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 세고 개성도 다른 네 명.. 숨소리까지 하나로 만들었죠"
두번째 음반 '차이콥스키' 발매.. 3년 연속 런던 위그모어홀서 공연
22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 바이올린의 김재영(32)·김영욱(28), 비올라 이승원(27), 첼로 문웅휘(29)로 이뤄진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은 마지막 곡으로 베토벤 현악사중주 14번을 연주했다. 어지러이 교차하는 활놀림 사이로 깨끗하게 노래하는 현(絃)이 인상적이었다. 창단 10주년을 맞은 노부스의 성장사(史)를 눈으로 확인한 무대였다.
노부스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비롯해 다음 달 1일까지 부산, 대구, 전주, 성남 등 일곱 개 도시에서 10주년 전국 투어를 펼친다. 베토벤과 더불어 모차르트 현악사중주 19번 '불협화음', 멘델스존 현악사중주 2번, 하이든 현악사중주 62번 '황제' 등을 들려준다.
클래식을 즐겨 듣는 사람도 현악사중주는 어려워한다. 악기 하나가 도드라지며 귀에 익은 선율을 연주하지 않아서 듣다 보면 쉽게 지루해진다. 연주자 입장에서도 소화하기가 까다롭다. 현악기 네 대가 피아노 반주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음정·박자를 맞춰야 하고, 솔로 연주일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많은 집중력을 요구한다. 원숙한 표현력은 필수다.
2014년 오스트리아 모차르트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국내 현악사중주단 최초로 우승한 노부스는 바로 이 영역에서 반짝반짝 빛을 내는 연주단체다. 현악사중주라는 말 자체가 낯설었던 2007년, 독주자로서도 국내외 유명 콩쿠르를 휩쓸던 청춘들이 덥석 손잡았다. 독주자와 오케스트라 비중이 높은 우리 음악계에서 노부스가 뭉친 이유는 하나, "음악적으로 깊이 있는 곡이 많고, 현악기 네 대가 한데 어울려 음역대도 풍성하기 때문"이었다. 이승원은 2009년 여름 합류했다.
2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노부스는 "결성 초기 5년이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고집 세고 개성도 다른 넷이 만나 활의 속도와 밀도, 비브라토, 숨소리까지 섞으면서 소리 색깔을 하나로 만들었어요." 이제 그 결실을 보고 있다. 2015년 9월 연주자들의 꿈의 무대인 베를린 필하모니홀에 데뷔한 데 이어 올해 1월엔 정상급 연주자들이 즐겨 서는 영국 런던의 실내악 성지(聖地) 위그모어홀을 밟았다. 오는 12월 다시 위그모어홀에 서고, 내후년까지 해마다 한 차례 이상 연주가 잡혀 있다.
평균 나이 29세. 최근 두 번째 인터내셔널 음반 '차이콥스키'(아파르테)도 선보였지만 아직은 '베이비 콰르텟'에 불과하다고 자평한 노부스는 "농염하고 성숙한 색채로 20~30년 뒤에도 사랑받는 콰르텟이 되고 싶다"고 했다. "저희에게 지난 10년은 끝없는 도전의 시간이었어요. 콩쿠르 출전 경비를 벌려고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고, 아시아인이라 무시당하는 경우도 많았죠. 현악사중주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의 무관심이 가장 고통스러웠고요. 하지만 저희는 꾸준히 성장했고, 이젠 현악사중주를 즐기는 국내 청중이 많아져 뿌듯합니다."
▷노부스 디케이드=29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338-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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