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의 신기루 이익..미래 가늠 '잉여현금'은 -2594억

박준식 기자 입력 2017. 8. 2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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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8880억 흑자라더니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328억..손익계산서상 착시현상 지적 "수주활동 부진한데 정부자금으로 연명"

상반기 888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는 대우조선해양이 현금흐름표 상에선 같은 기간 1328억원의 영업활동 현금흐름 유출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상반기 중에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 2594억원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손익계산서상의 영업이익은 신기루와 같아 이 회사의 실제 영업력과 재무적 안정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27일 금융감독원과 대우조선 등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 상반기 동안 6조1881억원의 매출액과 888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조4883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연간 2조7895억원의 순손실에서 급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에서는 대우조선이 살아나고 있다는 관측도 내놓았다.

회사 측은 상반기에 해양플랜트 선주사와 재협상을 펼쳐 공사대금을 추가로 확보했고 인도지연 보상금 등을 받아 흑자가 났다고 설명했다. 과거엔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대규모 손실이 났는데 이제 그런 악화요인은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8880억원의 영업이익 중 실제 이익은 절반 이하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회사가 지난해 해양플랜트 사업과 관련해서 부실이 우려된다며 대손충당금 형식으로 유보했던 3900억원 가량을 이번 상반기에 환입해서다.

대우조선은 실제로 지난해 1조2000억원 가량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는데 아직도 8100억원 가량이 남아있다. 8100억원의 충당금은 관련 선박이 차질없이 인도되면 해당 회계기간 중에 장부상으로 환입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관련 액수는 영업이익으로 잡힌다.

상반기 충당금 환입액을 제외한 4980억원의 영업이익 중에서도 선박 제조이익이 아닌 구조조정성 자산 매각으로 인한 일회성 이익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우조선은 지난 5월 경영정상화를 위해 회사 임직원들의 급식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웰리브를 650억원을 받고 팔았다. 올해 초에는 해양플랜트 제품의 설계와 품질검사 등을 하던 자회사인 디섹을 약 700억원에 매각했다.

상반기 중에 부동산 자산도 다수 팔아치웠다. 대우조선은 지난해에 이어 서울 마곡에 확보했던 연구개발센터 부지를 제약사 등에 쪼개팔았다. 여기에 당산동 사옥도 352억원에 매각했다. 이렇게 부동산 매각으로 상반기에 확보한 돈이 500억원 이상이다.

문제는 손익계산서상으로 영업이익이 생겼어도 실제 회사의 본업은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이익창출력을 정확히 측정하려면 영업활동과 관련한 현금흐름을 살펴봐야 한다.

상반기 중 대우조선이 공시한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328억원이었다. 이 수치가 나온 과정을 자세히 보면 회사의 경쟁력이 드러난다.

상반기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1조1183억원이었다. 반면 이 돈을 벌어들이기 위해 회사가 쓴 비용이라고 할 수 있는 운전자본투자액은 1조3584억원에 달했다.

이로 인해 영업활동과 관련해 기록한 순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400억원 수준이다. 한마디로 계속 밑지는 장사를 한 셈이다. 회사는 -2400억원에 몇 가지 항목을 덧붙여 공시한 영업 현금흐름을 -1328억원 수준으로 맞췄다고 할 수 있다.

잉여현금흐름(FCF)으로 분석하면 대우조선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다. 어떤 회사가 자신의 힘만으로 영속하기 위해선 영업활동으로 돈을 벌고 생산시설 투자비용을 제외하고도 돈이 남아야 한다. 그 수치가 FCF 라고 할 수 있다.

대우조선은 상반기 중에 마이너스 2594억원의 FCF를 기록했다. 영업자산을 4640억원, 투자자산은 766억원 어치나 처분했지만 돈이 남지 않았던 것이다.

아울러 현금흐름표에서 눈여겨볼 사항은 재무활동 유입액이다. 상반기 중에 정부로부터 지원 결정을 얻어낸 이 회사는 이 기간 중 1조148억원의 재무활동 현금유입액을 기록했다. 실제로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빌어다 쓴 돈이다. 회사는 같은 기간 6347억원의 재무활동 유출액을 기록했는데 6000억원 이상이 단기, 장기 차입액을 갚은 것이었다. 이른바 돌려막기를 한 셈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수주활동이다. 상반기 중 대우조선이 수주했다고 밝힌 계약체결 규모는 7억7000만 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회사가 올해 정부로부터 6조원 규모의 추가지원을 받기로 하면서 전제조건으로 내건 수주목표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것이다. 이대로 수주 감소에 내몰리면 추가로 투입한 공적자금으로 2~3년 연명하다가 다시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준식 기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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