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칼럼] 촛불정신, 국민의당이 살려야 한다

2017. 8. 2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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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성한용
정치팀 선임기자

27일 오후 국민의당 전당대회가 열린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은 당원들의 열기로 후끈거렸다. 개표에 앞서 그동안 당을 이끌어온 비상대책위원회 지도부가 인사를 했다.

박주선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을 위해 옳고 바른 길이라면 어떤 비난과 힐난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과 가치로 버텨온 95일이었다”고 자부했다. 국무총리 임명동의와 추가경정예산안 협조에 대한 설명이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제대로 된 비판을 하고 견제한 정당은 우리 국민의당밖에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철수 대표는 달랐다. 당선 연설에서 ‘철저하게 실력을 갖추고 단호하게 싸우는 선명한 야당의 길’을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한 선전포고였다.

‘돌아온 안철수’는 국민의당 지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까? 내년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안철수 대표가 지금 안고 있는 문제는 ‘시대’와 ‘위치’에 대한 안목 부족이다. 선장이 자신의 배가 어느 항구에서 출발해 어느 항구로 가고 있는지, 지금 어느 바다에 떠 있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2017년 8월 대한민국에서는 촛불혁명이 현재진행형이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했다.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그리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소추에 찬성했기 때문에 탄핵이 이루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5·9 대선에 나선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후보가 모두 촛불의 자식들이다. 억울할 것이다. 촛불의 성과를 문재인 대통령이 독식하는 것이 못마땅할 것이다. 그렇다고 촛불의 자식들이 촛불의 대열에서 이탈하면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가 높은 것은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달라는 국민의 여망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몰리기 때문이다. 정치인 문재인 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다. 새로운 대한민국은 문재인 대통령 혼자 만들 수 없다. 촛불의 자식들이 손잡고 함께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이 협력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법부 개혁이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려면 사법부를 개혁해야 한다. 기득권 세력이 장악한 사법부를 그대로 두고는 공정한 나라로 가는 첫걸음을 내디딜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이수 헌법재판관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김명수 전 춘천지방법원장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이유다.

자유한국당은 김명수 후보자를 ‘좌파 운동권’이라고 했다. 정우택 원내대표와 이주영 의원은 우리법연구회를 ‘사법부 내의 하나회’라고 했다. 세상에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왜 이럴까? 이들의 저항은 사법부를 놓치지 않으려는 기득권 세력의 몸부림이다.

안철수 대표는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아이의 미래를 좌우하는 세상과 싸울 것”이라고 했다. 바로 그거다. 로스쿨 출신 부잣집 자식들이 일류 로펌에 줄줄이 들어가고 있다. 머지않아 판검사와 일류 로펌을 부자들이 완전히 장악할지도 모른다. 막아야 한다.

그런데 안철수 대표는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우선 지금 사법부의 독립성이 침해받고 있는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한다. 김명수 후보자가 사법부 독립성을 지키고 개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대법원 판결에 대한 비판을 정권 차원의 사법부 독립성 침해로 해석한 것이다.

추미애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부정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그러나 그건 일종의 정치 공세다. 대법원을 서울대 출신 50~60대 보수 성향의 남자 판사들 수중에 놔두면 안철수 대표가 걱정하는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아이의 미래를 좌우하는 세상’이 된다.

정치적 공방과 사법부 개혁 중에서 ‘뭣이 중헌디’라는 말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명수 후보자가 낙마하면 사법부는 기득권 세력의 손에 넘어간다. 사법부 개혁이 실패하면 촛불이 꺼지는 것이다.

곧 9월 정기국회다. 40석 캐스팅 보트의 위력은 대단하다. 촛불정신을 살려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의당이 갖고 있다. 사법부 개혁이 먼저다. 문재인 정부와 싸우는 것은 그다음이다.

정치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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