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일촉즉발 '국경 軍대치' 끝냈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2017. 8. 29.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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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달 브릭스 정상회의 앞두고 합의
中, 도로 공사 중단하고
印, 국경에서 병력 철수한 듯

중국과 인도가 28일 두 달 넘게 계속된 히말라야 고원 둥랑(洞朗·부탄명 도클람) 접경 지역의 군사적 대치를 끝냈다. 지난 6월 중순 이래 양국은 이곳 인근에 병력을 대대적으로 증강 배치하고 군사훈련을 실시해 '전쟁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인도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수 주간에 걸친 협상에 따라 대치 지점에서 병력을 즉각 철수시키는 데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인도 언론들은 "접경 대치 지점에서 양측 모두 철수를 진행하고 있다"며 "1962년 중·인 국경 전쟁 이후 양국 간 최악의 군사적 긴장을 낳았던 사태가 무력 충돌 없이 해결됐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군사 대치가 풀렸음을 확인했다.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인도 측이 월경(越境)했던 병력과 장비를 모두 인도 측으로 철수한 것을 중국 현장 인원들이 확인했다"고 말했다. 화 대변인은 그러나 "중국의 변방 부대는 둥랑 지역에서 계속 순찰하고 주둔할 것"이라고 밝혀 철수의 주체는 인도군임을 강조했다.

중국·인도·부탄 3국이 접경하고 있는 둥랑에서 군사 대치가 시작된 것은 지난 6월이다. 중국군이 인도 국경 방향으로 도로를 내기 시작하자 무장한 인도군 270여 명이 불도저 2대를 끌고 국경을 넘어 들어가 공사 진행을 막았다.

둥랑은 중국과 부탄이 영토 분쟁을 벌이는 곳으로 인도와 직접 관계는 없다. 그런데도 인도가 이처럼 강하게 나선 것은 중국군의 도로 공사를 인도에 대한 심각한 전략적 위협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둥랑은 '닭의 목'이라고 불리는 인도의 전략 요충지 '실리구리 회랑(Siliguri Corridor)'을 지척에 둔 곳이다. 실리구리 회랑은 인도 본토와 북동부 영토를 잇는 지역으로 가장 좁은 곳은 폭이 17㎞에 불과하다. 유사시 중국군이 이곳을 점령하면 인도 영토는 동서로 두 토막이 나게 된다.

양측은 대치 사태를 풀기 위해 그간 물밑 협상을 벌였으나 '양쪽이 동시에 물러서자'는 인도와 '조건 없는 철수'를 요구하는 중국 측이 평행선을 달렸다. 양측은 이날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양측의 기존 입장으로 미뤄볼 때 중국군은 도로 건설을 중단하거나 미뤄 인도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고, 인도군은 국경 너머로 병력을 철수함으로써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는 선에서 타협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 언론들은 9월 초 양국 정상이 만나야 하는 외교 일정도 타협을 재촉한 배경이라고 전했다. 오는 9월 3일 중국 샤먼에서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정상회의가 열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양측이 대치 사태 해결에 합의함으로써, 두 정상은 군사적 대치 속에 만나는 껄끄러운 장면을 피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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