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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원장 선거 앞두고 “조계종 개혁” 시민사회로 확산

박경은 기자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명진 스님 승적 박탈 규탄 시민사회 1000인 선언’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명진 스님 승적 박탈 규탄 시민사회 1000인 선언’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40여일 앞둔 불교계가 시끄럽다. 으레 선거를 앞두고 어수선하기 마련이지만 이번엔 종단 내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요구와 맞물리면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단순한 종단 내부의 갈등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 높아지는 개혁 요구

지난 6월 불교계에선 개혁을 요구하는 ‘청정승가 공동체 구현과 종단 개혁을 위한 연석회의’가 출범했다. 전국선원수좌회,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등 주요 단체가 참여한 연석회의는 자승 총무원장 체제에서 불거진 주요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서울 보신각에서 촛불법회를 5차례에 걸쳐 이어오고 있다.

또 한국 불교에서 상징성을 갖고 있는 전국선원수좌회는 다음달 중 승려대회를 열기로 결의했다. 과거 수좌회의 승려대회는 종단의 위기 때마다 결정적인 역할을 해 온 초법적 기구다. 1986년 군부독재에 맞서 승려대회를 열었고, 1994년과 1998년 승려대회를 통해 종단 개혁을 이끌었다.

그동안 종단의 적폐로 지적돼 온 대표적인 사건들은 마곡사 금권선거, 용주사 주지 범계(계율을 어김) 문제, 적광 스님 폭행사건 등이다. 마곡사 주지 선거가 금권선거로 얼룩졌음에도 문제의 당사자가 당선되도록 방관했으며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된 용주사 주지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조계사 앞에서 시위를 한 적광 스님을 종단 호법부에서 폭행했음에도 가해자에 대한 징계나 사태의 진상에 대한 조사가 없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종단 내의 문제를 사회적 관심으로 환기시킨 것은 명진 스님 제적 문제다. ‘종단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 등을 이유로 제적된 명진 스님에 대해 조계종은 지난 16일 “제적 징계가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명진 스님은 지난 18일부터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여기에 종교계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의 원로와 주요 인사들이 연대하면서 조계종 개혁에 가세하고 있다. 불교 및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3일 조계사 앞에서 명진 스님 승적 박탈을 규탄하는 1000인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을 비롯해 유시민 작가 등도 단식 중인 명진 스님을 방문하는 등 시민사회단체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불교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종단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았는데 주로 종단 내의 싸움에 그치는 양상이었다”면서 “이번엔 재가자와 시민사회를 중심축으로 확산되고 있어 어느 때보다 적폐 청산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계종 측은 “명진 스님에겐 여러 차례 소명의 기회가 주어졌으나 스스로 방어권을 포기했고 종단은 모든 과정을 종헌·종법 절차에 따라 진행해 왔다”면서 “명진 스님 문제를 진영논리로 몰고가는 듯한 모습은 안타깝다”고 해명했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지난 18일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간 명진 스님(오른쪽)을 가수 전인권이 방문해 위로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지난 18일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간 명진 스님(오른쪽)을 가수 전인권이 방문해 위로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 총무원장 선거

오는 10월 제35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가 치러진다. 현재 조계종 지도부의 ‘의중’이 실린 유력 후보는 수덕사 방장 설정 스님(76)이다. 어느 때보다 종단 안팎을 둘러싼 갈등이 심각하고 위기감이 깊은 때라 덕망이 높은 원로를 추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위기다. 총무원장 선거인단에 포함되는 중앙종회 의원 모임에서도 설정 스님을 후보로 추대하는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많다. 자승 스님이 퇴임 후를 보장받으려는 시도일 뿐 아니라 자승 스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 온 전국선원수좌회에 대한 설정 스님의 영향력도 고려했다는 것이다. 교계 일각에서는 “종정 선출 회의가 2021년 열린다”면서 “설정 스님이 총무원장을 거쳐 종정에 도전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와 함께 전 범어사 주지를 지낸 안국선원 수불 스님도 총무원장 출마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으며 전 봉은사 주지 원학 스님도 “자천과 타천으로 총무원장 선거에 출마하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가 없지 않았다”며 출마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올해 총무원장 선거 후보 등록은 9월18일부터 20일까지다. 선거는 선거인단 확정 뒤 10월12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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