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유해성 논란 일파만파..품질기준 어떻길래?

신아름 기자 2017. 8. 2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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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 조사결과 10종 모두 유해물질 검출..관련법 미비로 유해물질 관리 사각지대 놓여
24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열린 여성환경연대 주최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사태 관련 일회용 생리대 안전성 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생리대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일파만판 확산되고 있다. '릴리안 생리대를 쓰고 나서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취지의 루머가 온라인과 SNS를 통해 확대·재생산되면서다. 깨끗한나라는 릴리안 전 제품의 환불을 결정하며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는 여론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사그라들 기미가 없다.

그러나 생리대와 건강 악화 간에 인과관계가 명확히 증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처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무분별하게 유포하는 것은 사회적 불안감만 증폭시킬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깨끗한나라가 국내외 시험기관에 의뢰한 릴리안 생리대의 유해물질 검사 결과는 늦어도 9월 중순쯤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검사에서는 독성 생리대 논란을 촉발한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s) 등 유해물질 검출 여부와 검출되는 양 등 생리대 관련 전반적인 품질안전 여부를 점검한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은 대기 중에 휘발돼 악취나 오존을 발생시키는 탄화수소화합물을 일컫는 말로 벤젠이나 포름알데히드, 톨루엔, 자일렌, 에틸렌, 스틸렌, 아세트알데히드 등을 통칭한다. 피부접촉이나 호흡기 흡입을 통해 신경계에 장애를 일으키는 발암물질로 알려졌다.

이번 생리대 논란은 지난 3월 발표된 강원대학교 연구진의 시험 결과가 시발점이 됐다. 연구진이 시중 생리대 제품 10종을 수거해 유해물질 방출량 실험을 실시한 결과 시험 제품 모두에서 유해물질 22종이 검출됐는데 그중 릴리안 생리대에서 가장 많은 양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집중 포화를 맞았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시중에 판매되는 생리대 모두에 유해성분이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생리대 제조사들이 유해물질이 든 제품을 만들고도 버젓이 판매까지 해왔을까. 그 이유는 이들 생리대가 현행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에서 생리대 품질안전에 관한 기준은 포름알데하이드, 색소, 형광물질, 산·알칼리에 관한 것만 규정한다.

이같은 상황은 상대적으로 안전이나 환경에 대한 기준이 높다는 선진국에서도 별반 차이가 없다. 미국 식품의약처(FDA)는 생리대나 탐폰(체내형 생리대) 등 여성용품을 의료기기로 분류해 관리한다. 따라서 의약품엔 필수인 '전 성분 표시' 의무가 생리대엔 없다. 제품에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전부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제품 안전성 기준이 그만큼 세밀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에서도 생리대 제품의 포괄적인 유해성 여부만 따질 뿐 어떤 유해성분이 특정한 병을 유발하는지를 밝힌 인과관계 연구자료나 기준은 마땅히 없는 상황"이라며 "때문에 그동안 업계에선 한국 소비자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맞춘 한국산 생리대가 오히려 세계적인 수준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깨끗한나라가 릴리안 제품이 FDA 승인을 받았다고 홍보해왔다는 점도 논란의 대상으로 삼는 모양새다. FDA에서 의료기기는 1단계부터 3단계까지로 나뉘는데 3단계부터 비로소 승인이란 단어를 쓸 수 있다는 것. 1, 2단계는 일정 자격을 갖춰 신고하는 것만으로도 획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잉 홍보란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깨끗한나라 관계자는 "FDA 신고를 완료해 미국 수출 자격을 갖췄다는 사실을 쉽게 설명하려던 과정에서 일어난 기술적인 실수"라며 "어떠한 의도를 갖고 사용한 말이 아니었으며 이러한 지적을 받아들여 추후 홍보, 마케팅 시 반영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현재로써 가장 큰 문제는 현행 생리대 제품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지금껏 일회용 생리대를 보편적으로 사용해온 국내 여성들로선 오랜 기간의 습관을 한 번에 바꾸기가 쉽지 않은 노릇이기 때문.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여성들의 생리용품 사용실태 및 인식도를 조사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회용 생리대'(80.9%)를 쓴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탐폰'(10.7%), '다회용 생리대'(7.1%)는 10명 중 1명꼴에 그쳤고 '생리컵'이라는 대답은 1.4%에 불과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논란이 자칫 생리대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우려스럽다"며 "식약처 등 관련 부처에서 하루빨리 합당한 안전 기준을 마련해 여성들이 다시금 생리대를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아름 기자 peu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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