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식량안보 위협하는 기후변화..생산량 얼마나 줄어들까?

안영인 기자 입력 2017. 8. 2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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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4일)도 비가 오락가락하고 있다. 이따금씩 장대비도 쏟아진다. 8월 들어 서울에 비가 내린 날은 오늘까지 17일이나 된다. 8월 강수일수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많고 강수량은 지난해보다 18배 이상 많다.

장마가 끝났다지만 장마철보다 비가 더 자주 내리면서 요즘 과일 농가는 날씨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비가 자주 내려 햇볕을 받지 못하다 보니 과일이 제맛을 내지 못하는 데다 썩거나 물러 떨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가 자주 내리면서 수확을 앞둔 포도 껍질이 갈라지고 터지는 열과 현상이 나타나고 흰얼룩병이나 갈반(brown spot)병 같은 곰팡이병이 번지고 있다. 아직 수확하지 않은 복숭아는 당도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과일 뿐 아니라 벼농사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비가 오래 이어지면 벼가 연약하게 웃자랄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바람이 강하게 불거나 이삭이 영글면 쓰러질 가능성이 있다. 또 습한 날씨에 통풍이 잘 안 돼 병충해까지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모내기 철 가뭄에 이어 8월에 장마 아닌 장마가 이어지면서 농작물 작황이 부진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기후변화가 계속 진행될수록 호우나 폭염, 가뭄, 슈퍼 태풍 같은 이상 기상, 이상 기후는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나고 그만큼 식량 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기후변화가 진행될 경우 지구촌 식량 생산에는 어느 정도나 영향을 미칠까? 어떤 작물에 어느 정도의 영향이 있을까? 지금까지 각국의 연구팀이 다양한 방법으로 산출한 전망을 내놨지만 연구 방법이나 연구팀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결과를 내놨다. 지금까지의 다양한 연구 결과를 종합한 연구 결과가 최근 미국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됐다(Zhao et al., 2017).

연구팀은 지금까지 발표된 기후변화와 주요 곡물 생산량에 대한 다양한 논문 70여 편을 종합 분석했다. 분석 결과 전 지구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전 세계 밀 생산량은 평균 6.0% 감소하고 쌀은 3.2%, 옥수수는 7.4%, 콩 생산량은 3.1%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앞으로 지구온난화로 상승하는 기온이 단지 1도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인류는 산업화 이전과 대비해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2도 이내, 특히 1.5도 이내로 묶어 두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이미 실현 불가능한 시나리오로 알려져 있지만 온실가스를 당장 적극적으로 감축을 할 경우(RCP2.6) 2100년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0.3~1.7도 상승하고 지금 현재 추세대로 계속해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RCP8.5) 지구촌 평균 기온은 2.6~4.8도나 상승할 전망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분석 결과를 적용할 경우 당장 온실가스를 적극적으로 줄일 경우(RCP2.6) 21세기 말 전 지구 주요 곡물 생산량은 5.6%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지금처럼 계속해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RCP8.5)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은 18.2%나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옥수수의 경우 27.8%가 감소해 가장 크게 줄었고 밀은 22.4%, 콩은 11.6%, 쌀은 생산량이 10.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다른 요소는 변함이 없다고 볼 때 오르지 기온 상승으로 인한 기후변화로 주요 곡물의 생산량이 이 만큼이나 줄어든다는 것이다.

물론 지구 기온이 올라갈 경우 지역에 따라 또 특정 곡물에 대해서는 생산량이 증가하는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전 지구 평균적으로 볼 때 기온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전반적으로 곡물 생산량이 크게 감소한다는 뜻이다.

얼핏 생각하기에 현재 우리나라는 쌀이 남아 고민인 것 같은데 뭐가 걱정이냐 할 수도 있지만 쌀을 제외한 밀, 콩, 옥수수의 자급률은 매우 낮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6년 식량자급률(잠정)을 보면 전체 식량자급률은 절반 정도인 50.9%다.

곡물별 식량자급률을 보면 쌀은 104.7%지만 밀은 1.8%, 옥수수는 3.7%, 콩은 24.6%다. 사료용까지 포함하는 개념인 곡물자급률은 더 떨어진다. 전체 곡물자급률이 23.8%에 불과하다. 곡물별로는 밀의 자급률이 0.9%, 옥수수는 0.8%, 콩은 7%에 불과하다. 기후변화로 전 세계 주요 곡물의 생산량이 감소하면 우리나라도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뿐 만 아니라 2015년 UN 식량농업기구(FAO)가 밝힌 전 세계 기아 인구를 보면 전체 인구 9명 가운데 한 명꼴인 7억 9천5백만 명이나 된다. 호세 그라지아노 다 실바 FAO 사무총장은 지난달(7월) 줄어들던 지구촌 기아 인구가 2015년 이후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자료 dpa). 2015~2016년 발생한 강한 엘니뇨로 인한 기상 이변 증가와 소말리아, 남수단, 콩고민주공화국 등에서의 분쟁과 갈등으로 기아 인구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주요 곡물의 생산량이 어느 정도 줄어들 것인지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이나 농업 관계자에게는 더없이 중요한 자료다. 전 지구적으로 인구가 급증하고 기아 인구까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식량이 얼마나 부족할 수 있고 또 부족한 식량에 대해 어떤 전략을 세우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기후변화, 우리나라도 결코 예외일 수 없다.

<참고 자료>

*dpa, UN agency: After years of decline, world hunger is increasing. 3 July 2017

* Zhao, C., Liu, B., Piao, S., Wang, X., Lobell, D., Huang, Y., Huang, M., Yao, Y., Bassu, S., Ciais, P., Durand, J-L., Elliott, L., Ewert, F., Janssens, I., Li, T., Lin, E., Liu, Q., Martre, P., Müller, C., Peng, S., Peñuelas, J., Ruane, A., Wallach, D., Wang, T., Wu, D., Liu, Z., Zhu, Y., Zhu, Z., Asseng, S. 2017. Temperature increase reduces global yields of major crops in four independent estimate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안영인 기자youngi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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