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술이 암기에 도움된다?..술과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들

김도균 기자 2017. 8. 2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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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금요일', 이른바 '불금'을 보내면서 벌써 과음을 하신 분들도 많을 겁니다. 즐거워도 마시고, 슬퍼도 마시고, 제사를 지낼 때도 마시고 술은 항상 사람들과 함께 합니다. 성서에도 '술'에 대한 언급이 500번 이상 나온다고 하고요,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도 신이 인간에게 준 것 중 가장 위대한 가치를 가진 것이 술이라고 말했을 만큼 술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하고 있는 대단한 '화학물질'입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사람들과 함께한 술인 만큼 이에 대한 연구도 상당합니다. 대체로는 인체에 부정적인 결과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고, '주취 폭력' '알코올 중독' '음주운전'처럼 사회에 부정적인 면과 맞닿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연구들도 있습니다. 오늘 SBS '라이프'에서는 술과 관련해 재밌으면서 의외이기도 한, 조금은 황당하기도 한 연구 결과들을 살펴봤습니다.

■ 시험 전날 마신 술이 암기에 도움된다?

시험 전날 마시는 소주 1병이 암기에 도움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 믿으실 수 있겠습니까? 이 연구결과는 최근 의학전문 기자 홍혜걸 박사가 '메디컬투데이'에 소개하면서 화제가 됐는데요, 바로 세계적 과학잡지 네이처가 발간하는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소개된 영국 엑시터 대학의 연구 결과입니다.

연구진은 18세에서 53세의 남녀 88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는데요, 시험 전날 술을 마신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술을 마시기 전에 단어를 나열하고 순서를 암기하는 등의 기억력 테스트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한 그룹만 술을 마시게 했는데요, 평균 알코올 섭취량은 82.59g, 홍 박사는 이 정도 알코올이라면 술로 환산했을 때 소주 한 병에 맥주 반병 정도 되는 상당한 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실험 대상 88명을 모두 자도록 한 뒤, 다음날 전날 했던 것과 동일한 기억력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술을 마시지 않은 그룹보다 술을 마신 그룹의 성적이 훨씬 높게 나왔습니다. 심지어 술을 많이 마신 사람일수록 더 많은 단어를 기억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술을 마신 뒤 음주 전의 기억이 향상되는 이른바 '역행 기억 촉진' 때문인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술에 심하게 취하면 흔히 '필름이 끊긴다'는 블랙 아웃효과와 반대되는 개념인데, 술을 마시기 직전의 기억을 강화하는 효과라는 겁니다. 연구진은 술이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걸 막으면서 음주 전에 습득한 정보를 더 잘 기억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연구진은 효과가 제한적일 뿐이라면서 무작정 시험 전에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해 경고 했습니다. 홍 박사도 이 실험이 암기과목에만 해당하며, 술을 마시고 공부하면 안 된다는 것, 또 술을 마신 뒤 다른 활동을 하지 말고 빨리 자야 한다는 점 등 세 가지의 주의사항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실험도 아니었고, 무작정 일반화할 수 있는 결과도 아닌 만큼 시험 전날 술 마셔야겠다는 청소년은 없어야겠습니다.

■ 함께 술 마시는 커플이 오래간다?

연인 관계와 술이 무슨 상관일까 싶은 분들도 계실 텐데,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미국 미시간 대학교 연구팀이 무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연구를 한 결과로 나타난 건데요, 키라 버딧 박사 연구팀은 지난 2006년부터 2016년까지 모두 2천 727쌍의 연인을 만나 음주가 연인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습니다.

대상이 된 연인 중에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커플도 있었고 이미 결혼한 부부도 있었습니다. 연구 결과 비슷한 음주 습관을 가진 연인이 더욱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관계가 지속하는 연인의 절반 이상이 남녀 모두 술을 마신다는 결과가 나타났고, 한쪽만 술을 즐길 경우는 행복감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아내가 술을 마시는데, 남편이 술을 즐기지 않는 경우 부부 관계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연인이 무언가를 공통으로 즐기는 것이 관계 지속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그중 술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이 연구의 결과인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생각할 부분이 있습니다. 술을 과하게 마시는 건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건데요, 연구팀은 과도한 음주를 할 경우 심한 말을 하는 등 관계에 부정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져서, 연인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 "술 냄새만 맡아도 취하는데…정말 그렇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 중에는 "냄새만 맡아도 취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이것도 일리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실제 술에 약한 사람은 술 냄새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건데요, 영국 에지 힐 대학교 연구진의 실험으로 나타난 바 있습니다.

연구진은 40명의 실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한쪽은 감귤류 액체를 뿌린 마스크를 착용했고, 한쪽은 술을 뿌린 마스크를 착용했습니다. 그리고 컴퓨터 모니터를 보다가 알파벳 'K'가 나오거나 맥주 사진이 나오면 버튼을 누르도록 했습니다.

이후 연구진은 이에 따른 반응 시간과 정확도 등을 비교했는데요, 그 결과 술을 뿌린 마스크를 쓴 그룹이 반응 시간도 늦었고, 정확도도 낮았습니다. 연구팀은 음주 여부와 무관하게 술 냄새만으로도 행동 조절이 어려워질 수 있고, 이는 술이 약한 사람에게는 더욱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다이어트 중 술 딱 한 잔만?…'과식 스위치' 켜진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1월 실린 연구 결과입니다. 술을 마시면 과식을 하게 되는 건 '의지 탓'이 아니라 '술 탓'이라는 연구 결과입니다. 영국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킹스칼리지런던 등이 참여한 연구진은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3일은 저녁마다 알코올을 주사하고 3일은 그냥 두는, 이른바 '주말 폭음 실험'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반복한 결과 쥐가 알코올을 맞았을 때 먹이를 더 많이 먹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양도 상당했는데요, 암컷 쥐의 경우엔 평소 먹는 양의 20%, 수컷 쥐는 15% 정도 섭취량이 증가한 겁니다.

연구진은 쥐의 식욕이 늘어난 원인을 쥐의 뇌에서 찾았는데요, 알코올 주사를 맞은 쥐는 뇌의 시상하부에서 먹는 행동을 조절하는 신경세포인 'AgRP 뉴런'이 활성화됐습니다. 이 뉴런은 쥐나 사람이 굶었을 때 활성화돼 심각한 허기를 유발하고, 먹이나 음식을 찾도록 명령하는 신경세포입니다. 흔히 음식을 먹으면 뇌에서 식욕 신호가 억제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술은 오히려 식탐을 유발한다는 겁니다. 다이어트에 돌입하셨다면, 술 한 잔도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디자인: 임수연)

김도균 기자getse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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