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용두사미 조짐의 4차산업혁명위원회

하선영 2017. 8. 25.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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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선영산업부 기자
국민대통합위원회·청년위원회·문화융성위원회·통일준비위원회·정부3.0추진위원회.

박근혜 정부가 만든 5개 위원회는 문재인 정부에서 모두 폐지됐다. 새 정권이 이전 정부가 만든 위원회를 정리하는 관행은 이번만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도 미래기획위원회 등 이명박 정부가 만든 위원회 4곳을,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만든 위원회 5곳을 없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나 보다. 출범 100일이 갓 넘은 문재인 정부도 벌써 10개 넘는 위원회를 신설했다. ‘1호’인 일자리위원회를 시작으로 다음달 중 민관 합동의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발족한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이 위원회를 놓고 이런저런 말이 무성하다.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위원회가 구설에 오른 것은 정부의 말 바꾸기 때문이다. 애초 이 조직은 대통령 직속인 데다 총리급 위원장과 국무위원 15명이 참여한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에 총력 대응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되는 듯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그러나 지난주 국무회의를 통과한 ‘위원회 설치운영안’을 보면 국무위원 중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의 장관 4명과 대통령비서실의 과학기술 관련 보좌관까지 5명이 구성원이다. 4차 산업혁명을 IT와 벤처업계 발전의 연장선 정도로 여겼는지 다른 부처들은 제외했다.

당초 민관 15명씩 총 30명의 위원 구성이었는데 민간 위원을 25명까지 늘려 민간에 일임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젊고 혁신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 위원 자격이라는데 두루뭉술하기 그지없다. 신설 조직의 얼개를 보면 그 분야에 관한 새 정부의 열의가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을 수 있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일자리위원회와 달리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변방 조직에 머무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가 융합이라는데 정부부처 간 교류도 미미하다. 올해 1~8월 과기정통부와 산업부가 주고받은 325건의 문서 중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문서는 1건에 불과했다.

인공지능(AI)·자동화 시대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논의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문건 중 하나가 미국 백악관이 지난해 10월과 12월 두 차례 발표한 ‘인공지능’ 관련 보고서다. 미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얼마나 중시하고 냉철하게 대응하는지 잘 보여 준다.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맞이하려면 청와대와 주무부처들이 총대를 더 단단히 메야 할 필요가 있다.

하선영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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