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박시환은 왜 대법원장직 삼고초려를 사양했을까?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2017. 8. 2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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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안 전 대법관도 문 대통령의 대법원장 직 제의를 끝까지 사양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박시환 전 대법관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자료사진)
박시환 전 대법관과 전수안 전 대법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장직을 끝내 사양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박시환 전수안 전 대법관은 왜 대법원장직 삼고초려를 끝내 사양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두 전직 대법관이 문 대통령의 제의를 직접 받고도 사양했다는 얘기냐?

= 그렇다. 박시환 전 대법관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청와대 관계자의 연락을 받고 분명하게 사양한다는 입장을 전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연락을 받고도 확고하게 맡지 않겠다는 뜻을 확실하게 밝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박 전 대법관은 사법시험 동기이면서 문 대통령이 경남중 1년 선배이기도 하다. 박 전 대법관은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다"고 말했지만 후보자로 지명됐더라면 이런 부분이 상당한 공격의 빌미가 됐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삼고초려라는 표현을 썼는데 청와대에서는 박 전 대법관을 후보자로 지명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지만 끝까지 사양해 새로운 카드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전수안 전 대법관도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박 전 대법관과 비슷한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둘이 사양하면 새로운 카드를 찾을 걸로 알았지만 생각보다 빨리 새로운 카드가 나왔는데 이렇게 좋은 카드가 나올줄 몰랐다"고 말했다.

▶ 대법원장 자리가 대단히 영예로운 자린데, 사양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인데 왜 끝까지 사양한 건가?

= 첫 번째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으니 새로운 인물이 맡는 게 순리라는 얘기다. 전수안 전 대법관은
"(그럴리가 없었겠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명했다면 들어가서 잘해보고 싶었다"면서 "지금은 여건이 잘 갖춰진 만큼 쉽지는 않겠지만 굳이 우리(박·전 전직 대법관)까지 나서서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생각했다고 말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을 필요가 있디고 봤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김명수 후보자가 더 훌륭하기 때문이다.

전수안 전 대법관은 "김명수 후보자 지명 얘기를 듣자마자 '박시환 보다 낫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말을 박시환 전 대법관이 들어도 된다"고 말했다. (전 전 대법관이 나이도 많고 사법시험도 4회 빠른 선배)

박시환 전 대법관도 "정말 탁월한 선택"이라면서 "정말 지나고 보니까 김명수 원장을 얻기 위해서 그런 진통을 겪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박 전 대법관은 특히 "김 후보자가 젊으니까 추진력이 있고, 성품이 차분하고 부드럽다"면서 "저는 약간 욱하거나 급한 성질이 있어서 전쟁에서 돌격대장 역할이 적임이라면 김 후보자는 이쪽 저쪽의 의견을 아우르고 전체를 끌고가는 능력이 사령관에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개인적인 캐릭터나 능력이 훨씬 낫다"고 거듭 강조했다.

세 번째는 진이 빠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 전 대법관은 대법관 시절을 '설국열차'에 비유하면서 "설국열차에서 뛰어 나왔는데 도로 설국열차에 들어가서 다시 엔진을 돌리라고 하니 너무너무 싫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 너무 좋다. 즐거운 인생 살고 싶어서 안 하고 싶다. 밖에서 너무 눈부신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전 대법관은 "할 만큼 했다. 소진했다"면서 "한 번 격정의 세월, 만만치 않은 세월을 겪고나니 힘도 들고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더라"라고 말했다. 박 전 대법관은 "좀 질렸다고 할까? 지쳤다"이런 표현을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좀 편히 지내고 싶다", "후학을 가르치는 재미가 쏠쏠하다"라고 말했다.

네 번째는 대법관을 거치지 않은 대법원장이 나올 때가 됐기 때문이다.

전수안 전 대법관은 "재야 법조계의 원로급 인사들 사이에서는 대법관을 하지 않은 사람이 대법원장을 한 번은 해야 한다는 공감이 있었다"고 전했다.

전수안 전 대법관 (사진=자료사진)
▶ 아니 왜?

= 전 전 대법관은 대법관을 경험한 것과 하지 않은 것의 차이를 '관행'으로 꼽았다.

전 전 대법관은 "(대법관 출신은)하던대로 관행대로 할 가능성이 있다. 보고 들은 게 그거니까, (사법개혁을) 못할건 없겠지만 은연중에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행동이나 생각이 (관행을) 어쩔 수 없이 전제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반면, 대법관을 하지 않은 경우는 틀에 얽매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전 전 대법관은 "김명수 후보자의 경우 여태 어떻게 해왔는지 경험을 안했으니까 편견이나 선입견, 전제된 어떤 틀이 입력이 덜 되있으니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원합의도 전에는 이렇게 했으니까 이렇게 바꾸면 되겠다는 정도로 조금만 바뀔 수 있지만 경험이 없을 경우 어떤 방식으로 할지 틀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다섯 번째는 솔직히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박시환 전 대법관은 "솔직히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면서 "그냥 대법원장도 힘든데 상대적으로 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하면 편하게 지내고 싶다. 이런 상황에서 그런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이미 소진을 했다. 6년여 세월동안 사회생활에 적응이 됐는데 다시 법원으로 돌아가서 그 스트레스를 다시 받고 싶지는 않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전수안 전 대법관은 위트로 답변을 피해갔다. "제왕적 대법원장을 하라고 했으면 할 수도 있었겠지만 민주적 대법원장 하라고 해서 사양했다"고 웃으면서 넘어갔다.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이 22일 오후 양승태 현 대법원장과 면담을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대단히 파격적인 인사인데 어떻게 이런 인사가 가능했나?

