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5.18 당시 공군작전사령관 "광주 폭격 준비 안 했다"..엇갈린 증언

김태훈 기자 2017. 8. 2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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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 민주화 항쟁 당시 공군 F-5 전투기들이 광주를 폭격할 준비를 했었다는 의혹이 대통령의 진상 조사 지시로 확대일로입니다. 의혹은 "5.18 당시 F-5에 공대지 무장을 장착하고 광주 지역 폭격을 준비했었다"는 경기도 수원 10전투비행단 소속이었던 퇴역 조종사의 증언에서 촉발됐습니다.

현재까지는 의혹입니다. 역사적 사실로 판명되려면 다른 관련자들이 일치된 증언을 하고 계엄사령부 또는 공군 지휘부가 광주 폭격 준비를 명령한 문서 같은 것이 나와야 합니다. 문서는 국방부가 5.18 관련 문건을 파기하지 말라고 전군에 지시했다고 하니, 만약 있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햇빛을 보게 될 것입니다. 문서를 제외하면 당장 확인해볼 수 있는 지점은 당시 10전투비행단의 지휘 계통입니다.

의혹을 제기한 공군 조종사의 당시 지휘관들은 김홍래 대대장, 정홍식 10전투비행단장, 김상태 작전사령관, 윤자중 참모총장이었습니다. 윤자중 전 참모총장과 정홍식 전 단장은 작고했습니다. 김홍래 전 대대장은 한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5.18 때 공대지 폭격 준비는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공군의 작전을 총괄하는 공군작전사령관이었던 김상태 예비역 공군 대장이 남았습니다. 10전투비행단이 광주 폭격을 준비했다면 지시는 작전사령관을 거칠 수밖에 없습니다. '5.18 광주 폭격 준비' 의혹을 풀 수 있는 열쇠를 쥔 핵심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김상태 예비역 대장입니다. 김 예비역 대장은 어제(24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5.18 때 광주 폭격 준비를 한 적이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다음은 김 전 대장과의 일문일답입니다.

Q. 북한 도발에 대비해 F-5에 공대지 무장하는 일이 있나?
"(대북 공대지 무장은) 여러 (전투기) 부대에서 다 한다. (대북 공대지) 임무를 받은 부대들이 있다."

Q. 대통령의 진상 조사 지시가 있었다.
"조사해도 아무것도 없을 텐데…. 무엇이 나올지 모르겠다."

Q. 당시 계엄사에서 내려온 지시는 없었나?
"그런 것은 없었다. 공군 작전은 계엄과 관계가 없다. 계엄사에서 항공기 출동에 대해서 내려보낸 것이 없다. 내가 작전사령관이었으니까 잘 안다. 지시 내려온 일도, 받은 일도 없다."

Q. 계엄령이 떨어지면 각 전투비행단에서 자동으로 대비태세를 격상하나?
"계엄령이라서가 아니라 데프콘이 상향 조정됨에 따라 대비태세를 격상하는 것이다. 데프콘에 따라 각 비행단은 매뉴얼대로 대비태세를 올린다. 전 부대가 각각 대비태세를 취한다."

Q. 작전사령관 모르게 전투비행단에 광주 폭격 준비 같은 특별한 지시가 내려갈 수 있나?
"없다. 절대 없다."

5.18 당시 공군 작전사령관이었던 김상태 예비역 대장은 '광주 폭격 준비'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F-5도 대북 작전에서 공대지 무장을 한다"고 밝혔습니다. 의혹을 폭로한 퇴역 조종사의 "대북 작전을 할 때는 F-5에 공대공 무장만 장착한다"는 증언과 전혀 다른 말입니다.

그런데 공군에는 '쥐를 때려잡는다'는 뜻인 '구서'(驅鼠)라는 작전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공대지 무장을 장착하고 북한의 해안 침투를 격퇴하는 작전입니다. 공군 현역 대대장인 모 중령은 "북한이 침투정이나 반잠수정을 동원해 해안 침투를 시도하는 상황을 상정해 F-5에 공대지 무장을 하고 출동하는 구서 훈련을 했다"며 "북한 도발에 대비해 공대지 무장을 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F-5에 공대지 무장을 했다는 사실 만으로 광주 지역 폭격을 준비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5.18 광주 폭격 준비' 의혹은 이제 진실 게임의 양상으로 전개될 것 같습니다. 조종사들과 지휘관들의 증언이 철저히 배치됩니다. 어느 한 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든가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입니다. 당시 지휘 라인에 있던 사람들이 책임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대로 누군가 부정확한 사실, 또는 부분적인 사실만 알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방부가 움직이고 있지만 국방부 만으로는 풀지 못할 의혹으로 보입니다.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증언에 나서고, 또 관련 자료도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김태훈 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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