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이 내 집? 밥 짓고, 술 마시고..관할구청은 뭐 했나

안상우 기자 2017. 8. 23.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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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구청에서 관리하는 도심 근린공원 내 체육시설을 자기 집 마당처럼 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취사가 금지된 곳에서 밥도 해 먹고 술도 마시고 그 뒤에는 설거지까지 했는데, 공원 시설용 전기와 식수대 물까지 몰래 끌어다 썼습니다. 관할 구청은 뭘 하고 있었던 걸까요?

기동취재, 안상우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중구의 한 공원 배드민턴장. 끓고 있는 냄비가 보이고, 주변에는 술병도 있습니다. 식사 준비가 끝나자 사람들이 간이 탁자로 모여 밥을 먹기 시작합니다. 이 지역 배드민턴 동호회원들입니다.

한편에선 설거지가 한창인데 설거지물은 그대로 공원으로 흘러갑니다. 설거지에 쓰는 물은 공원 식수대에 호스를 부착해 끌어왔습니다. 전기밥솥과 전기 주전자는 공원용 설비에 전기를 연결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원 내 전기시설은 아무나 사용할 수 없도록 보통은 이렇게 잠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동호회 회원들만큼은 언제든 필요하면 이곳 전기를 사용해왔습니다.

LP 가스통을 놓아두고,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연결해 음식을 조리하기도 합니다. 공원에서 불을 피우고 밥을 지어 먹는 행위는 모두 법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 : 노인분들 음식 해먹는 게 전적으로 따지고 보면 위법이지. 암암리에 우리가 조금씩 하는 것뿐이지.]

성동구의 다른 공원 배드민턴장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창고 안에는 각종 취사도구가 보관돼 있습니다.

'취사도구를 자진 반출하지 않으면 행정 처분하겠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데, 반출 기한이 2014년 1월까지입니다. 이미 3년이 지났습니다.

심지어 중구청장은 올해 초 휴대용 가스레인지가 놓여 있는 배드민턴장에서 동호회 회원들과 모임을 갖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관할 구청 측은 불법 취사 사실을 몰랐다고 말합니다.

[중구청 관계자 : 많은 분들이 운동하고 즐기고 있는 것은 알았지만 취사와 그런 내용은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화재 위험은 물론 공원 공공 시설물 사유화로 시민에게 큰 불편을 주는데도 단속에 나서야 할 구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이승진, VJ : 노재민)   

안상우 기자ideavato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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