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 아나운서가 19년간 진행했던 <황정민의 FM대행진(이하 FM대행진)>에서 물러난다.

황 아나운서는 24일 방송에서 “제가 육아유직 하려고요”라며 “그래서 다음 주까지 우리 함께해요”라고 하차를 알렸다. 황 아나운서의 바통은 박은영 아나운서가 이어받는다. 황 아나운서는 KBS 라디오 사상 최장수 단독 DJ였다. 가족들과 함께하고자 하차를 결심했다는 황 아나운서에게 ‘스포츠경향’이 직접 소감을 물었다.

그는 “처음에는 19년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19년을 진행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그만두는 결정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며 “하차 발표 후 격려와 서운한 마음을 담은 문자를 많이 받았다.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은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에너지로 이제는 자연인으로 잘 살아가야겠다. 아이들이 태어난 뒤로 한 번도 아침을 같이 못 보냈다. 다른 엄마들처럼 살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긴 세월만큼 말실수도 유독 많았다. 황 아나운서는 2002년 ‘효순이 미선이 사건(여중생 장갑차 사망사고)’ 당시 대학생들이 미군 영내로 진입하는 시위 현장을 보도하며 “부끄럽다”고 전해 시청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KBS2 <뉴스8> 앵커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사과문을 통해 사과했다.

2008년에는 <FM대행진>에서 설화에 휘말렸다. 황 아나운서는 생방송 도중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와 관련해 “시위대의 폭력적인 모습은 많이 실망스러웠다”고 해 촛불시위에 한 번이라도 나와 보고 그런 소리를 한 것이냐는 반응을 받았다.

황 아나운서는 가장 기억에 남는 본인의 말실수로 ‘모유수유 사건’을 꼽았다. 그는 “여러 말실수가 있었지만 모유수유 사건은 정말 힘들었다”고 밝혔다. <FM대행진>에서 모유 수유에 대한 멘트 도중 “아빠와 같이 써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겠네요”라고 말해 여성 청취자를 중심으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지난 실수들에 대해서 황 아나운서는 “내가 어떤 얘기를 하든 애청자 ‘황족’(이 프로그램 애청자, 황정민은 ‘황족장’이라 불렸다)들은 늘 굳건히 저를 믿어줬다. 힘들 때도 있었지만 모든 건 다 지나간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19년간 아침형 인간으로 사는 습관이 몸에 배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늦잠을 자겠다고 생각하지만 늘 아침에 일어나던 것을 몸이 기억하고 있어 잘 안 될 것 같다. 지금도 지각에 대한 걱정으로 밤중에 깨곤 한다. 마지막 방송까지 지각하지 않으려 긴장하고 있다”면서 애청자들에게는 “내 방송을 들으며 키웠던 아이가 이제 대학생이 됐다는 청취자가 있다. 그렇게 긴 세월을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것이 행복한 일이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이 너무 행복했고 감사했다”고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