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몇 번으로 '대출' 받는 카카오뱅크 돌풍에.. 엄마들 '전전긍긍'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입력 2017. 8. 23. 16:03 수정 2017. 8. 2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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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영업을 시작한 인터넷 전문은행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 /조선일보DB

“고등학교 갓 졸업한 우리 아들도 대출 신청이 가능하다고요?”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 등에서 모바일을 통한 ‘간편 대출’이 확대되는 가운데,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걱정이 늘고 있다. 금융지식이나 소득 안정성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낮은 20대에게도 쉽게 돈을 빌려줘 자칫 이들을 ‘빚더미’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청소년기부터 올바른 경제관념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돕는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요즘 온라인 금융정보 커뮤니티에는 20대 대학생들의 소액대출 관련 질문과 후기를 종종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시중 은행보다 대출조건을 크게 완화한 상품들이 속속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에 관심 갖는 대학생들이 많아진 것. 이 중에서도 지난달 27일 문을 연 카카오뱅크의 ‘비상금 대출’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단연 화제다. 만 19세 이상이면 별도의 심사와 공인인증서 절차 없이 많게는 수백만 원의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카카오뱅크 모바일 화면 캡처

카카오뱅크 비상금 대출은 기존 급여 소득자를 대상으로 여러 절차를 거쳐 까다롭게 심사하는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대출과 달리, 소득이 낮고 불확실한 20대 고객도 쉽고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휴대폰 인증으로만 최저 연 3.45%로 대출을 받을 수 있고, 대출금은 신용등급에 따라 50~300만원까지 카카오뱅크 계좌로 충전된다. 한 대학생은 급작스럽게 자취방을 옮겨야 해 카카오뱅크 ‘비상금 대출’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절차가 간편해 대출 승인까지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어요. 말 그대로 비상금이 필요한 시기에 요긴하게 사용한 셈이죠. 곧 아르바이트비가 들어오면 곧장 갚을 계획이에요.”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이 같은 ‘쉽고 빠른 대출’이 청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금융지식도 부족하고 소득도 불안정한 20대 초반의 학생들이 보다 쉽게 대출을 접해 합리적인 소비 습관 형성을 저해할까 염려스럽다는 것. 대학생 두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빠르고 간편한 계좌 개설, 쉬운 저금리 대출을 앞세워 친숙한 캐릭터를 활용한 광고부터 영 마음이 찝찝했다”며 “금리, 이자율 등이 뭔지도 모르는 아이들이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하기도 전에 빚지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까 걱정”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 역시 “요즘 아이들은 등록금 부담, 스펙 경쟁, 취업난 등 팍팍한 세상에서 살다 보니 먼 미래보단 당장 현재의 행복에 집착하는 것 같다. 숨 막히는 사회가 아이들을 대출의 유혹에 빠지게 하는 것”이라고 한숨지었다. 실제로 지난 18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카카오뱅크로부터 받은 ‘신용등급별 대출 현황’에 따르면, 실행된 대출 4건 중 1건은 20대가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청소년기 경제·금융교육에 대한 부재에서 나왔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초·중·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혼자 은행에 찾아가 통장을 개설하고 체계적으로 용돈을 관리해 본 학생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스무살이 되도록 경제·금융에 대해 무지하게 만든 현 사회가 이 같은 우려를 낳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앞으로 훨씬 더 고도화되고 편리한 세상을 살아갈 우리 아이들을 위해 청소년기부터 기본적인 금융·경제지식을 쌓아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20대의 금융이해력은 60대보다 낮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시한 평균(64.9)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올해 초 발표한 '2016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의 금융이해력은 62.0점으로 전 연령대 중 두 번째로 낮았다. 이보다 낮은 연령대는 70대(54.4점)뿐이었다. 특히 평소 규칙적인 재무상태 점검을 비롯한 금융행위(57.6)와 미래를 위한 계획적 소비를 평가하는 금융태도(59.6)는 최하위권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에 접수되는 20대의 금융민원도 2013년 3426건에서 지난해 5476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대학생이 되면서 학자금 대출, 신용카드 사용 등 금융거래가 늘어남에도 관련 금융지식이 부족한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를 불식시키기 위해선 어릴 적부터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경제교육이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론 위주에서 벗어나 생활밀착형 교육으로 가야 한다는 것. 하지만 현재 초·중등 교과과정 내 경제교육은 타 과목 대비 수업 시수가 적고 단순 개념을 파악하는 정도에 그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기존 경제 과목을 따로 떼서 배우던 고교 현장에서도 내년부턴 경제·지리·사회문화·윤리 등 기존 사회 과목을 하나로 합친 ‘통합사회’ 형태로 가르쳐 얼마나 실용적인 경제교육이 이뤄질지 미지수다. 고영규 서울 옥수초 교장은 “청소년의 수학, 과학 성취도는 우수하지만, 경제 이해도는 선진국보다 낮은 실정”이라며 “경제교육은 미래를 살아가는 힘을 함양하는 교육인 만큼,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시대 변화에 따른 체계적이고 실용적인 경제·금융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가정에서도 경제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우리 아이들은 부모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고,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돈을 벌고 자금을 관리해 볼 기회가 없기 때문에 이런 우려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부모가 무조건 떠먹여 주기보단, 가정에서부터 체계적으로 돈 관리하는 법을 배우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승문 미래교육포럼 공동대표도 “스웨덴의 경우 학생들에게 신용카드 사용, 은행대출 등 경제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생활기능(Life skill)을 소상히 가르치고 있다”며 “급속도로 발전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 아이들에게 무조건 입시와 결부된 교육이 아닌, 실질적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생활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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