= 법조인들을 만나면 '우리로서는 상상 할 수 없는 인사'라고 평가한다. 윤 지검장도 처음에는 검찰총장으로 검토했다고 한다. 법조계는 검찰총장이나 대법원장을 기준으로 기수차이가 크게 변하기 때문에 13기를 한 번에 건너 뛰거나 대법관을 지내지 않은 후보자를 대법원장에 지명하는 건 쉽게 결단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떻게보면 이것이 정치와 법조의 차이일 수도 있다. 법조는 관행이나 기수문화 이런걸 벗어나기 어렵다.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치는 무엇이건 가능하다. 멀리 볼 것도 없이 미국의 대통령도 오바마가 가능했지만 트럼프도 될 수 있다. 그게 정치다.

사실 이런 파격인사는 내부자의 시각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판사출신인 더불어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문 대통령의 결단이라고 말한다. 박 의원은 누가 이런 파격적인 인사안을 냈느냐?는 질문에 "그건 문재인 대통령"이라면서 "참여정부 명과 암을 경험했고 개혁의지가 확고하고, 이제는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활용할 수 있는 카드들에 대한 경험속에서 준비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사진=자료사진)
▶ 큰 기수차이, 보수적인 법관 사회에서 차질이 없을까?

= 다소간 술렁임은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게 근본적인 문제로 나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법원에서는 이미 평생법관제가 시행되고 있다. 법원장을 지낸 뒤에 다시 판사로 복귀해서 판결을 한다.

전수안 전 대법관은 후배법관들에게 "왜 판사의 길에 들어섰는지? 왜 지금까지 법관의 길을 가고 있는지 돌아보라"면서 "법관으로서 재판 잘하기 위해서 판사가 됐으니 내 뒤에(사법시험 기수가) 사람이 (대법원장이나 대법관)되건 앞사람이 되건 그게 흔들릴 일이냐?"라고 조언을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후배기수가 대법원장이 되면 조직문화가 바뀔테이니 흔들릴이유가 없지 않느냐?"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명수 후보자의 사법시험 동기인 황정근 변호사(탄핵심판 당시 국회측 대리인)는 "미국에서는 50살에 대법원장이 되기도 했다"면서 "기수 때문에 안 될 이유는 없을것"이라고 말했다. 황 변호사는 다만 "대법관을 지내지 않았고 법관을 계속한 것 외에는 보여준 게 없으니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판사출신의 자유한국당 홍일표 의원은 "박시환, 전수안 두 분은 김명수 후보자에 비해 훨씬 양호하다. 우리가 볼 때는"이라면서 "두 분이 독수리 5형제지만 양식이 있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김 후보자는 검증이 안됐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 자유한국당이나 일부 보수성향의 언론에서는 왜 그렇게 색깔론을 제기하는 거냐?

= 그건 일종의 프레임을 짜는 것이다. 평생 법관을 지낸 후보자를 지명했는데 갑자기 보혁논쟁으로 몰고가는 건 그런 틀을 짜서 편을 가르고 그걸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방편일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겠지만 도덕적이건 법률적인 하자가 나오지 않는 이상 야당이 반대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판사출신 국회 개헌특위 위원장인 이주영 의원은 우리법연구회 활동을 문제삼으며 "이런 활동을 한 대표적인 사람을 사법부의 수장으로 지명한 것은 사법부를 특정 조직 출신으로 줄 세우고 대다수 양심 있는 판사들을 숙청하려는 사법쿠데타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김 후보자의 낙마에 당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추미애 대표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는 사법 파동으로 진통을 겪는 사법 개혁의 적임자"라며 "야당은 근거 없이 코드 인사라 비판하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처럼 문재인 정부에서는 사법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일이 없고 그럴 마음도 없다"고 단언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한국당은 사법부의 정치화, 코드화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면서 이명박 정권 시절 신영철 전 대법관의 촛불 재판 개입이나 박근혜 정권의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 등을 상기시켰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와는 달리 이념의 한계의 맨 끝에 있지만 한계를 이탈하지는 않았다"고 평가하면서도 "도덕성과 자질은 규명해 나가야 하고, 최종적으로 당내 의견 수렴을 통해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야당에서도 단순히 기수가 낮다고 반대하기는 명분이 약하기 때문에 청문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봐야 한다"며 "도덕성 문제가 없다면 의외로 무난하게 통과될 수도 있지만 문제가 나오면 복잡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bamboo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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