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의 더블데이트]김세일·양귀비, 평범한 왕자와 공주 아니지요

이재훈 2017. 8. 2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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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뜨거움을 감추고 있는 신사적인 왕자와 최근 개봉한 디즈니 뮤지컬영화 '미녀와 야수'의 벨처럼 요즘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한 공주.

【서울=뉴시스】 가족오페라 '마술피리'의 파미나 역의 소프라노 양귀비, 타미노 역의 테너 김세일. 2017.08.23. (사진 = 예술의전당 제공) photo@newsis.com

예술의전당(사장 고학찬)이 24일부터 9월3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선보이는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에 왕자 '타미노'와 공주 '파미나'로 각각 캐스팅된 테너 김세일과 소프라노 양귀비는 두 역에 맞춤형 섭외다. 동시에 정형화된 캐릭터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겨준다.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두 사람 역시 "배역에 잘 어울린다고는 생각하지만 기존 왕자·공주와는 다른 색깔을 보여주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마술피리'는 타미노 왕자가 파미나 공주를 구하러 가는 긴 여정에 함께하는 유쾌한 새잡이꾼과 신기한 마술피리, 밤의 여왕과 지혜의 자라스트로가 등장하는 동화 같은 이야기다.

단순히 기존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공주를 구하는 왕자의 모험담'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선한 줄 알았지만 악인이었던 밤의 여왕, 악인인 줄 알았지만 현자인 자라스트로 등 볼수록 흥미로운 캐릭터가 넘친다.

하지만 밤의 여왕 등에 비해 비교적 타미노와 파미나는 새롭게 해석되지는 않아왔다. 안에 들끓는 에너지를 갖고 있는 김세일과 양귀비는 그러나 두 캐릭터에 한결 입체감을 불어넣는다.

김세일은 소년의 목소리를 떠올리게 하는 미성을 지닌 신사 이미지로 배역에 우아함을 더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서울=뉴시스】 가족오페라 '마술피리'의 타미노 역의 테너 김세일. 2017.08.23. (사진 = 예술의전당 제공) photo@newsis.com

사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성악을 하려면 종주국인 이탈리아에서 배워야 한다며 학교를 중퇴하고 현지로 가는 용기를 내기도 했다. 물론 현지 생활은 쉽지 않았지만 "제가 선택한 일이니 돌아올 수 없고 힘들어도 책임져야 했다"고 웃었다.

김세일은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드물게 유럽에서 에반겔리스트(Evangelist)로 활약하고 있다. 복음사가, 즉 복음서를 집필한 저자를 뜻하는 에반겔리스트는 바흐의 '마태 수난곡'과 '요한 수난곡' 등의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인 동시에 해설자 역이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갈 때마다 시험에 통과해야 했는데 역시 공주와 함께 물과 불의 시험을 통과해야 '마술피리' 속 타미노의 여정이 겹쳐지는 이유다.

김세일은 "타미노의 여러 사람을 만나는 험난한 여정이 마치 제가 살아온 것과 비슷했다"며면서 "저는 처음에는 이탈리아 오페라밖에 없는 줄 알았거든요. 독일에 가서 모차르트를 접하면서 다양한 음악이 존재한다는 걸 알았죠"라고 했다.

'마술피리'는 오페라사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탈리아어로만 오페라 공연이 만들어지던 시기, 1791년 모차르트가 '마술피리'를 징슈필(Singspiel)로 만들어 서민에게도 쉽게 다가갔다. 징슈필은 연극처럼 중간에 대사가 들어있는 독일어 노래극을 가리킨다. 이번 예술의전당 마술피리는 독일어로 원곡을 소화하되 모든 대사는 한국어로 처리한다.

양귀비는 "독일에서 국민 오페라로 통하는 작품이라 세 살짜리도 모든 대사를 다 외운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라면서 "쉽지만 진한 부분도 많고 인생철학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가족오페라 '마술피리'의 파미나 역의 소프라노 양귀비. 2017.08.23. (사진 = 예술의전당 제공) photo@newsis.com

양귀비는 특히 '마술피리'와 인연이 깊은 소프라노다. 2002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마술피리'가 공연했을 당시 소년(KNABE) 역을 맡았다. 15년 만에 같은 작품으로 예술의전당으로 돌아와 소년 역할들을 보고 있노라면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2014년에는 라이프치히 극장 '마술피리'에 '밤의 여왕'으로 데뷔하기도 했다.

이번에 공주 파미나를 연기하는 양귀비는 그간 수동적으로 그려진 이 역에 대해 생동감을 쌓아가고 있다. 그녀는 "성장하는 것이 보여지는 캐릭터"라면서 "소녀에서 여인이 되는 과정애서 성격이 확확 변해요. 그런 부분이 재미있고 그래서 조금은 더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싶다"고 바랐다.

이번 '마술피리'는 유럽 무대에서 주로 활약하는 김세일과 양귀비를 한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 비엔나 뮤직페라인, 바덴바덴 페스트슈필하우스 등 유럽 무대에서 주목 받다 2014년 국립오페라단의 모차르트 오페라 '돈조반니'로 국내 데뷔한 김세일은 2015년 서울시오페라단의 몬테베르디 '오르페오'에 이어 이번 '마술피리'로 세 번째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내달 16일 국립합창단과 공연이 예정돼 있는 한국 활동의 병행을 본격화하고 있는 김세일은 "좋은 기회가 많이 주어져서 감사하다"면서 "가능한 한국 무대에도 많이 오르고 싶다"고 했다.

양귀비는 2004년 '세비야의 이발사' 이후 무려 12년 만에 국내 무대에 선다. 2005년 홀로 유럽으로 건너가, 외로움과 치열한 경쟁에 고생도 한 그녀지만 2010년 독일 켐니츠 극장 전속 솔리스트로 발탁, 현지에서 정상급 소프라노로 활약하고 있다. 최근에는 네덜란드 콘세르트허바우에서 외르크 비트만의 오페라 '바빌론'에 출연해 호평 받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가족오페라 '마술피리'의 파미나 역의 소프라노 양귀비, 타미노 역의 테너 김세일. 2017.08.23. (사진 = 예술의전당 제공) photo@newsis.com

양귀비는 "만날 동양사람으로 홀로 오페라 무대에 서다가 한국에서 많이 소통하며 공연을 준비하니 설레고 기쁘다"면서 "모든 일에는 기다림이 필요한데, 항상 때가 알맞게 찾아오는 것 같다"고 웃었다.

한편 이번 '마술피리'의 지휘는 지중배, 연출은 장영아가 맡는다. 테너 최용호와 소프라노 김주혜가 김세일, 양귀비와 함께 타미노와 파미나를 나눠 연기한다. 합창은 그란데오페라합창단, 연주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맡는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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