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으니까 재밌네" 롯데제과 '거꾸로 수박바' 개발팀

서정민 2017. 8. 2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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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제과 31년 장수 상품, 새옷 갈아입고 대박
멜론 맛 빨강, 딸기 맛 초록 부분 비율 '거꾸로'
'반전의 묘미' 즐기는 젊은이들 트렌드 맞춰
품평회 땐 1인당 40~50개씩 먹어야 하는 고충도
"요즘 빙과 제품의 경쟁 상대는 커피와 주스'"
6월 말 편의점 CU를 통해 선보이며 히트를 친 ‘거꾸로 수박바’ 의 주인공 이경재 빙과유통담당 팀장(왼쪽)과 윤제권 아이스제품 개발&마케팅 담당 수석. 김상선 기자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이게 꿈이냐 생시냐” “빨간 부분이 작아지니까 씨(초콜릿)까지 줄어들어 아쉽다” “한 번 뒤집어보니 원조의 소중함을 알겠다” “사람 맘은 갈대에요 차라리 반반을 만들어주세요”

올해 여름 SNS를 뜨겁게 달군 사연들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롯데제과 ‘거꾸로 수박바’. 1986년 첫 선을 보인 ‘수박바’의 속살(멜론 맛 빨강 부분)과 껍질(딸기 맛 초록 부분)의 비율을 반전시켰더니 대박이 났다. 출시 54일 만에 450만 개가 팔렸다. 원조 수박바도 덩달아 7월 한 달 매출이 86% 상승했다.

‘거꾸로 수박바’를 탄생시킨 롯데제과 아이스제품 개발&마케팅 담당 윤제권 수석과 빙과유통담당 이경재 팀장은 “31년 만의 변신이었는데 결과가 좋아 다행”이라며 “여러 모로 타이밍이 제대로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원조 수박바의 비율을 바꿔달라는 소비자 의견은 오래전부터 꾸준히 있어왔다. 제품 개발을 맡고 있는 윤 수석은 “껍질부분의 양을 획기적으로 늘린다면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팀에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고민 중이었다”며 “소비자들이 ‘다음에는 이런 것들을 원한다’며 SNS에 올린 ‘줄무늬 수박바’ ‘쌍쌍 수박바’ 컴퓨터 그래픽처럼 빨강·초록 부분을 절반씩 만들어볼 것도 고려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때 마침 유통업체인 편의점 CU의 담당 MD가 ‘아예 확 뒤집어보자’ 의견을 낸 것이다.
수박 속살(멜론 맛 빨강 부분)과 껍질(딸기 맛 초록 부분)의 비율을 뒤바꾼 '거꾸로 수박바'. [사진 롯데제과]
영업담당인 이 팀장은 “기존의 생각을 비틀어 ‘반전의 묘미’를 즐기는 게 요즘의 소비 트렌드로 떠오른 점, 유통 채널 별로 PB 상품들이 적극 개발된 점도 타이밍이 맞았다”고 했다.
올해 롯데제과 빙과사업팀은 화제의 상품을 계속 내놓았다. 지난 4월에는 홈플러스 PB 상품으로 죠스바와 수박바를 474ml 파인트 통에 담은 아이스크림 ‘죠스통’과 ‘수박통’도 선보였다. “바를 잡고 먹는 것보다 우아하게 먹고 싶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고 싶다”는 소비자의 의견과 홈플러스 MD들의 아이디어가 기폭제였다. 지난해에는 세븐일레븐과 함께 요구르트 맛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다. 자체적으로는 지난 6월 1일 80년대 삼총사 ‘죠스바(1983)’ ‘스크류바(1985)’ ‘수박바(1986)’를 파우치에 담아 선보였다.
1980년대 출시돼 30여 년간 빙과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려온 죠스바·스크류바·수박바(왼쪽부터)가 친근한 이미지와 파우치 형태의 새로운 포장에 힘입어 또 다른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사진 롯데제과]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성공 뒤에는 나름의 애환이 숨어 있는 법.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 품평회가 열리는데 앉은 자리에서 1인당 40~50개씩 빙과제품을 먹는 것은 기본이다. 윤 수석은 “사무실에 편의점 크기만 한 큰 냉동고가 있다”며 “국내 주요 경쟁사 제품은 물론 일본·미국·유럽의 빙과 제품 2000여 개를 담아 넣고 수시로 꺼내 먹으며 아이디어를 떠올린다”고 했다. 덕분에 한여름엔 타 부서 직원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지만, 겨울엔 실내에서도 늘 입이 얼얼하다. 이 팀장은 “우린 숙취해소도 빙과제품으로 한다”며 “구연산이 들어간 조스바나 펜슬 형태의 튜브 제품인 심쿵코코를 말랑말랑하게 손으로 녹여서 한 번에 쭉 마시면 머리가 찡 해지면서 술이 확 깬다”고 했다.

요즘 두 사람의 걱정은 ‘빙과제품의 경쟁상대로 커피와 주스를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였다. 이 팀장은 “예전에는 직원들끼리 다 같이 식사를 한 다음 편의점에 들러 하드 하나씩 입에 물고 나왔던 기억이 많았지만 요즘은 모두 커피 아니면 주스를 마신다”며 “이때 상사나 선배가 하드 이야기를 꺼내면 저렴한 걸로 때우려는 사람 되기 십상”이라고 했다. 30년 장수 아이템이 여전히 새로운 변신을 노력하는 이유다.

서정민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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