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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 '그알', 원점으로 돌린 미제사건…"DNA보다 단추가 중요"

김지혜 기자 작성 2017.08.27 01:25 조회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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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알고싶다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그것이 알고 싶다'가 미제사건에 강력한 물음표를 제시하며 수사를 원점으로 돌렸다. 

26일 밤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2005년 발생한 미입주 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모를 파헤치고, 12년째 미제로 남아있는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냈다.

2005년 6월 16일 청소업체 아르바이트생 민혁(가명) 씨는 전단지를 붙이러 서울 성북구의 한 미입주 아파트를 찾았다가 부패된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실종 일주일째인 이해령 씨(당시 30세)로 밝혀졌다.

강남에 거주하고 있던 이해령 씨는 왜 연고도 없는 곳에서 주검으로 발견됐을까. 제작진은 당시 사건 기록을 토대로 이해령 씨가 실종되던 날의 행적을 재구성했다.

이해령 씨는 오전 9시경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친정 엄마와 안부 전화를 주고 받았다. 어머니의 증언에 따르면 해령 씨는 당일 아침 결혼을 앞둔 여동생의 한복을 수선하러 갔다. 오전 11시경에는 음식을 테이크 아웃해 평소 친분이 있던 교수를 찾아가 점식 식사를 했다. 이어 2시 30분경 은행 업무를 본 것을 마지막으로 실종됐다. 

발견된 시신은 부패 정도가 심각했다. 그러나 목에 난 작은 상처를 제외하고 특별한 외상은 없었다. 몸에서 정액이 검출되지는 않았다. 다만 시신의 팔에서 남성의 DNA(타액)가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그녀의 남편과 마지막 만남을 했던 교수, 결혼 전 남자친구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수사를 벌였다. 모두 조금씩 의심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세 사람 모두 시신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하지 않았다. 그렇게 사건은 미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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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은 고인의 남편을 찾아가 12년전 일을 물었다. 남편은 교수의 행동이 이상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교수가 경찰에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도 없는 아내의 유서가 있다고 진술했다는 것. 뿐만 아니라 교수는 죽은 아내의 말을 빌어 자신에게 여자가 있고 시댁과도 사이가 좋지 않다는 진술을 했다고 전했다. 남편은 "내연녀 이야기는 사실 무근이며, 아내와 부모님 사이도 큰 갈등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전 남자친구는 고인이 실종되던 날 교수로부터 고인의 행방을 묻는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제작진은 교수가 전 남친에게 전화를 한 시각은 가족이 고인의 실종 사실을 인지하기 전이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교수는 12년전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밝힌 고인의 유서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수사 당시 교수의 진술 내용을 공개했다. 경찰로부터 고인의 팔에서 DNA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해령 씨와 내연 관계였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사건의 단서는 현장에 있는 법이다. 제작진은 12년전 고인의 시신이 발견된 미입주 아파트 세트를 만들어 범죄 현장을 재현했다. 프로파일러는 재현된 현장을 살피며 범행 시각, 범행 과정 등을 유추해나가는 식으로 모든 경우의 수를 따졌다.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보안 체계가 허술한 미입주 아파트에서 시신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계획적인 범행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시신에 뚜렷한 외상이 없다는 점, 도구의 사용이 없다는 점도 계획 범죄라고 보기 어려운 요소였다. 

시신이 발견된 화장실에는 범행 상황을 유추해 볼 증거가 일부 남아 있었다. 변기 위 수납장 유리가 깨져있었고, 깨진 유리 사이에 피해자의 머리카락이 걸려있었다. 이는 피해자가 우발적 공격에 의해 수납장에 부딪힌 것을 의미했다. 또한 시신이 정면으로 눕혔다가 뒤집힌 정황이 포착돼 범인이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것도 추리해볼 수 있었다. 

그알

게다가 고인이 입고 있던 원피스는 앞자락이 뜯겨져나갔다. 범죄심리학 교수는 "그 부분에 가해자를 유추할 수 있는 증거를 흘렸을 수도 있다. 그래서 범인이 뜯긴 옷자락을 가지고 현장을 빠져나갔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장에는 가공되지 않는 유일한 증거가 남아있었다. 바로 가해자의 옷에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단추였다. 이 단추는 미국의 유명 골프웨어 브랜드의 것이었다. 골프 잡지에 오래 일한 기자는 "이 단추가 남성의 여름용 자켓이나 바지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했다.

단추의 주인공이 범인인 것은 확실해보인다. 그러나 12년 전 경찰은 단추의 주인을 끝내 찾지 못했다.

유가족들은 DNA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범인을 밝혀내지 못한 경찰의 수사를 불신하고 원망했다. 프로파일러 역시 시신의 팔에 묻은 DNA를 범인의 것이라고 신뢰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밝혀지지 않은 행적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MC 김상중은 "범인은 어쩌면 누군가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놨을수도 있다. 또 범인이 뜯어간 원피스 앞자락 역시 누군가 봤을지도 모른다. 더불어 누군가는 범인이 즐겨입는 브랜드의 옷에서 떨어진 단추의 흔적을 발견했을지 모른다"며 용기있는 시청자의 제보를 부탁했다. 

마지막으로 김상중은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과 유가족의 상처를 위로하는 길은 우리 가운데 이웃을 가장해 숨어있을지 모를 사람을 밝혀내 죄값을 묻는 것 뿐이다"라고 미제사건의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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