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군대 가기 싫어.. 유럽·캐나다에서 難民 신청하는 청년들

김수경 기자 2017. 8. 2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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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서 난민자격 얻은 경우 있지만 심사 탈락해 '국제 미아' 되기도

지난달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프랑스에 난민으로 가려고 한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엔 '기본적인 준비만 하고 비행기표 끊어서 가려고 한다. 입영 대상자인데 한국 국민으로 사는 것보다 프랑스 난민으로 사는 게 훨씬 나아 보인다'고 써 있었다. 이 글에 달린 수십 개 댓글 대부분이 '응원한다. 프랑스에서 행복한 삶 누리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가 UN 인권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징병제를 운용한다는 보고가 UN에 올라가 있으니 난민 인정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거나 '난민 비자는 10년쯤으로 나올 거니 영주권과 시민권 얻는 시간도 충분하다'는 댓글도 있었다. 같은 게시판엔 '난민 신청하려고 캐나다에 왔다'고 주장하는 한 20대 남성의 글도 있었다. 이 사람은 다음 달 입대 예정이었지만 '군대에서 구타를 당하거나 2년 동안 얻는 게 없다. 군대 가기 싫어 캐나다로 왔다'고 썼다.

병역을 기피하려고 다른 나라에 난민 신청하는 20대들이 생겨나고 있다. 난민 범위를 폭넓게 인정해 주는 유럽과 캐나다에 이런 사람들이 몰린다. 현재 캐나다에 머물며 난민 신청을 한 상태라고 밝힌 A(23)씨는 메신저를 이용한 인터뷰에서 "군대에 너무 가기 싫다"며 "어차피 탈조선(이민)을 꿈꿔왔는데 군대에 갈 필요는 없지 않으냐.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군대도 안 가고 여기에 합법적으로 눌러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A씨는 "부모님에게서 돈을 받아 캐나다행 항공권과 머물 곳을 구했다"고 했다. 캐나다 입국 심사 때 난민 신청을 했다는 그는 이민국 직원에게 한국 군대를 설명하며 "한국에선 1년에 100~150명이 군대에서 사망하고 이 중 절반 이상이 자살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과거 우리나라 국민이 난민으로 인정된 사례는 적지 않다. UN 난민기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국민이 다른 나라 난민이 된 경우는 모두 330명이다. 2014년부터 3년간 이 숫자는 85명으로, 이 중 69명이 유럽 국가의 난민이 됐다. 미국과 캐나다가 각각 6명과 4명이었다. 이들 개개인이 어떤 이유로 난민 신청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UN 난민기구 분류에 따르면 이들의 난민 신청 이유는 모두 '한국 정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20대 남성들 난민이 화제가 된 건 지난 2013년 병역을 피하려고 프랑스에 난민 신청을 해 난민 자격을 얻은 이예다(26)씨 사례 영향이 컸다. 과거 성소수자나 정치적 이유로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진 적은 있지만 군대를 가지 않겠다는 이유로 난민 신청을 했다고 밝힌 사람은 이씨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전화 인터뷰에서 "난민 신청하려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며 "한국은 인권이 잘 지켜지는 나라로 포장돼 있을 뿐 군대라는 곳에 무조건 가야 하는 폭력적인 나라"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에서 현재 투표권이 없는 영주권자 신분이라고 했다.

이씨 사례처럼 난민 인정이 모두에게 순조롭지는 않다. 김모(27)씨는 군대를 가지 않으려고 지난 2013년부터 유럽 이곳저곳에 난민 신청을 했다가 모두 탈락하고 5년째 국제 미아 생활을 하고 있다. 현재 캐나다에 머물고 있다는 김씨는 "맨 처음 프랑스에 난민 신청을 했는데 당시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 대기자가 많아 3개월을 기다려야 했다"며 "대기 기간 동안은 체류증조차 발급되지 않아 떠돌이 생활을 해야 했고 그 기간 동안 갖고 간 돈 1000만원을 다 써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독일로 향했지만 프랑스를 경유했다는 이유로 난민 신청을 거부당했다.

김씨는 현재 NGO의 도움을 받아 캐나다에 난민 신청을 해 둔 상태다. 김씨는 전화 통화에서 "캐나다는 난민 인정률이 40%에 가깝다고 해서 기대를 걸고 있다"면서도 "20대 청춘의 절반을 난민 신청자이자 무국적자로 써버렸다는 사실이 나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병무청 관계자는 "군대 안 가려고 난민 신청한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며 "국적 문제는 법무부 소관 사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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