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식사하는 것을 일컫는 '혼밥'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새롭게 형성된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는 신조어다. 혼밥뿐 아니라 혼자 술 마시면 ‘혼술’, 혼자 영화 보면 ‘혼영’, 혼자 놀면 ‘혼놀’, 혼자 공부하면 ‘혼공’, 혼자 여행가면 ‘혼여’라고 한다. 이런 신조어는 혼자 생활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계속 생겨날 것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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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혼자 호텔에 가는 ‘혼텔족’도 늘고 있다. 호텔 이용객 3명 중 1명은 '혼텔족'으로 조사됐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혼자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운동하고 객실에서 여유롭게 케이크 먹으며 기분을 전환한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을 위한 힐링의 시간을 만끽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혼자서 뭔가를 하면 사교성이 부족해 친구가 없다거나 궁상맞다는 핀잔을 들었지만 지금은 인식이 달라졌다. 일할 때는 다른 사람과 보조를 맞추고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따라야 하지만 휴식을 취하거나 노는 데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남에게 맞추고 남과 비교되는 것은 일에서든 여가활동에서든 스트레스다. 다른 사람 눈높이와 상관없이 오직 자기가 원하는 것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즐기는 사람이 삶의 만족도가 높다.


◆"문제 없다" vs "소통 부족"

그럼에도 여전히 혼밥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사회에 상존한다. 한 20대 대학생은 혼밥에 아무 문제가 없지만 주변 사람의 이상한 시선이 문제라고 말한다. 최근에는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혼밥에 대해 부정적으로 얘기해 뜨거운 논란을 불러왔다.

혼자 밥을 먹는 것은 일단 소통을 하지 않겠다는 사인이라고 볼 수 있으며 소통을 못하는 인간의 한 예가 노숙자라고 황씨는 지적했다. 인간관계의 스트레스 때문에 혼자 밥 먹는 것은 극복해야 하며 싫다고 해서 안으로 숨는 것은 자폐라고 말했다. 황씨는 어쩔 수 없이 혼밥을 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친구나 좋아하는 사람, 가족과 함께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며 식성을 바꿔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 같은 황씨의 주장에 나홀로족, 노숙인, 장애인을 혐오하는 시선이 담겨 있다는 비판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사회적 안전망과 사회관계로부터 단절돼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노숙인을 혼밥족의 대표 격으로 내세운 것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한 논리라는 지적도 나왔다.

여러 비판에 대해 황씨는 SNS에 “혼자 밥 먹는 것을 ‘여유롭다’고 하는 것은 혼밥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그 상황의 심리적 불편을 회피하려고 전략으로 던지는 말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통이라는 건 억지로 한다고 좋은 게 아니고 누구와 소통하고 누구와 단절할지 각자 자유의사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는 등 만만치 않은 반론도 계속 올라왔다.

혼밥에 대한 견해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으며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함께 밥 먹으면서 즐거운 사람이 있으면 함께 먹고 그 시간이 불편하면 혼자 먹는 게 편하다.

상대방 의사를 무시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먹자고 하거나 먹는 동안 상대방에게 언짢게 들릴 얘기를 하는 것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다. 어떤 이는 동료들과 함께 식사할 때 목소리 큰 특정인이 주도적으로 하는 얘기가 듣기 거북해 혼자 먹고 싶다고 푸념한다.

혼자 밥 먹는 동안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으로 웹 서핑을 하고 예능 프로나 드라마 보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이다. 혼밥은 최소한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스트레스를 안겨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다른 나라에서 혼밥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루 종일 사람을 상대하며 일하는 사람은 관계자들과 함께 하는 식사시간도 업무의 연장선상에 놓이기 때문에 혼자 편하게 먹을 수 있다면 정신력 재충전에 도움된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외국의 최고경영자(CEO) 중에는 일부러 혼밥하면서 여러 생각을 차분하게 정리하는 사람들도 있다.

혼밥문화가 일찌감치 발달한 일본에서는 점심에 직장 근처에서 혼자 도시락을 먹고 저녁에는 집에서 혼자 술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 외식업체들은 고쇼쿠(個食:혼밥) 고객을 타깃으로 성장을 추구했다.

