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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불' 최규순 사태가 불러올 리그 존폐 위기


입력 2017.08.29 14:48 수정 2017.08.30 07:54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최규순에 돈 건넨 구단은 두산 이어 KIA

철저한 진상 조사 없다면 불공정 리그 오명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없음. ⓒ 연합뉴스

심판에 돈을 건넨 구단은 두산 베어스 하나만이 아니었다.

KIA 관계자는 29일 "2012년과 2013년 최규순 전 심판이 요구해 직원 두 명이 각각 한 차례씩 송금을 했다. 지난주 검찰에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최규순 심판은 지난 2014년 개인 사정과 건강 문제 등을 이유로 심판직에서 물러났고 KBO리그에서 다시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그라운드를 떠난 이유는 금품 수수 혐의 때문이었다.

야구규약 제155조 1항에 따르면, "리그 관계자들끼리 돈을 빌려주거나 보증을 서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심판과 구단 또는 선수들 간에 돈이 오고갈 경우 당연히 공정한 판정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돈을 건넨 두산과 KIA 구단도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두산은 이미 김승영 사장이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 수순을 밟았다. KIA 구단은 당초 금품을 건넨 사실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는 거짓말로 드러났다. KIA는 팬들로부터 괘씸죄까지 추가된 모습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를 사전에 알고도 은폐하려고 한 KBO(한국야구위원회)다. KBO는 지난해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자 철저하게 조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하지만 자체 조사는 미온적이었고, 급기야 징계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표하지도 않았다.

KBO가 이를 쉬쉬한 이유는 흥행에 찬물을 끼얹을까란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KBO리그는 공교롭게도 최규순 심판이 물러난 뒤 2015년 730만 관중을 시작으로 다시 한 번 관중 동원 면에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역대 최다인 833만 명을 동원하는데 성공했다. KBO가 조사에 나서고 쉬쉬했던 시점이다. 올 시즌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가운데 680만 명을 동원, 800만 관중 돌파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BO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연합뉴스

만약 KBO가 흥행을 위해 비리 사실을 덮었다면 이는 크나 큰 오산이다. 이미 팬들 사이에서는 최근 몇 년간 리그를 강타했던 승부조작 사건은 물론, 선수들의 음주운전 사건 등으로 큰 실망감이 팽배해져 있는 상황이다.

사적인 용무를 위해 심판의 권위를 이용, 돈을 받아 챙긴 최규순 전 심판으로 인해 리그의 근간이 흔들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사전 예방은 물론 사후 처방까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KBO와 심판이 요구한다고 돈을 건넨 구단들 모두가 이 사태의 공범이다.

최규순 심판 및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조사는 당연하고, KBO와 연루 구단들의 뼈를 깎는 반성과 처벌, 후속 조치 역시 동반되어야 한다. 이번에도 어물쩍 넘어간다면 기다리는 것은 팬들의 외면과 비리 넘치는 리그라는 오명, 그리고 리그 존폐 위기뿐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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