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일 것이냐, 살릴 것이냐 ..헬리코박터, 제균이 문제로다
헬리코박터 균 제거하는 '제균' 치료, 전문의 상담 통해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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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질환 중 하나가 바로 위장 질환이다. 위암은 10만 명 당 국내 환자 발생률이 남성 52.7명, 여성 21.4명으로 세계적으로도 최상위권에 속한다. 이렇게 위장질환을 유발하는 주원인 중 하나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헬리코박터 균)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헬리코박터 균은 위 점막층에 살고 있는 세균으로, 국내 성인 중 절반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위장 점막의 상피세포를 손상, 염증을 일으켜 위염, 위궤양, 위암 등을 유발한다. 이러한 위험으로 세계보건기구(WHO)는 헬리코박터 균을 지난 1994년 1급 암 유발인자로 분류한 바 있다.
헬리코박터 균의 위험이 알려지면서, 이 세균을 제거하는 제균 치료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다만 헬리코박터 균이 있다고 해서 모든 환자에게 질환이나 암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항생제 내성 등 부작용이 우려될 수 있어 제균치료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박재석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소화기병센터장은 “헬리코박터 균이 위장 질환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한 만큼, 위장질환이 있는 이들의 경우 헬리코박터 균에 대한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며 “다만 모든 위장질환 및 위암의 발병요인이 헬리코박터 균만은 아닌 만큼, 정기적인 검진을 통한 지속적인 점검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성인 50% 이상 감염, 가족간 감염이 주된 경로
헬리콥터처럼 생긴 모양에서 이름을 따온 헬리코박터 균은 전세계적으로 성인 인구의 약 50% 정도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병률은 연령이나 지역, 종족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선진국에서는 낮고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에서는 높다.
헬리코박터 균에 한 번 감염되면 자연 치유없이 짧게는 수년에서 일생 동안 감염이 지속된다. 다만 대부분의 감염자에게서는 별다른 임상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자신이 감염자인지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1998년 증상이 없는 사람들 5732명을 대상으로 혈청 검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의 46.6%, 16세 이상 성인의 66.9%가 헬리코박터 균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헬리코박터 균에 감염된 일부에게서 위염, 위궤양, 위암 같은 위장 질환이 발병한다는 점이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헬리코박터 균에 감염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위암에 걸릴 확률이 약 2~3배 높아진다. 그 외 소화성 궤양이나 소화불량, 림프종 등 위장 질환과 헬리코박터 균의 관련성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증명된 바 있다.
헬리코박터 균은 주로 사람과 사람 간 전파되며, 아동기에 가족 내에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주 감염 경로로는 대변 등 분비물을 통한 분변-구강 경로와 구강-구강 경로로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침이나 치석 등에서 헬리코박터 균이 검출되는 경우는 낮아 술잔 돌리기나 키스 등으로는 감염 전파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헬리코박터 균 감염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데(16세 이상 성인 기준 1998년 66.9%, 2005년 59.6%, 2011년 54.4%) 이는 위생환경 및 상태가 개선된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헬리코박터 균이 위장 질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헬리코박터 균을 제거하는 ‘제균 치료’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현재 헬리코박터 균에 대한 임상진료지침에서 제균 치료를 적극 권고하는 것은 소화성 궤양, 점막연관림프조직림프종, 그리고 내시경 절제 시술(ESD)을 한 조기 위암 등 3가지 질환이다. 이 질환들은 제균 치료를 통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것은 물론 재발 방지, 합병증 감소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헬리코박터 균이 위암 등 위장 질환을 유발하는 것은 맞지만, 헬리코박터 균에 감염된 모든 환자가 위장 질환을 일으키는 것은 아닌 만큼 제균 치료를 전반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더불어 항생제 내성 논란도 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에 따른 성공률이 15년 동안 89.5%에서 68%으로 감소했는데, 그 이유로 표준치료법에 대한 내성발현의 증가가 지목되고 있다.
박재석 센터장은 “제균 치료가 일부 위장 질환의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헬리코박터 균을 제거한다 해서 위장질환이 발병하지 않는 것도 아닌 만큼 고위험군 위주로 제균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며 “위장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검진을 통한 사전 차단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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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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