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현대인의 안식처' 예산 대흥 슬로시티를 걷다

2017. 8. 2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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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즐거움 만끽 '느린 꼬부랑길'..3개 코스 12.5km 3시간 소요
예당저수지 어죽·광시 한우·수덕사 산채 정식 등 먹거리 풍성

(예산=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2009년 9월 국제슬로시티연맹이 국내 여섯 번째로 지정한 충남 '예산 대흥 슬로시티'. '슬로시티'라는 말 그대로 느림이 특화된 마을이다.

(예산=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2009년 9월 국제슬로시티연맹이 국내 6번째로 지정한 충남 '예산 대흥슬로시티'. 2017.8.25

이곳은 예당평야의 젖줄로, 전국 최대 규모의 저수지인 예당호를 품고 있다. 그만큼 넉넉하고 여유롭다.

백제 부흥군의 거점이던 봉수산 임존성 자락 아래에 있다 보니 고즈넉하다.

바로 이곳이 천혜의 자연환경을 토대로 느린 삶을 느끼며 진정한 행복을 찾으려는 현대인들의 안식처로 손꼽히는 이유다.

전통과 자연 생태를 슬기롭게 보전하면서도 느림의 미학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발전과 진화를 추구해 나간다는 슬로시티 이념과 딱 들어맞는다.

이곳의 '느린 꼬부랑길'과 인근 수덕사, 황새공원, 가야산 등 예산의 관광지를 거닐며 삶의 무게와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 있다.

꼬부랑길은 복잡하지 않은 만큼 발길 가는 대로 무작정 걸어도 좋다.

하지만 출발점인 슬로시티 방문자센터에서 여러 명소와 각종 정보가 담긴 지도를 챙겨 출발하는 게 많은 도움이 된다.

총 12.5㎞ 구간 3개 코스로 이뤄진 '느린 꼬부랑길'을 돌아보는데 모두 3시간이 소요된다.

대흥동헌 앞을 지나 원점으로 돌아오는 1코스인 옛이야깃길(4.6㎞)은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옛이야기를 생각하며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백제부흥군의 마지막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임존성 등산로를 따라 봉수산 중턱까지 다다르는 코스로, 정겨운 다랑논과 울창한 숲길, 다양한 역사자원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의좋은 형제' 이야기도 이곳에서 유래했다.

형제가 밤새 상대 창고로 볏단을 나르다 우연히 만난 이야기다. 동헌 앞에는 이성만 형제효제비와 의좋은 형제 동상이 있다.

백제 부흥을 꿈꾼 유민들의 한과 넋을 기리는 구간도 나온다.

봉수산 정상부에 축조된 백제 부흥운동의 거점 '임존성'(사적 제90호)은 둘레가 2천426m(높이 2.5m)에 달한다.

'백제부흥운동'은 백제가 패망한 660년부터 663년까지 임존성과 주류성을 근거지로 백제 왕족 복신과 승려 도침, 흑치상지 장군 등이 벌인 재건 운동이다.

신라와 당나라의 연합군에게 나라를 잃은 '민초'들이 나라를 지키는 의로운 일에 뛰어든 '의병 운동'의 뿌리가 되는 곳이다.

백제부흥운동 기간 왕성(王城)인 주류성이 함락된 뒤에도 끝까지 버텨내던 임존성이 무너지면서 4년에 걸친 항쟁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산성에 오르면 무한천을 비롯한 예산의 곳곳이 한눈에 들어온다.

현재는 돌로 쌓은 산성임에도 성벽 대부분이 마치 토성처럼 보일 정도로 붕괴한 상태이지만 일부 구간은 원형에 가깝게 잘 남아 있는 곳도 있다.

예산군은 임존성 내 우물터에서 '대흥 임존성 백제 부흥군 위령제'를 열어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이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산책 중 볼 수 있는 '배 맨 나무'는 660년 당나라 장군 소정방이 백제부흥군을 치기 위해 대흥에 들어올 때 타고 온 배를 묶어 둔 나무라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일명 '배 맨 나무'인 상중리 느티나무는 660년 당나라 장군 소정방이 백제부흥군을 치기 위해 대흥에 들어올 때 타고 온 배를 묶어 둔 나무라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대흥 슬로시티 사무국 제공=연합뉴스]

2코스인 느림길(4.6㎞)은 물길따라, 숲길따라 구불구불 이어진다.

냇가에서 발도 담그고 넉넉한 나무 그늘을 벗 삼아 호젓하게 삶을 돌아보기에 제격이다.

패랭이를 쓴 채 홍성과 예산을 오가며 행상하던 봇짐장수와 등짐장수(보부상)의 발길을 따라 걸어볼 수도 있다.

예산은 조선시대 후기 부보상 근거지다. 이런 이유로 인근 덕산면에 내포 부보상촌이 조성되고 있다.

3코스인 사랑길(3.3㎞)은 바쁜 일상 속에 잊고 지냈던 사랑의 소중함을 되새겨보는 길이다.

완만한 길로 이어져 편안히 걸을 수 있다. 아기자기한 마을 풍경과 탁 트인 예당저수지 풍광을 한눈에 만날 수 있는 코스다.

1962년 완공된 국내 최대 인공호수인 예당저수지는 낚시터로 명성을 얻으면서 전국 강태공이 몰리는 곳이다.

조각공원과 수변 산책로 등이 조성된 예당관광지는 가족 단위 관광객과 친구, 연인이 함께 즐겁게 지낼 수 있는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삼신당 터를 지나면서 소원도 빌어보고, 가족·연인과 함께 사랑의 이야기를 꽃피워 보기를 추천한다.

3시간 남짓 걸었으니 출출해질 터. 이곳의 먹거리도 놓칠 수 없다.

어죽과 붕어찜, 곱창, 산채 정식, 한우 등은 예산을 대표하는 먹을거리이다.

어죽은 예당저수지에서 잡은 붕어를 통째로 고아 국수와 쌀을 넣어 끓여낸다.

시래기를 밑에 깔고 붕어를 2∼3마리 올려 쪄내는 붕어찜은 특유의 비린내가 나지 않으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웬만한 가시는 그냥 씹어 먹어도 될 만큼 부드럽고, 양념 또한 매콤달콤해 밥을 비벼 먹으면 밥 도둑이 따로 없을 정도이다.

수덕사 산채 정식은 향기로운 더덕구이를 비롯해 계절별로 다양한 산나물이 된장국과 함께 차려 나온다.

예산전통 소갈비는 엄선된 한우를 전통방법으로 제조한 양념 육수를 부어 일정 시간 숙성시킨 후 숯불에 구워 먹는 것으로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한다.

인근에 조성된 국내 유일의 황새공원을 둘러본 후 찾으면 좋을 '광시 한우거리'에서는 명품 암소 한우 맛을 느낄 수 있다. 정육점·식당에서는 업주 스스로 키우거나 인근에서 공급받은 신선한 1등급 암소만을 취급한다.

쫄깃하고 고소한 식감이 일품인 삽교 곱창도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유명하다.

kj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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