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고 예비군훈련 가나요"..영세·중소업체 직원들 하소연

한재준 기자 2017. 8. 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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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부당대우 업자 처벌규정 있지만 신고 어려워
국방부 "처벌 규정은 충분..추가 조치는 '글쎄'"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T대방지점에서 52사단 예비군들이 KR/FE연습(독수리훈련)과 연계해 통합방위작전 수행을 위한 작계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2017.3.1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중국음식점에서 주방 요리사로 일하는 정모씨(27)는 예비군 훈련을 앞두고 근심이 깊어졌다. 2박3일의 예비군 훈련으로 일을 하지 못하니 3일 치 일당을 월급에서 제하겠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정씨는 3일간 진행되는 예비군 훈련에 참여한다는 이유로 일당 16만원씩 총 48만원을 월급에서 깎일 상황에 처했다.

"아무리 국방의 의무라고 하지만 자기 시간 쪼개면서 가는 건데 월급까지 줄어들면 누가 좋아하겠어요. 국방개혁 외치지만 정작 이런 부분은 개혁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정씨는 부당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예비군 훈련을 받아야 한다. 직원이 몇 명 되지 않는 음식점이라 업주를 신고했다간 불이익을 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이모씨(28)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씨는 "영세업체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연차, 월차는 꿈도 못 꾼다"며 "예비군 훈련을 가면 월급을 깎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회사 규모가 작다 보니 대체 인력이 없다고는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불합리하다"며 "가끔 예비군 훈련이 끝나고 퇴소하자마자 야간 조로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게 정상인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서 눈치도 주고 월급 문제도 있다보니 훈련을 자주 미루는 편"이라며 "미루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훈련 차수가 다가와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종류의 예비군 훈련을 3회 무단 불참하게 되면 예비군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영세업체나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남성들은 "예비군 훈련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한숨만 나온다"며 입을 모았다. 예비군에게 부당한 처우를 하는 업자를 처벌하는 규정이 있다고는 하지만 무용지물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예비군법 제10조(직장보장)에 따르면 다른사람을 사용하는 자는 그가 고용한 사람이 예비군 대원으로 동원되거나 훈련을 받을 때는 그 기간을 휴무로 처리하거나 그 동원이나 훈련을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예비군법 제15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대법원의 1989년 판례에 따르면 근로자가 근무시간 내 예비군 훈련을 받을 경우 사용자는 해당 근무시간을 무급처리 할 수 없다. 훈련을 이유로 발생한 해고도 예비군법 10조의 '훈련을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에 해당한다.

부당한 대우를 하는 업자를 처벌할 규정은 충분하지만 예비군이 고용주를 직접 신고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영세업체의 경우 직원이 적다 보니 신고자가 누군지 알기 쉬울뿐더러 자칫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신고를 꺼리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은 없다는 입장이다. 영세사업체나 중소기업 사용자를 상대로 유급 휴가를 강요했다가는 또 다른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홍보활동도 따로 시행되고 있지는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예비군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는 사용자를 처벌할 법 조항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면서도 "수사권 등 권한이 없어 국방부가 나서 업체를 단속하거나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서바이벌건으로 무장한 예비군들이 시가지 전투를 펼치고 있다. © 뉴스1

국방부 예비군 교육 훈련 현황에 따르면 훈련 참석률은 지난 2014년 97.9%에서 2015년 94.1%, 지난해 91.7%로 나타났다. 지난해 경주 지진 등 여파로 훈련 연기자가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3년째 감소 추세를 보이는 것이다.

박휘랑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국방의 의무와 관련해 너무 법으로 강요만 하는 것은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예비군 훈련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용주 뿐만 아니라 국민이 예비군 훈련이 '시간낭비'라고 느끼지 않도록 기존의 잘못된 인식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며 "적극적인 홍보활동과 효율적인 예비군 운영 체계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hanant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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