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노한솔 기자] '싱글와이프'가 새로운 드라마의 지평을 열 수 있을까.

23일 첫 방송된 케이블TV 드라맥스 수목드라마 '싱글와이프'(극본 이인혜·연출 정윤수)'는 재벌 2세 황재민(곽희성)과 완벽한 재혼을 준비하던 이라희(엄현경)가 전 남편 이민홍(성혁)과의 이혼이 법적으로 성립되지 않았음을 알게 되고, 다시 이혼하기 위한 이중생활을 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리는 드라마다.

이날 방송에서는 본격적인 스토리를 위한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가구 디자이너로 등장한 이라희는 이사 후 전입신고를 하기 위해 동사무소에 들렀다가 아직 전 남편과의 호적이 정리되지 않음을 알고 비명을 질렀다. 분노에 차 이민홍을 찾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는 이라희에게 마누라라고 불러 이라희를 분노케 했다. 이 사실을 알지 못하는 황재민은 프러프즈를 준비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혼과 재혼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는 만큼 시청자들은 '싱글와이프'가 흔히 말하는 '막장'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싱글와이프'는 자극적인 소재로 억지스럽게 눈길을 끌려 하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막장'에 등장하는 시집살이 시키는 시어머니나 미운 시누이 대신 이혼한 부부 두 사람이 갈등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현실적이게 그려냈다. 여기에 개그적인 소재까지 가미되며 시청자를 분노케하기보다 즐거운 쪽으로 끌어가려 애썼다.

영화적인 촬영 기법 또한 눈에 띄었다. '싱글와이프'는 영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2007), '아내가 결혼했다'(2008) 등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정윤수 감독의 첫 드라마 입봉작으로, 영화적인 매력이 드라마 곳곳에 담겼다. 극중 이라희가 방송을 마치고 직원들과 함께 다급하게 걸어나가는 장면에서는 카메라도 함께 따라 걷는 듯 움직여 생동감을 더했다.


드라마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주인공 엄현경이었다. 엄현경은 '싱글와이프'를 통해 데뷔 12년 만에 첫 주연을 맡았고, 첫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했다. 그는 제작발표회에서 전작 드라마 '피고인'에서의 날카로운 캐릭터와 정 반대되는 연기를 예고하며 "다 내려놨다"고 말했다. 실제 엄현경은 이날 방송에서 다른 사람의 프러포즈 현장을 황재민이 한 것이라고 착각해 설레발을 치는가 하면, 전 남편 이민홍을 찾아가던 도중 폭우를 만나 쫄딱 젖은 채로 논두렁에 빠지는 등 완전히 망가진 모습을 보여줬다.

이러한 화제가 합해져 '싱글와이프' 1회는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 시청률 1.093%를 차지했다. 이는 동시간대 케이블TV 채널 시청률 중 케이블TV tvN 예능프로그램 '수요미식회'에 이은 2위의 기록으로 적지 않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같은 날 방송된 동명의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의 인기와 더불어 색다른 스토리로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앞서 방송된 드라맥스 드라마 '1%의 어떤 것'(2016)이 케이블 방송대상 작품상 수상하며 호평을 받은 가운데 '싱글와이프'가 뒤늦게 바톤을 넘겨 받았다. 연출을 맡은 정윤수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열심히 노력했다. 그 노력이 충분히 보여질 거라고 생각한다"며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다. 많은 기대 해달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싱글와이프'가 드라맥스 드라마를 완전히 자리잡게 만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노한솔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드라맥스 화면 캡처, '싱글와이프'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