작은 식당 중에는 주방을 마주보게끔 일렬로 테이블을 길게 배치한 곳이 많다. 혼자 온 손님들이 안락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독서실처럼 아예 칸막이를 한 1인 식당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즘은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을 위한 좌석을 일부러 만든 식당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젊은층 유동인구가 많은 대학가에 혼밥 전문식당이 늘고 있다.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이유는 다양하다. 리서치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2017 혼밥 및 1인 식당 관련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8.5%가 식당에서 혼밥한 경험이 있으며 혼밥 이유는 ▲‘여행이나 출장 등 혼자 다른 지역에 갈 일이 생겨서’가 36.8%(중복응답)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바쁜 일정으로 인해 사람들과 식사시간을 맞추지 못했을 때’(35.6%)였다. 즉 현실에서 혼밥은 상황상 어쩔 수 없는 경우에 가장 많이 나타난다. ▲'별 이유 없음·그냥 배고파서'(24.1%) ▲'혼자 먹는 게 더 편해서'(23.8%)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는데 함께 식사할 사람이 없어서’(21.3%) ▲‘다른 사람과 약속 잡고 하는 것이 번거롭고 귀찮아서’(15.3%) ▲‘함께 먹으면 내가 먹고 싶은걸 먹지 못해서’(7.3%) ▲‘함께 먹으면 식사시간이 너무 길어져서’(5.7%) 순이다. 혼밥의 이유가 분산돼 있지만 모두 합친다면 자발적인 혼밥도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혼자 밥을 먹는 주된 이유는 세대별로 다르게 조사됐다(오유진, 한국건강증진개발원, 2016년). 20대는 ‘여유롭게 먹음’(24.2%), 30대는 ‘같이 먹을 사람을 찾기 어려워서’(38.7%), 40대는 ‘시간이 없어서’(29.2%) 등이 이유였다. 20대가 나이 들면 ‘여유롭게 먹음’이 거의 전세대에 걸쳐 혼밥의 주된 이유가 될 날이 올 것 같다. 개인주의 확산과 삶의 편의성을 중시하는 경향에 따라 자발적으로 혼밥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인스턴트 섭취, 건강 '빨간불'

편리성만 생각해 혼밥을 한다면 자칫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혼밥의 가장 큰 단점은 ‘식사를 대충 하게 된다'(36%), '인스턴트 식품을 먹게 된다'(19%), '급하게 먹게 된다'(13%) 등으로 나타났다(<우리 사회의 혼밥 현황> 이행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2017년).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간단하게 먹는 것을 선호하는 혼밥족이 많은데 인스턴트 음식은 인공색소 등 화학물질이 들어가고 소비자 기호에 맞춰 짜거나 단맛을 내며 지방과 나트륨 함량이 높은 편이다. 대충 식사를 하고 인스턴트 식품을 자주 먹으면 영양이 부족하거나 불균형이 되기 쉽고 나트륨은 과다 섭취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나트륨 하루 권장량을 초과 섭취하는 사람의 비율은 혼밥하는 경우가 34.3%로 함께 식사하는 경우(24.3%)보다 10%포인트 높게 나타난다. 반면 칼슘·칼륨·비타민C 섭취는 기준치에 미달한다.

혼밥의 식사시간은 15분 이내 70%, 5분 이내 8%로 상당히 짧다. 함께 식사하는 사람들과 대화 없이 먹기만 하므로 식사가 빨리 끝나곤 한다. 적절한 식사시간이 20분 이상임을 감안하면 매우 짧다. 불규칙한 식사와 짧은 식사시간은 비궤양성 소화불량증과 연관된다.

빨리 먹으면 포만감을 느끼지 못한 채 많은 양을 먹게 되므로 비만이 될 가능성도 커진다. 또 습관적으로 빨리 먹으면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효과가 줄어들고 혈중 콜레스테롤은 증가해 성인병에 걸리기 쉽다. 19세 이상 성인 1만2000여명이 참가한 제6기 국민건강영양조사(2013~2015년)에서 20∼30대 남성은 하루 두끼 이상 혼밥하는 경우의 복부 비만율(24%)이 혼밥을 하지 않는 경우(18.2%)보다 1.68배 높게 나타났다.

저녁식사를 혼자 하는 사람은 가족과 함께하는 사람보다 우울감을 느낄 확률이 최대 2.4배 높다. 요즘은 가족이 함께 살아도 생활패턴이 각자 달라 평소 함께 식사하는 횟수가 적다. 식사시간에 이뤄지는 정서적 교류가 사라지므로 가족간 유대관계를 위해 별도로 신경써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이든 자발적인 선택이든 혼밥은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다. 혼밥의 장점은 살리면서 단점은 나타나지 않도록 신경쓰는 것이 바람직한 혼밥문화 정착에 도움을 줄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2호(2017년 8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