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는 근성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한 명씩은 꼭 있다.

‘원조 악바리’는 박정태였다. 박정태는 ‘흔들타법’을 앞세워 타석에서 끈질기게 투수와 승부했다. ‘악바리’ 계보는 손아섭으로 이어졌다. 손아섭은 타석에서 투수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본다. 타구를 친 뒤에는 1루 베이스까지 전력질주한다. 안타를 뽑아내지 못하면 그날 밤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 배트 손잡이의 테이핑도 고뇌의 결과다.

이제는 그 ‘악바리’란 수식어를 나경민이 이어받고 있다.

‘해외 유턴파’인 나경민은 지난 시즌부터 기회를 받아 올해에는 주로 베이스에서 ‘근성’을 보여주고 있다. 주로 이대호, 최준석 등 중심 타선의 대주자로 나서는 나경민은 진루에 몸을 사리지 않는다. 지난 23일 현재 대주자로 도루 17개를 기록, 이 부문 리그 5위를 기록 중이다.

가끔 베이스에서 고통을 호소하기도 해 보는 이의 마음을 철렁하게 만든다. 하지만 다음 날에는 멀쩡하게 경기를 뛰어 선배들에게 ‘오버맨’이라는 놀림을 받기도 한다. 손아섭은 “내가 ‘자연산’이고 나경민은 ‘양식’의 느낌이 강하다”고 농담을 던진다.

실제 나경민은 손아섭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나경민은 “아섭이 형이 야구에 임하는 자세를 항상 보고 있다. ‘악바리’라는 이미지 답게 몸 관리도 프로답게 한다”고 말했다.

‘투지의 원천’을 묻자 나경민은 “그냥 배어나오는 것”이라며 “도루할 때 부상을 조심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그걸 잊게 된다”고 했다.

“주전이 아니어서 기회가 있을 때 살아야 한다”는 나경민은 매일같이 도루에 대한 연구를 한다. 주로 사인이 났을 때 뛰지만 나경민이 제안할 때도 있다. 나경민은 “코치님께 ‘이 투수면 내가 갈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한다. 경기가 끝나고 난 뒤에는 도루 상황을 머릿 속에 그리는 연습을 한다”고 했다.

나경민은 스스로를 ‘하루살이’라고 표현하며 간절함을 내비쳤다. 그는 “한 경기에 모든 걸 건다”는 마음으로 나선다. 살아남고자 하는 ‘투지’가 나경민을 롯데의 3대 악바리로 성장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