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칭다오처럼..韓 도시명 딴 세계적 맥주 나올까

구성/뉴스큐레이션팀 정진이 2017. 8. 2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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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청와대 기업인 간담회 사전 호프 미팅에서 수제 맥주가 만찬주로 등장했다. 문 대통령은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수제 맥주는 메시지 전달자 이상의 인기를 얻었다. 인지도가 대폭 상승하며,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의 매출도 껑충 뛰었다. 수제 맥주의 매력은 무엇일까. (기사 더 보기 ▶ 청와대 호프미팅 효과… '수제맥주' 매출 껑충)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개최한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소상공인 업체의 수제 맥주를 직접 따르고 있다. /연합

주세법 개정 그리고 수제맥주

지난 2002년 영업장에서 직접 맥주를 만들어 판매할 수 있는 '브루 펍(Brew pub)'이 허가를 받으며 수제 맥주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외부 유통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100여 개가 넘었던 브루펍의 상당수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왼) 크래프트 비어 전문 바인 '쓰리매너티' 한쪽 벽면을 장식한 생맥주 탭 (오)중소형 맥주기업의 캔맥주‘세븐브로이 IPA’. /조선DB

지지부진하던 수제 맥주 시장이 그 활로를 찾은 건 지난 2014년 주세법 개정이 결정적이었다. 2014년 주세법이 개정되며 소규모 양조장에서 제조한 수제 맥주의 외부 유통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사이에 급성장한 수제 맥주 시장은 이달 초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7년 세법 개정안'을 통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새 개정안에 따르면, 소규모 맥주 제조자의 소매점 유통이 허용되고 시설 기준도 완화됐다. 이로 인해 다양한 수제 맥주들이 대형마트나 슈퍼마켓, 편의점 등에서 판매가 가능해졌다. 또, 저장조 시설기준도 75㎘에서 120㎘로 확대되고 과세 표준도 변경돼 더 많은 소규모 업체들이 세금 경감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90% 국내맥주에 굴하지 않는 0.1% 수제맥주 시장

/조선DB

현재 국내 맥주시장 규모는 대략 2조 700억 원 수준이다. 시장 규모로 보면 국산 맥주가 약 90%, 수입 맥주가 약 10%, 수제 맥주가 0.1%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혼술(혼자 술 마시기), 홈술(집에서 술 마시기) 등의 트렌드로 인한 수입 맥주와 수제 맥주의 성장세가 무서울 정도다.

실제 일부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는 이미 수제맥주 상품의 라인업을 늘리기 시작했다. 주류업계에서는 지금의 인기가 지속될 경우 10년 뒤에는 수제맥주 시장이 약 2조 원 대까지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결론적으로는 국산 맥주, 수제 맥주, 수입 맥주가 그 규모와 상관없이 치열한 삼파전을 벌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제맥주, 너의 매력은

맥주는 크게 발효공법에 따라 라거와 에일로 나뉜다. 10도 정도의 저온에서 발효해 하단에 가라앉는 효모를 사용하는 것이 라거, 비교적 상온에 가까운 고온에서 발효해 위로 떠오르는 효모를 사용하는 것이 에일이다. 에일 맥주보다 낮은 온도에서 장시간 저장시켜 만드는 라거 맥주는 깔끔하고 시원한 청량감이 특징이다. 세계적으로도 '라거'가 대세이고, 국내에서도 그동안은 시원한 목넘김의 '라거' 맥주가 독보적으로 인기였다.

하지만 2000년 중반 세계적인 여행 안내 지침서인 <론니플래닛>에서 한국 맥주를 '밍밍하다(watery)'라고 표현한데 이어, 2012년 영국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이었던 대니얼 튜더가 '한국 맥주는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는 칼럼을 쓴 이후로 '라거' 일색이었던 국내 맥주 시장에 변화가 일어났다. 국내 맥주에 대한 실망이 다양한 맛과 향을 내는 수제 맥주 열풍의 발단이 됐다. (기사 더 보기 ▶ 한국 맥주가 北의 대동강 맥주보다 못한 이유)

/조선닷컴 인포그래픽스 (사진을 클릭하면 해당 인포그래픽스를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수제 맥주란 독립된 양조장에서 자체 레시피로 소량 제조하는 맥주를 말한다. 법적으로 얘기하면 소규모 맥주 제조 면허를 가진 사람이 5~120㎘의 양조 시설을 갖춘 곳에서 만든 맥주다.

