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현대車, 기업집단국.. "공정위에 쏠리는 대기업의 눈"

세종=전슬기 기자 2017. 8. 2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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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기업집단국 만들며 대기업 본격 겨냥네이버 내달 공시기업집단 ‘동일인’ 지정 관심현대차 순환출자 해소 방안 공정위와 논의 중

사진=연합뉴스

‘을(乙)의 눈물’이라고 불리는 프랜차이즈, 대리점, 유통 업계의 불공정 거래를 집중적으로 조사하던 김상조 위원장의 공정거래위원회가 서서히 대기업 지배 구조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시민 단체 활동 시절 ‘재벌 저격수’로 불렸던 김 위원장의 행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 네이버 ‘총수 없는 집단’ 논란

첫 번째 대상은 예상치 않게 네이버가 됐다. 네이버의 이해진 창업자가 공정위에 ‘총수 없는 집단’ 지정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등의 규제를 받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자산 규모 기준을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올렸다. 그러자 자산 규모 5조~10조원 사이의 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 등의 규제를 벗어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정위는 이런 지적을 감안해 내달 자산 규모 5조~10조원의 기업들을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되는 기업들은 공시 의무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금지 등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다.

네이버는 공정위가 새롭게 지정할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러자 네이버는 동일인 지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공정위는 기업 집단을 지정하면서 ‘동일인’도 함께 지정한다. 동일인은 기업 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법인이나 자연인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동일인은 기업 집단의 총수로 지정되는 경우가 많다.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동일인은 기업의 실질적인 지배자로 외부에 공인되며, 집단 지정 자료와 관련된 모든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네이버는 이 창업자가 네이버 지분의 4% 안팎만 보유하고 있으며, 회사 경영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인 지정을 이 창업자 개인이 아닌 ‘법인’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네이버는 현재 표면적으로는 변대규 의장, 한성숙 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 창업자는 해외 투자를 맡고 있다. 이 창업자는 지난 22일 시간외매매를 통해 네이버 주식 11만주를 주당 74만3990원, 총 818억3890만원에 매각하며 지분율을 4.74%에서 4.31%로 줄이기도 했다.

공정위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지정된 31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총수가 없는 기업 집단은 총 7개 뿐이다. KT·포스코·KT&G 등은 민영화된 공기업으로 애초 총수가 없는 기업들이며, 에쓰오일은 해외주주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농협은 중앙회가 주도하고 있으며 대우조선해양·대우건설은 총수가 있었지만, 채권단이 주도하는 구조 조정 과정에서 지배구조가 바뀌었다. 개인이 설립한 민영 기업이 '동일인 없는 기업 집단'으로 지정된 사례는 아직 없다.

공정위는 이 창업자의 동일인 지정 여부를 ‘지분율’로 보지 않고 ‘실질적인 지배력’을 위주로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분이 적어도 기업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행사하고 있으면 동일인이라는 뜻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지난 21일 "기업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오직 하나의 기준으로 판단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 집단을 지정할 때 ‘동일인’ 지정도 핵심 부분이다”라며 “회사 상황을 고려해 실질적인 지배력 위주로 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정부 내부에서는 이 창업자가 동일인 지정을 피하긴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이 창업자만 예외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 현대차 순환 출자 해소 부상

현대차 그룹은 순환 출자 해소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 현대차 그룹과 논의하고 있다"라며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주요 대기업들이 순환 출자 고리를 해소하며 지배 구조를 개선한 가운데 현대차 그룹은 그대로였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는 "현대차도 이러한 지배 구조로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걸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라며 "하룻밤 사이에 되지는 않겠지만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순환 출자란 3개 이상의 계열사끼리 연쇄적으로 출자해 지배력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조선일보DB

현대차 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 고리를 가지고 있다. 관심은 공정위와 현대차 그룹이 논의하고 있는 개선 방안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계속 재벌들의 자발적인 개혁을 말해왔다”라며 “그런 발언의 연장선에서 현대차에게 순환 출자 고리 해소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미 국회에는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법안이 있고, 순환 출자 고리 해소는 회사가 방법을 판단할 문제이기 때문에 특별히 새로운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순환 출자 고리를 끊는 가장 확실하고 단순한 방법은 총수 일가가 계열사에 대한 지분을 사재로 사들이는 방법이다. 그러나 관련 방안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한국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16.9%)을 정의선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사들일 경우는 약 4조원, 현대모비스의 현대차 지분(20.8%)을 매입할 경우는 약 7조2000억 원이 필요하다. 현대차 그룹이 지주회사를 통해 순환 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현대차 그룹은 또 '총수일가 지분 30%'인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계열사(상장사)의 기준이 '총수일가 지분 20%'로 강화될 경우 현대글로비스와 광고 계열사 이노션이 규제 대상에 포함 될 가능성도 고민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공약에서 관련 방안을 약속한 바 있다.

◆ 대기업 전담 ‘기업집단국’ 출범

공정위는 올해 하반기 대기업 집단을 전담하는 ‘기업집단국’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기업 집단국은 현재 대기업 관련 집단 지정 등 사전 규제를 담당하는 ‘기업 집단과’와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 관련 사후 규제를 담당하는 ‘시장감시국’ 등이 합쳐지는 것이다. 지주회사과, 공시점검과, 내부거래감시과, 부당지원감시과와 기존의 기업집단과를 확대한 기업집단정책과로 구성될 예정이다.

공정위의 기업집단국은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던 조사국의 부활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존재했던 공정위 조사국은 대규모 기획, 직권조사를 주로 맡았다. 조사국은 대기업 부당 내부 거래를 감시하면서 당시 5대 그룹인 현대·삼성·대우·LG·SK를 집중 조사했다.

다만 공정위는 기업집단국이 과거 조사국 보다 더 포괄적인 업무를 할 거라고 설명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거 조사국은 직권 조사에 특화된 조직이었다면 기업집단국은 대기업에 대한 사전과 사후 규제를 함께 큰 틀에서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집단국은 김 위원장이 시민 단체 활동 때 부터 제기했던 문제들과 문재인 정부의 공약들을 대거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 대주주들의 공익 법인을 이용한 지배력 강화나 대주주들의 자사주를 이용한 지배력 강화, 기존 순환출자 해소 문제, 대기업 소유의 금융 회사들에 대한 문제, 대기업 내부 거래 등이 논의 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기업집단국이 신설되면 (대기업) 공익 재단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실태를 엄격하게 분석할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규제 개선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 대기업 내부 거래에 대해 "조사 대상 기업의 영업 비밀과 권익을 보호하는 선에서 자료를 수집해 현행 법을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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