나라는 환경 자체가 다르다. 넷플릭스 가입자가 5천만을 넘는 등 기존 유료방송사업자와의 역전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정권이 교체되면서 이들의 로비 경쟁이 치열했을 것”이라면서 “반면 우리나라는 OTT(Over The Top) 서비스인 푹티비나 티빙이 CJ헬로비전과 같은 유료방송사업자를 넘어서려면 5~10년 지나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려대학교 권헌영 교수도 “미국과 한국은 통신, 인터넷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미국 이슈를 가져와 논의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로 미국에서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 제로레이팅 도입 놓고도 공방

이날 토론회에선 최근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른 '제로레이팅'을 놓고도 열띤 공방을 벌였다.

제로레이팅이란 이용자의 데이터 이용료를 면제 또는 할인해 주는 제도를 의미한다. 사실상 콘텐츠 사업자들이 데이터 요금을 대신 내주는 방식이다.

오픈넷 소속 박지환 변호사는 “제로레이팅 서비스는 결국 인터넷 사업자와 이용자가 비용을 나눠 내는 개념일 뿐 통신사 이익에 전혀 변함이 없다"면서 "자금 여력이 풍부한 곳만 통신사와 계약이 가능하고, 중소 사업자들은 경쟁에서 뒤처지고 소비자 후생은 악화된다”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윤철한 국장 역시 “특정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면 소비자는 일단 좋겠지만 궁극적으로 그들에게 도움이 될까는 의문”이라며 “결국에는 대기업 쏠림현상이 가속화될 것이고, 그 폐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지환 변호사는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할 경우 이용자가 어떤 콘텐츠를 사용하는지,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아야 하는데 이 때 과도한 사생활 침해 이슈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망중립성 논의를 위한 기본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가 없다는 점도 거론됐다. 데이터 트래픽을 누가 얼마큼 일으키고, 이로 얻는 수익이 어떻게 나고 누가 가져가는지 객관적인 정보가 없다는 지적이다.

김용배 팀장은 “데이터에 대한 원가 공개 등을 통신사에 요구하고 있지만 이런 정확한 데이터 제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권헌영 교수는 “불필요하게 통신사나 인터넷 사업자를 자극하는 것보다 근본적인 문제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또 “망수익과 관련한 순환 구조를 객관적으로 알아야 건전한 논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 또 다른 쟁점 플랫폼 중립성은 어떻게?

최근 망중립성과 함께 플랫폼중립성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플랫폼 중립성이란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대형 포털 사업자들이 작은 콘텐츠 사업자들을 차별해선 안 된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망중립성과 플랫폼 중립성은 다른 이슈라고 주장했다.

박지환 변호사는 “망중립성과 플랫폼중립성 논의는 분리돼야 한다. 두 가지 논의를 같은 선상에 놓고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망중립성은 공공재인 주파수를 이용하는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이용자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전 규제 성격이 강하다는 것. 반면 부가통신사업자들 간 경쟁 문제가 있다면 이는 공정거래법으로 사후에 규제하는 것이 옳다는 게 박변호사의 입장이다.

윤철한 국장 역시 “소비자 선택에 의해 시장 지배력이 커진 부가통신사업자에게 플랫폼 중립성을 부여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망중립성 논의가 새롭게 전개되기 위해서는 유튜브, 페이스북 등 글로벌 사업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통신사들이 망 투자에 따른 부담을 콘텐츠 사업자에게 더 지우려 한다면, 트래픽 사용량이 월등히 많은 구글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에게도 똑같이 부담을 지워야 한다는 논리다.

김용배 팀장은 “OTT 사업자들도 현재 전송비를 지불하고 있는데, OTT 사업자들이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통신사 주장은 틀리다”면서 “망비용을 콘텐츠 사업자가 부담해야 한다면 트래픽 사용량이 많은데도 비용을 거의 내지 않는 글로벌 사업자들과 국내 업체 간의 형평성 문제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 "전체적인 규칙 제대로 논의할 필요도 있어"

토론회에 참석한 인터넷 업계 관계자들은 망증설과 신규 투자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통신사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윤철한 국장은 “망중립성은 원칙의 문제이지 돈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엄청난 투자가 필요해 비용이 부담이라면 정부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아 통신3사가 불필요하게 중복 투자하는 망 구축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시했다.

김용배 팀장은 “망중립성 이슈의 핵심은 통신비 부담 문제다. 종국에는 이용자의 통신 요금에 영향을 미치게 돼 있다”면서 “실제로 통신사가 위기에 처한 건지 명확히 분석한 뒤 논의를 전개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권헌영 교수는 전체적인 규칙을 새롭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반론을 펼쳤다.

권 교수는 "통신사들은 정부에 조단위의 막대한 비용을 내고 주파수를 할당받아 사용하는데, 계속 정부가 간섭만 하고 나쁘게만 몰아가니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면서 "전체적인 규칙을 제대로 논의해서 세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백봉삼 기자(paikshow@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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