수제 맥주는 원료나 배합비율에 따라 다양한 맛을 만들 수 있다. 또, 같은 원료와 같은 배합비율로 만들었다고 해도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맥아를 불리는 온도나 시간 등을 포함한 양조 과정의 여러 상황이 제조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 수제 맥주 열풍을 이끄는 대다수는 에일 맥주다. 에일 맥주는 쓴맛이 강하고 탄산이 적으며, 과일 같은 향긋함과 진하고 깊은 맛을 특징으로 한다. 수제 맥주 다수가 에일 맥주인 건 맛과 향, 도수 등 '다양성'에서 그 매력을 십분 발휘하기 때문이다.

강남에선 '강남 맥주', 부산에선 '해운대 맥주'

수제 맥주의 유행으로 맥주면허사업자는 지난해까지 60여 곳으로 늘어났다. 소규모 양조장을 운영하며 특색 있는 수제 맥주를 판매하는 곳이 다수지만, 그 중에 몇 곳은 전국에 수제 맥주를 유통할 정도로 규모가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유통되는 수제 맥주 중엔 '지역 이름'을 딴 맥주들이 인기가 좋다. 크래프트브로스의 '강남 페일 에일', 아크(ARK)의 '서빙고 맥주', 세븐브로이의 '전라 맥주' 등이 그 예다. 지역명을 딴 맥주들은 어떤 맛과 향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지 정리해봤다. (기사 더 보기 ▶ 지역 이름을 단 수제 맥주, '강남·서빙고·전라·달서 맥주' 맛과 특징은?)

수제맥주 발전의 걸림돌은…

수제 맥주 시장은 규제 완화와 소비자의 욕구가 맞아떨어지며 밝은 전망을 점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좋을 수는 없다. 무엇이 문제일까.

수제 맥주 시장에 날개를 달아주려고 한 주세법 개정안이 되려 잡음을 낳고 있다. 이번 주세법 개정안의 혜택을 과연 소규모 맥주 제조업체들이 가져갈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 정부의 진입 장벽 완화 정책이 오히려 대기업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왼) 드리즐리(Drizly)는 일반 슈퍼마켓에서 주류를 배달하지 않는다는 점을 공략해, 주류 전문 소매점(ABC Fine Wine & Spirits)과 제휴해 주류 가정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북미 지역의 대표적인 업체이다 (오) 1876년에 설립된 일본 대표적인 맥주회사. 삿포로맥주는 메이지 시대에 홋카이도 개발청인 가이타쿠시가 삿포로에 설립한 양조장에서 출발했다. 이곳에서 삿포로 라거 맥주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홋카이도 지역의 한 양조장을 비롯해 일본에 총 5개의 양조장을 가지고 있다. /드리즐리(Drizly) 공식 홈페이지·블룸버그

새 개정안은 규모가 작은 업체도 맥주를 유통 판매할 수 있게 했지만, 창고나 운송수단 등 유통 시스템이 없는 소규모 업체들은 시장 진출 자체가 어렵다. 또, 위생의 문제도 있다. 대기업의 경우엔 위생관리가 철저하지만 소규모 업체들은 위생 시스템에 투자할 자금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결국, 자본력 없이는 이번 개정안의 혜택을 받기 힘들다.

개정안의 문제도 있지만, 수제 맥주 자체의 문제도 있다. 지금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지역 맥주 중 해당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은 거의 없다. 강서·달서 맥주는 강원도 횡성에서, 해운대 맥주는 충북 음성에서 생산한다. 심지어 강남 맥주는 캐나다에서 공수된다. 삿포로 맥주는 삿포로에서, 칭다오 맥주는 칭다오에서 생산되는 것에 비교하면 무늬만 지역 맥주인 셈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한국 수제맥주가 여러 난관을 잘 극복하고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출처

-2017년 세법개정안 보도자료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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